사이 몽고메리와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흥미로운 책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이다.

내게 익숙한 동물도 있었고 생소한 동물도 있어 매우 재미나게 읽었다고 할 것이다.

처음에는 표지의 매서운(?) 심술궂은(?) 고양이라서 별로 정이 가지 않은 책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너무 재미가 있어 붙들고 있으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책이었다.

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꾸며 생각이란 것을 한다고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의외였던 것도 많았다.

인간처럼 뇌가 없어도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인간과 똑같은 반응을 한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덩치가 크다거나 존재감이 뚜렷한 동물들만 다루지 않았다는 것도 이 책이 재밌는 이유가 되었다.

49가지의 각각 다른 길들여지거나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을 다뤘는데 하나를 더 채우지 않아 아쉬웠다.

실은 50가지를 채웠거나 채우지 않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책을 덮는 게 아쉬웠단 뜻이겠다.

마치 예전의 아득한 어린 시절 소년소녀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할 것이다.

인간의 가장 많은 반려동물이 개와 고양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집사라는 단어는 내게 껄끄러웠다.

내 개, 내 고양이라고 할 만큼 정을 흠뻑 쏟은 반려동물이 지금껏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겠다.

그래서 반려견과 반려묘에 유난을 떠는 사람에게 동조할 수는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도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지 않을까 했더랬다.

사람도 손이 지나치게 많이 가는 관계를 버거워 하는 탓에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두 저자의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대단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혐오스럽다 평가를 받는 동물들에게도 두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은 일반인들과는 많이 달랐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나며 선택받았다고들 한다. 그런데 대체 누구에게서 허락받은 말인지?

인간의 오만과 독선이 낳은 착각이 아닐까 싶어지는 그동안 잘 몰랐던 동물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작가네 개와 고양이가 잠자리에 들 때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머릴 두고 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닭들이 인간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이야기가 너무 신기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암컷이 알파인 코요테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확인을 했으며 49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다 흥미로웠다.

문어의 짝짓기도 흥미진진했는데...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문어의 모성애가 생각났더랬다.

아무튼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은 너무 더워 뇌가 녹을 지경임에도 읽기에 참으로 재미났었다.

이 책을 완독한 후에 다른 책을 읽으렸더니 재미가 없어 읽기 싫다는 후유증을 내게 남겼을 정도였다.

만약 글밥이 많은 책을 읽을 정도의 자녀들이 있다면 기꺼이 추천을 날릴 그런 책이라 할 것이다.

 

 

 

 

 

 

 

 

 

길들여진, 길들여지지않은

 

 

 

꽤 흥미롭게 읽은 책인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였다.

"음식으로 푸는 관계 레시피"라는... 음식과 인간관계를 깊이 생각한 적이 없어 더욱 그랬다.

매일같이 밥 먹고살기 위하여 온갖 비위 거슬리는 일도 묵묵히 참아내는 우리다.

어쩌다 하루 이틀 정도는 거를 수는 있겠지만 생명이 직결되었기에 안 먹고 살 수는 없다,

사실 내 경우에 "밥 먹기 싫어!" "입맛이 없어!" 해도 배가 고픔은 어쩔 도리가 없어 먹는다.

가끔 밥 먹을 자격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고파오는 배 때문에 짜증이 났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언제 밥 한번 먹자." 한 적이 있어 "그래, 언제건 맛난 것 먹어."

라고 대답을 했지만 느낌이 별로일 때면 "Ce... 밥도 못 먹고사는 줄 아나?" 할 때도 있었다.

평소 안부도 제대로 주고받지 않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밥 먹자고 하니 불쾌했기 때문이었다.

빨리 친해지려면 같이 밥을 먹고 더욱 허울 없어지려면 함께 목욕을 하라고들 한다.

밥을 먹을 때 필연적으로 입을 벌려야 하고 속을 보여준다는 것은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은 상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같은 집단이란 뜻도 된다.

그래서 "밥 한번 먹자."란 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은 의미가 담겼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음식을 통하여 우리네 삶을 통찰하고 있어 제법 독특하고 심오했다고 하겠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밥은 맛이 없다고 한다. 맛이 없기에 물리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맵짠이니 단짠이니 하며 자극적인 맛을 즐겨 찾더라도 삼시 세끼 매일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사흘도 못 가서 "밥 좀, 김치 좀!" 소리가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예전 매일같이 밥 먹으라는 말에 국수도 수제비도 라면도 좀 먹고살자며 짜증을 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어머니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

맛을 가지지 않은 밥이 다양한 맛을 지닌 그 어떤 반찬과도 잘 어울리게 되는 이유를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밥은 밥 나름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겠지만 살아보니 어울렁더울렁 어울림이 좋았다.

