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도 집에는 위인전이 있었고, 그 사람들은 정말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여겼다.  어른이 되어서 돌이켜 보니, 위인전을 고르는 것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에세 섣불리 '선악'의 가치 판단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위인이라고 여긴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다지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라고 한다면 아이의 가치관에 혼란을 줄수도 있다.  그래서 명작전집, 전래동화, 창작동화 등등을 다 읽고 맨 나중에 위인전 시리즈를 들어가야 한다고 앞서 아이들을 키운 엄마들은 충고한다. 

이번에 다빈치 테마 위인동화로 세 권의 책을 받아보았다.  장영실, 잔 다르크, 콜럼버스가 주인공이다.

장영실을 제일 먼저 읽었다.  구수한 느낌이 정겨운 그림의 장영실은 우리나라의 옛 풍경이 나와서인지 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장영실의 훌륭함을 아이가 깨닫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의 옛 시절에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농사짓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분제도라는 게 있어서 능력이 있어도 출세하기 어려웠던 시대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장영실이 노비 출신임에도 기꺼이 등용한 세종대왕의 탁월한 인재등용 감각도 같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농사짓는 일에 있어서 빗물의 양과 하늘(별)의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같이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수표교를 다녀온다던지, 경복궁에 가서 물시계를 본다던지 하는 현장학습이 겸해진다면 더 좋겠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장영실상' 같은 것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너무 욕심일런가?)

거의 끄트머리 페이지에 '사진으로 보는 장영실'이 등장하는데 '앙부일구' 옆에 해시계라고 적어주고 자격루 역에 '물시계'라고 적어주었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아이가 사진만 보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듯 싶어서이다.

잔 다르크는 프랑스의 구국 영웅인데, 짧은 페이지 안에서 그녀의 위인된 삶을 이야기하자니 조금 벅찬 느낌이었다.  잔 다르크를 보내는 성주의 표정이 걱정스러웠으면 더 사실감이 있었을 텐데, 마냥 실실 웃는 느낌이어서 옥의 티다 싶었다.  잔 다르크를 읽어주면서 우리나라의 유관순을 함께 읽어준다면 비교 학습에 좋을 듯하다.  이런 작품은 만화영화 등을 통해 보여준다면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더 좋을 듯 싶다.  어른이 된 나로서도 잔 다르크의 삶은 너무 미화되거나 혹은 신성화된 것이 아닌가 싶어 의아한 부분이 많다.  아이들도 책을 읽으면서 질문이 많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콜럼버스를 읽었는데, 내용의 전개는 둘째치고, 콜럼버스가 '위인'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가는 일단 재고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신대륙'을 발견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지만, '신'대륙이라는 말에서부터 이미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는 원래부터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삶을 억누르는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 이미 깃들어 있다.  그가 에스파냐의 여왕에게 신대륙을 발견해서 '바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장면도 역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미 책으로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 콜럼버스는 위인전 시리즈에서 제외되었어야 할 인물이지 싶다.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빈치 위인 시리즈를 테마별로 분류해 두었는데, 콜럼버스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포함되어 있다.  콜럼버스가 대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아이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콜럼버스는 지금 당장 아이에게 읽어주기는 힘들듯 싶다.  아이가 좀 더 자라고, 콜럼버스가 어떤 인물인가를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 싶다.

끝없는 도전 정신을 펼친 사람들에서도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같은 이유로 광개토 대왕도 판단 유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인 광개토대왕에게 좀 더 후한 마음을 주고 싶지만 단지 땅을 넓혔다는 이유만으로 '위인'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는 걱정스럽다.  거기엔 언제나 '전쟁'과 '침략' 그리고 '희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반면 만델라나 테레사 수녀 등은 훌륭한 선택이지 싶다.  역시, 위인전 고르고 읽기는 어렵다.  아이에게 이런 사람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가르쳐주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는 아이가 사랑을 나누며 나의 행복만큼 남의 행복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로 크기를 바란다.  나의 꿈과 모험과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칠 수 있었던 사람을 본받으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건 지금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존경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한국의 멋 시리즈 아홉번째 책, "도자기" 편이다.  표지의 사진과 글자의 폰트까지 ’한국의 멋’이 느껴지는 색감과 질감을 사용해서 책장을 열기 전부터 호감이 물씬 풍긴다.

이 책은 도자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우리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그릇’이라는 것이 등장하던 때부터 시작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가면 쉽게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신석기 시대에 사용했던 "빗살무늬토기"이다.  바닥이 뾰족하게 만들어진 이 토기는, 아이에게 왜 이런 바닥의 형태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그런 환경일 수밖에 없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역추적 가능한 대화가 오고갈 수 있겠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는 기회인 것.  이어 청동기시대의 민무늬 토기를 넘어 자기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그릇들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기 이루말할 수 없지만, 당시의 솜씨를 고려해 본다면 이조차도 훌륭한 작품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한문으로 표현된 단어들은 바닥 쪽에 주석을 달아놓아서 쉽게 뜻풀이가 가능하다.  설명은 되도록 쉽게 해주었지만, 아이가 이 책을 본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함께 읽어가며 보충설명이 필요할 듯 싶다. 

