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아니,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작가 장자자의 신간을 다시 만났다.

전작인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중국에서 1천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처음으로 만난 장자자의 작품이었지만 내 뇌리에 콕 박힐 만큼 재밌게 읽었더랬다.

깊은 밤의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듣는 장자자답게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도 너무 좋았다.

뭐든 열심히 하지만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인지... 노력하는 것에 비해 덜떨어진 듯한 류스산...

엄마가 떠나고 작은 마을인 진에서 외할머니 왕잉잉과 단둘이 살아가던 어느 날이다.

중국의 미녀 배우를 닮았지만 외모와는 달리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소녀 청샹이 전학을 오게 된다.

청샹은 학교 친구들의 길을 막고 돈을 뜯자 류스샨은 친구들을 위해 돈을 주겠다 약속을 한다.

그러나 작은 시골마을인 진에서 게다가 부모 없이 사는 소년이 돈 나올 구멍이 어디 있던가?

외할머니 몰래 간식들을 가져다주며 지내던 날들이 흘러가고 갑자기 청샹이 전학을 간다.

시간이 흘러 류스산은 엄마가 남긴 말대로 도시의 대학교로 진학을 하고 무단을 사귀게 된다.

사랑하는 무단이 먼 도시로 떠나게 되자 류스산은 배웅을 하러 나갔다가 청샹과 다시 만난다.

불치병에 걸린 청샹은 우연히 류스산을 만난 것처럼 가장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부모님이 계시는 싱가포르를 딱 세 번 떠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운명처럼 류스산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이모가 사는 마을로 도망 왔다 우연히 만났고 나중에는 류스산을 찾아온 것이다.

중국 시골 마을의 정서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이 아닐 수가 없다.

류스산을 둘러싼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주었다.

무단의 배신이 너무나 가슴 아린데 설상가상으로 간신히 들어간 보험회사에서 연적을 다시 만난다.

제대로 된 실적 하나 없는 류스산 앞에 나타난 허우 이사는 무단과 약혼했다며 사사건건 그를 갈군다.

한편 외할머니 왕잉잉은 피부암에 걸려 남은 시간이 육 개월뿐이란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되고...

류스산을 만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먼 길을 갔지만 외손자의 엉망진창인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술에 취해 꺼이꺼이 우는 외손자를 묶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왕잉잉은 숨죽여 흐느낀다.

허우 이사의 노골적인 도발에 1001건의 보험계약을 하겠노라 호언장담을 한 류스산이다.

정신병자인 아버지와 사는 어린 소녀 치우치우를 만나게 되고 청샹과 함께 보험 계약을 하러 나선다.

그러던 중에 치우치우의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죽고 아빠라 부르던 치우치우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며...

단 하나뿐인 혈육인 외할머니도 새해를 앞두고 돌아가시게 된다. (아... 이 부분에서부터 눈물이...)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청샹은 류스산에게 훗날 자기가 찾으러 올 테니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고 류스산이 전처럼 고분고분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청샹을 만나러 싱가포르를 향하는 류스산...

사실 장자자의 필력은 직접 읽어봐야만 알 수가 있다. 이 책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도 그렇다.

아이긍 그악스러워라... 하다가도 등장인물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끔 살아움직이는 묘사들이다.

중국인의... 작은 시골 마을의 중국인들의 심성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우리와는 매우 다른 듯하다.

장자자와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 일본 작가나 한국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도 다르다.

처음 작품을 접하는 독자에게는 생경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금방 글 분위기에 홀라당 반하지 싶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장자자다!"하며 읽고 싶어 했더랬다.

배실배실 웃다가 소리 없이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경험하고 싶다면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장자자의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도 좋았지만 이 책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은 더더욱 좋았다고 하겠다.

만약 이 책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영화로 만나게 된다면 상영되는 내내 킥킥대다 끝내 훌쩍이게 만드는 그런 감동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나누었던순간들

 

 

 

사람마다에 인생 책이라 부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반드시 존재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마찬가지로 내게 있어 알게 모르게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책이 존재를 하는데...

이 책 리민의 <잘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는 그 책들을 연상케 만들었다.

까마득하게 오래전에 우연히 읽었던 오헨리 단편선과 이솝우화가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그 뒤 시간차를 제법 두고서 읽었던 탈무드도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이 되었다.

이름 풀이나 사주를 보면 어린 시절의 나는 영리하나 고집이 세다란 점괘가 나오곤 했더랬다.

내가 자란 당시의 인식으로는 고집이 세다는 특히 어린 여자애가 그렇다는 것은 단점이었는데...

후에 다양한 서적을 읽으며 고집이 세다는 것은 자아가 일찍 형성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고집이 세어도 영리했으니까 책을 읽으며 스스로 삶의 이치를 깨쳤으니 망정이지...

숱한 길잡이가 되어 준 책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어떤 꼴로 살고 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이나마 내가 나로서 살 수 있었던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었던 덕이 아닐까 싶다.

퍽 재미나게 읽었던 <잘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는 접하기 참 잘했던 책이었다.

사실 제목에 혹하여 눈길이 갔던 책이기도 하다. 잘 살지도 못하지만 쪽팔리기는 더 싫었으니까...

잘 산다에 최소한 두 가지의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것과 정신적인...

