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 55년만인 작년 한국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작품 속 시대 배경은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1963년 전후이다. 미군, 온리(특정한 미군 한 명과 관계를 맺는 매춘부 여성을 가리키는 속된 말) 등 당시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용어가 등장한다. 점령군의 검열을 거친 미디어 영향으로 사람들은 서양식 주거환경, 서양식 생활에 매료되어 있던 시대였다.
영문학 강사이자 번역가이며 미국에 체재한 경험이 있는 미와 ？？스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교외에 넓은 서양식 저택을 지어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데 이것은 점점 붕괴되어 가는 가족과 크게 대비를 보인다. 껍데기는 크고 화려하지만 실은 허술해서 계속 수리해야 하고 동선 역시 실용적이지 않아 불편하다. 넓은 공간에서 오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집에 들이지만 가족 간에 거리감이 점점 커질 뿐이고 결국 붕괴하고 만다.
제목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연상하게 되지만 실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알맹이가 썩어 악취가 진동하지만 남들 시선에는 단란한 가족으로 보이고 싶은 가장의 허세로 껍데기만 포옹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둘째, 갈등, 화해를 거쳐 부부가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 포옹을 하지만 순간일 뿐이었다. 투병 중 아내가 다시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 하나 결국 죽고 만다. 포옹을 약속하지만 실현하지 못한, 실현될 수 없는 포옹이 불가능한 가족이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25살 연하인 미군 조지와, 남편은 다른 집 유부녀와, 아들은 가정부와 포옹하는 희한한(?) 가족의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가부장의 전형적인 모습인 ？？스케와 극단에 있는 조지의 대비, 자신도 불륜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아내의 바람에 크게 동요하여 아내를 집 안에 가두고 혼자서만 보고 싶어하는 ？？스케, 사별 후 재혼을 위해 만나는 중매 상대방에게 건네는 말 등을 볼 때, 페미니즘 시선에서 읽기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리라 본다.
반세기 전 문학이지만 가족붕괴, 집에 대한 집착, 미국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고지마 문학 중 한국어 번역은 처음이다. 다른 소설도 앞으로 속속 번역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