토기문화를 살펴보다보면 당시 사람들의 매장문화를 알아볼 수있을 것이고, 그들이 내세관도 같이 들여다볼 수가 있다. 이 역시 그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신앙관을 더듬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옛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레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멋과 맛을 알려주는 작업이 이 책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후 시대가 점점 지금과 가까워진다.  고려의 청자, 조선으로 다가서는 단계의 분청사기, 그리고 조선의 백자.  거기에 사용된 기법들, 도자기를 굽는 온도, 유약의 발견, 다양한 무늬등등을 즐겁게 탐구할 수 있는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흥미를 주기는 어려울 듯 싶고, 먼저 박물관을 다녀온 뒤 책을 다시 보여준다면 학습 효과가 배로 늘어날 듯 싶다.  물론, 책을 먼저 보고나서 박물관을 다녀와도 좋을 것이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책에는 친절하게도 유물의 소장 기관도 밝히고 있으니 국립중앙박물관 호암 미술관 등등을 다녀오는 것은 좋은 현장학습이 될 것이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도자기 굽는 가마에 다녀온다면 아이의 호기심을 더 자극시키고 실제로 도자기 빚는 작업에도 참여한다면 새로운 ’재능’에 눈을 뜰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일은 한순간에 되지도 않을 뿐더러 머리가 시킨다고 자연스럽게 따라가지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늘 가까이 지켜보고 다가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이 예술인이 되어 있을 듯.

이 책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멋스런 도자기들을 훌륭한 도판으로 먼저 소개해 주고 있다.  책을 열심히 보고 박물관으로 달려가자.  연계된 교육으로 생생한 체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받은 책이 두권인데 제목별로 리뷰를 작성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이어서 쓴다.

두번째로 읽은 것은 위대한 유산 "집"편이다.

집의 변천사와 집의 생김새, 집의 건축 재료, 집을 확장해서 궁궐과 사찰, 서원 나들이가 이어진다.  독특했던 점은 초등학교 교과 진도에서 집에 관련된 내용을 표시해 주어서 교과와의 연계성을 두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화 그림과 실사 사진을 결합한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로 보인다.  한옥의 구조에서 一자형, ㄱ자형, ㅁ자형 등의 모양새는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긴 지형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기후'와 연결해서 설명을 해주면 아이들의 이해를 더 도울 것이다.  그리고 그 기후에 따라서 집을 짓는 재료가 달라지고 지붕의 모양새도 차이가 있음을 쉽게 알아볼 것이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우리의 전통 한옥.  인공미 없이 자연미가 물씬 풍기고 자연을 거스르지도 않고 밀어내지도 않은 채 온전히 품어안은 예스런 멋을 아이들도 실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산 한옥마을이나 지방의 서원과 같은 옛 건축물을 직접 다녀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산서원 다녀왔을 때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천원짜리 지폐의 주인공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문방사우 등은 아이에게 붓글씨나 동양화 그림을 그리게 해보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주면 더 좋겠다.  요새는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붓글씨도 많이 가르치던데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 급훈 등은 꼭 붓글씨로 써가게 만들었는데 요새는 컴퓨터로 뽑아 쓴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저 '과거'로 묶어두지 않고 '지금'으로 느끼게 만드는 수업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의 5대궁궐은 남아있는 궁궐 위주로 움직인다면 하루에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무리하지 않고 좀 더 즐기기를 원한다면 하루는 경복궁, 하루는 창덕궁... 이런 식으로 다녀오면 좋을 듯 싶다. (더군다나 창덕궁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니 역시 좋은 현장학습이 될 것이다.  가을 10월경에 단풍놀이는 지방까지 갈 필요 없이 창덕궁행으로 끝낼 수도 있다!)

이렇게 궁궐을 한 번 다녀오고 그 전각들의 의미에 관심을 갖는다면 TV에서 사극을 보더라도 좀 더 관심이 가고 우리 역사에도 더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 책에서 유일한 옥의 티는 궁궐편이었는데, '교태전' 사진을 실어놓고 '자경전'으로 표기한 것이다.  책이 워낙 훌륭해서 실수가 있어도 별점을 깎을 마음은 없다. ^^

책으로만 끝내지 않고 살아있는 교육으로 승화시킬 때 이 책이 만들어진 진정한 의미에 다가가는 법.  더운 요즘이지만 박물관과 전시관은 아주아주 시원하다는 것도 조그마한 추천 이유다.  ^^

파울로 코엘료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매 작품마다 기대치의 만족감을 주는 것에 늘 신기해 한다.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답게 성경 구절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종교 소설이라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다만 독특한 그만의 분위기를 연출해 줄뿐이다.

 

오래된 추억을 잔잔히 얘기해주는 분위기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답답하진 않다.

 

11분에서도 느낀 바인데,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성상은 상당히 특별하다.

 

파울로 코엘료는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느낌을 잘 아는 것 같다.

 

엔딩이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내용을 말해 줄수는 없고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여주인공의 상실과 상념과 그리고 기쁨과 감동이 그대로 독자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에 작가는 성공적인 작품을 썼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제목도 어쩌면 이리도 문학적인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죽음’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사랑’을 이야기했고,

 

악마와 미스 프랭은 인간 ’본성’ 혹은 ’유혹’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의 이어지는 3부작을 다 함께 음미해 보기를...

 

모두 추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