어느 날은 어떤 게 먹고 싶고 다른 날은 다른 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정영욱의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를 읽으며 인생을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음식에 비유되는 사람일까 궁금해졌고... 밥 한번 먹자고 연락을 할까? 했더랬다.

예전에는 맛깔나 보이고 눈길을 사로잡는 튀는 음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이젠 아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같이 속이 니글거릴 때 생각이 나는 그런 사람이면 충분하지 싶다.

매일 먹지는 않을지라도 언젠가 저절로 생각나는 사람이라면 이만하면 잘 살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매일 접하는 음식에 이만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밥한번먹자말하지만얼굴좀보고살잔뜻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같아서는 정말 <햇빛 공포증>이 생길 만큼 태양이 싫다.

어쩌면 푹푹 삶아대는 날씨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이 여름에 읽기 딱 좋았던 소설이 되겠다.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장르답게 빛에 발작을 일으키는 한준이라는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희우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찾아가던 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갇히게 된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쏟아져 들어오는 빛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터져 나온다. 

경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던 한준은 아무도 모르게 병원에 입원을 하고...

<햇빛 공포증>이라는 희귀병을 학계에 연구, 보고하기 위해 주승이 담당의가 된다.

그런데 이 남자 주승이 수상하다. 상담의 소영은 주승의 비밀을 밝히고자 애를 쓴다.

주승이 희우의 서명을 위조했음을 알아내고 그가 묵은 원한을 갚고자 함을 알게 된다.

주승을 말리고자 하던 송화는 주승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주승은... 아니 영준은 사촌 형 한준에 대한 사무친 원한으로 이성을 잃고 미쳐간다.

한준과 영준의 왜곡된 기억이 빚은 비극 그리고 아동학대, 개인의 불행이 버무린...

배수영의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인 <햇빛 공포증>은 단순하지가 않아서 씁쓸하다.

영준의 엄마이자 한준의 큰엄마인 미령은 남편에게 첫날부터 버려졌다는 모멸감을 느낀다.

반면 자신과는 달리 동서는 내 남편을 비롯해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다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

자신에겐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밖으로 돌며 동서만 바라보는 남편과 동서만 챙기는 시어머니...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동서네를 쫓아내고 은밀히 몰락하기를 바라며 계락을 꾸미는 미령...

마침내 동서 내외가 동반자살을 하고...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남편의 손을 잡고 나타난 한준!

자신의 아들인 영준과는 달리 제 엄마를 연상하게 하는 한준은 주변의 사랑을 받는 아이다.

내 아들은 태아 알코올 증후군으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데 이건 모두 너희들 잘못이야~!

미령은 한준을 캄캄한 창고에 가두고 매일처럼 폭행을 했다. 남편의 양복과 남편의 구두를 신고...

엄마 미령 뒤에 숨어 한준이 맞는 것을 지켜만 보던 영준... 그에게도 그럴 이유가 있었다.

한준이 자신을 봐주기를 바랐는데... 내게 형이 생겨서 너무나 좋았는데... 그랬는데...

남편의 무관심과 그로 인한 상처... 나는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조건 없이 듬뿍 받는 그녀라니...

잠들지 못한 밤 마시던 술... 그녀의 아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내 아들은? 다 너희 때문이야!

갑작스러운 부모의 죽음... 그것도 혼자만 남겨둔 채 자식의 눈앞에서 자동차를 몰고 호수로 뛰어들다니..

한준은 한준대로 상처를 입고 영준은 영준대로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왜곡된 기억에 의하여...

상처를 입었더라도 서로 위로하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이 소설은 피해자만 있는 듯해 씁쓸하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은 것도 다 남의 탓이었고 부모의 죽음도 남의 탓이었다.

한준에게 영준이 내 엄마를 죽인 것이 너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영준의 기억과는 전혀 달랐었다.

오뉴월 염천이라 너무 더워서 생각이란 것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주승(영준)과 한준의 미스터리를 따라가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잡고 있었더랬다.

어찌나 찌는 땡땡볕인지... 나도 <햇빛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지만 아무튼 꽤 재미난 소설이었다.

 

 

 

 

 

 

햇빛공포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