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는 말하자면 가방끈이 짧은...
시골 할줌마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소설이 되겠다.
양춘단 여사는 쉰 중반의 나이에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다.
여자라고 천대를 받던 시대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공부에 한이 맺힌다.
그런 양춘단 여사가 남편 김영일 씨가 아픈 바람에 치료를 받기 위하여...
태어나서 지금껏 농사를 지으며 살던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던 느낌은...
그 일이 있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대부분 잊혔을...
나도 말로만 전해 들어서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대학의 여학생이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아주 4가지가 적었던... 그 이야기가 퍼뜩 떠올랐다.
일자무식은 아니겠지만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양춘단 여사...
그 양춘단 여사가 대학을 간다고 하니까 저절로 내용이 짐작이 되긴 했다.
지성인들을 기른다는 대학... 예전에는 상아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대학에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되겠다.
요즈음은 돈만 있으면 성적이 바닥에서 헤맬지라도 대학이란 이름을 붙인 곳으로 진학을 한다.
예전에도 소 팔고 땅 팔아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주었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너도 나도 다 갈 수 있는 대학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대학이란 곳에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탄생을 하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학생이란 신분을 자랑하는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오늘날... 양춘단 여사의 눈으로 본 대학은 과연 어떤 곳인지 자못 궁금하다. :-)
책의 사이즈는 작지만 두께가 어느 정도 있어...
한 손으로 쥐고 책을 보는 내게는 다소 버거운 장정이 아쉽긴 하다. ㅋ...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박지리 특유의 글 전개가 아주 재미가 난다.
2010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로 ‘사계절문학 상’ 대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기린아로 주목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단을 했다는 박지리...!
예전에는 현대 문학이란 장르의 책을 탐탁잖게 여기던 나였지만...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을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최인훈의 광장이라든가 하는 발간 당시엔 내가 시답잖게 여겼던 책들이...
세월이 흐르자 탁월한 문학작품으로 평가를 받으며 소개를 하는 모습에 경악을 했었는데...
내가 칭송하고 참 열심히 읽었던 고전 문학 작품들 역시도...
책이 나올 당시에는 그 당시의 현대 문학이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의 삶의 경험으로 그 책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박지리의 양춘단 여사의 대학 탐방기 역시 그런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학창시절 우리네 단편 문학 책들을 읽으면서 내내 못 사는 이야기만 해서 성질이 났는데...
내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학 작품들을 읽어 내렸던 시기에...
대부분 김동인이니 김동리니... 하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작가들의 책이 대부분이었고...
이제 세월이 흘러 당시 내가 마땅찮아했던 작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그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 책도 세월이 흐르면 시대상을 다룬 문학 작품으로 모두들 이야기할 것이란 예감이다.
작가가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겠지만...
소외되기 쉬운 계층의 이야기와 함께...
소위 사회 지도자급 계층이랄 수도 있는 대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양춘단 여사가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자 선택을 했던 대학의 환경미화원 생활.
이 시대를 사는 지금의 나로서는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대학생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반성이라고 할까?
내 자식부터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야 하는 책임감이 무겁다.
가치 기준을 어디에다 두고서 자식들을 길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양춘단 여사의 눈으로 담담히 그리고 있다.
분명 이름이 있으되 단지 무슨 씨 무슨 씨라고... 씨자 붙여서 다행이긴 하다만...
불리는 사람들이 지금도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 것이다.
하긴...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듣긴 했다.
참 왜 이렇게 살아...?!!! 하며 분통을 터트렸던 그 이야기가...
시대와 배경을 달리하여 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어 분통이 저절로 터진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피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생각이 나 속이 상한다.
양춘단 여사가 일을 하던 대학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소문이 자자한 커다란 코끼리 상인데... 어느 날 산산조각이 나고 마는 사건이 발생을 한다.
양춘단 여사가 대학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서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일인데...
마치 대학을 상아탑이라 칭하면서 우러렀던 것을 스스로 깨부순 것 같다.
일자무식인 것이 한이 되었던 시골 할줌마 양춘단 여사의 눈으로 본 대학은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많은 생각해야 할 거리들을 만들어 준다.
생계유지를 위해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단지 대학이란 곳에서 도둑공부일지라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던 양춘단 여사...
과연 양춘단 여사는 대학에서의 생활들이 자신의 생각도 같은 그런 곳이 되었을까?
이 시대에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아무튼... 덤덤하게 그러나 우리 사회에 대한 일종의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읽어내렸던 책이 되었다.
◎ 네이버 대표 북카페인 북뉴스를 통하여 무료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양춘단대학탐방기,
박지리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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