이 책의 대분류가 자기계발서로 소분류가 성공·처세라 경제적인 잘 산다에 더 걸맞겠지만...

인생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일러주는 의미도 크다고 할 것이겠다.

"일상을 당당하게 만드는 15가지 인생 리뉴얼 전략"이라고 하는데 각 사례별로 깨달음이 크겠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성공한 사람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태도가 성공의 비결이었다.

평소의 굳건한 신념으로 오는 기회를 덥석 잡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일화들은 배울 점이 많았다.

신은 사람들마다의 가슴 깊숙한 곳에 희망의 씨앗이자 잠재력의 씨앗을 심어두었다고 한다.

내가 품고 있는 씨앗에 물을 주어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온전히 내 스스로의 몫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숱하게 많은 성공신화를 읽으며 쪽팔리지 않게 잘 사는 비결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공의 비결은 운이 7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운보다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할 것이겠다.

요 근래 자기계발서 중에서 성공이니 출세니 하는 책과 돈 버는 비법을 다룬 책을 읽기 싫었는데...

리민의 <잘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는 물질적보다는 정신적 충만함으로 읽게 했었다.

노래의 가사처럼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무엇을 더 바랄까 마는 그래도 쪽팔리고는 싶잖았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책의 제목에 확 빨려 들었는데... 조금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긴 했었다.

마는... 생각한 그 내용의 책이었으면 지겹다 했겠지만 뜻밖에도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하겠다.

긴긴 세월을 엇나가지 않도록 나를 다잡아준 인생 책을 읽듯 흡족하게 읽었던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서평을 쓰려고 책 검색을 하니 왠지 어디서 봤다 싶은 익숙한 듯한 표지의 책이 또 한 권이 떴는데...

아마도 꾸준히 선택받는 책이라서 최근에 표지갈이를 해서 나온 것이 아닐까란 짐작을 하게 되었다.

이전 빨간색의 당당한 남정네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책 희망의 노란색 표지가 더 내 취향 쪽이겠다.

어쨌거나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읽어보면 더 잘 알게 되는 내용일 것이다.

우화집처럼 재미나게 읽으며 깨침을 얻었던 필독서 <잘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였었다.

오헨리 단편선과 이솝우화와 탈무드... 이 책도 같은 반열에 올리면 과하려나...? 아무튼...

책과 안 친하면서 바빠 책 읽을 틈도 없는 아들에게 주려고 내가 읽고 괜찮다 싶은 책들을 선별하여...

(읽기에 지겹지 않으면서 교훈이 된다 싶은) 따로 두는데 이 아이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였도다.

 

 

 

 

 

 

잘살지는못해도쪽팔리게살지는말자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란 제목에 몹시 끌렸다.

내 감정임에도 도대체 이 감정의 색깔이... 정체가 뭔지 알 수가 없던 날이 자주 생겼다.

공연히 가슴이 먹먹하고 구멍이 뚫려 바람이 휑하게 부는 듯한 느낌의...

이럴 때면 딱히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면서 먹물 풀어지듯 가라앉는 감정 상태가 되곤 한다.

뇌를 녹일 듯한 더위가 가시고 햇볕이 부드러워지자 요즈음의 내 상태가 그러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문장을 곱씹어 보게 만들었다.

작가 여태현은 금사빠인가...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겠다.

힘내라는 위로의 말이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조용히 건네주기 좋은 책이라는데...

슬픈데 더 슬프게 만들어 주르륵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로 당황하기 딱 좋을 듯하였다.

그래서 요즘의 나 같은 감정 상태인 분들에게는 공개된 장소에서 읽지 말라 주의를 주고 싶었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데 하필이면 외로움에 쓸쓸함을 더하는 듯한 글들이 많았더랬다.

외향적인 사람보다는 내향적인 사람이 더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랬었다.

툭툭 털기보다는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사람들이 외로움을 더 탄다고 할까?

자분자분 써 내린 글이 시나브로 젖어들게 만드는 여태현의 산문집이라 할 것이다.

이런 감정에 동화되면 퍽 곤란하다. 우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산뜻하지는 않은 상태가 되곤 하기에...

그럼에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면 이리 사는 사람도 꽤 될 것을... 싶어진다.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이의 사소한 것도 커다란 의미로 담아두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 모든 것에 무뎌졌다 잊었다 싶어도 문득문득 예상치 않은 것에서 생각 나곤 한다.

무심코 스치는 길거리의 풍경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때 그 느낌이 되살아나는...

이 넓은 우주에 나 혼자라는 막연한 서글픔이 정체 모를 먹먹함이 되어서 온몸을 휩싸곤 할 터다.

내가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을 읽으며 받았던 느낌은 그랬다.

아플 때 더 아프게 하고 슬플 때 더 슬프게 하는 글이지만 왠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하는 글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묘한 동지의식을 주어 조금은 위로가 된다고 할 것이겠다.

괜찮아, 너도 나도 때로는 외로울 때가 있음은 당연한 것이야... 란 안도감을 주는 글들이었다.

이별 후에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터이지만 이런 느낌도 나쁘지는 않을 거다 싶었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감성이라면 시를 쓰기에 딱 좋겠다 싶었으니까 말이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꼭 나쁘지만은 않다며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주는 여태현의 감성 에세이였다. 

 

 

 

 

 

오늘은누구도행복하지않았으면좋겠단생각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