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기적과도 같은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만든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이다.
저자는 첫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일부러 강아지가 있는 곳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아마도 상실의 아픔이 너무나 커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던 저자가 어느 날 우연히 어떤 힘에 이끌려 마트 지하 동물병원에서 한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어린 코카스파니엘로 아무도 사 가지 않아 바닥에까지 밀려 내려온 듯하다.
제값을 받지 못한 듯이 그 강아지의 케이지에는 세일이란 글이 붙어있고 볼품도 없어 보인다.
운명의 이끌림이란 이런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보리라 이름 짓는다.
그림 에세이인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는 그런 보리와 작가 최보람의 일상이다.
파양된 기억으로 불안해하며 자신의 똥을 먹는다는 보리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제 똥을 먹는 강아지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어 그랬다는 어떤 방송을 본 적이 있었기에...
작가를 만나기 전의 집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연상이 되어 보리가 많이 딱해 보였다.
천덕꾸러기 처지에서 사랑을 듬뿍 주는 가족을 만난 보리가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외롭고 쓸쓸하다고 귀엽고 예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입양하는 것을 옳지가 않다.
그나마 입양이란 개념을 가진 사람은 덜 할지도 모르겠지만 애완동물을 산다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 아닌 소유의 개념이라 싫증이 나면 내다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가철이나 명절 무렵에 길거리에 유기되는 개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던 적이 있다.
개가 쫓아오지 못할 곳에 내버리고 냅다 차를 출발 시키자 놀라서 뒤쫓아가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렇게 버려진 곳에서 주인이 찾아올까 봐 비슷하게 생긴 차만 보면 그 뒤를 쫓아가고...
온몸이 엉망진창인 상태가 되어 오매불망 자리를 지키는 유기견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었다.
몇 번 강아지 키워볼래란 제안을 받았지만 난 나를 알기에 번번이 거절을 했더랬다.
막상 키우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온전한 사랑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임을 잘 안다.
애묘이건 애견이건 한 생명을 받아들임에 있어 예사롭게 생각하면 결국 유기하는 사태가 일어날 듯하다.
보리가 파양을 당하여 형편없는 몰골로 마트 바닥에서 세일이란 팻말을 달고 있었듯이 말이다.
그나마 길거리가 아니라 불행한 중에 다행이어서 아껴주는 저자를 만날 수가 있었을 것이겠지만...
나의 미라클, 나의 보리란 부제의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개가 인연을 맺어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의 누구란 존재가 지금껏 없었기에 작가와 보리 사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를 읽으면서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보리와 함께 등산을 했던 에피소드는 당황스러웠지만 전반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되었다 할 것이다.
개의 발바닥에서 꼬순내가 난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아무튼 훈훈한 보리와의 이야기였다.
너의모든순간,
내가곁에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