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겪었거나 눈앞에 둔 경우 필연코 지난 삶을 돌아볼 것이겠다.
만족한 삶을 살았다면 미련도 후회도 없을 것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을 듯하다.
삶의 전환점에 서서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되풀이해 사는 경우도 드물 것으로 본다.
이 책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의 저자 유창선은 뇌종양 수술을 했다고 한다.
방송과 신문, 잡지 등에서 진보적 정치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저자는...
어느 날 몸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뇌종양 진단을 받게 된다.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지금껏 입원하여 재활치료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된 것들"은 그런 와중에 쓴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누구보다 건강을 자신했고, 앞날에 대한 계획이 빼곡했다는 저자였다는데...
느닷없는 뇌종양 소식에 아마도 그 충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리라.
수술을 하면 된다고는 했지만 수술 이후를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이런저런 일들을 깔끔하게 정리, 해결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단다.
성공적인 수술 소식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뇌 수술의 후유증으로 지금껏 병상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어지럼증으로 걷기는커녕 앉아 있을 수도 없었고 먹을 수도 없다고 했다.
식도의 괄약근이 작동되지 않아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두 다리로 걷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가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도 했다.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에서 재활을 위한 저자의 노력이 생생히 전해진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야기도 절절하게 들려주고 있었더랬다.
지금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 고백한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사유(思惟) 했단다.
저자는 뇌종양으로 인하여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긴 지금은 이전처럼...
세상의 기준에 맞춰 혹은 대의명분에 짓눌려 본성을 억압한 채 살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데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람마다 힘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다르다.
병상에서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인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글을 씀으로써 힘을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행위가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아직 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소소한 행복에 대한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신체가 달라졌어도, 그래서 내가 처한 조건과 환경이 달라졌어도,
정작 나의 내면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니 나만의 행복 만들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병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지금 내가 지키고 있는 나만의 행복이다.
고통 속에서도 행복은 이렇게 지켜지고 있다. 불 꺼진 병실에서도."
세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가 존재하건 말건 변함없이 돌고 돌아갈 것이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 전 저자는 지금까지 다른 누구를 위해 살아온 삶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을 한다.
번듯한 명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에서 나답게 살고 싶다고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의 삶이, 행복을 찾아가는 삶임을 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되었단다.
나를 돌보는 삶이 타인에게 더 관대해지고 이해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건 평등하다고 한다. 왜 하필 나야란 원망을 하기보다는...
죽음 앞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든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였다.
나를위해살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