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중간에 있을 곳이 없어서 도서관에 들렀다가 읽게 된 SP.

그냥 시간이나 보낼 겸 조금만 읽다가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빌리고 말았다.

 

흠, 시나리오군.

괴테의 파우스트를 멋모르고 봤을 때의 그 신선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물론 희곡과 시나리오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말이다.

재미있어.

 

시나리오 군데군데 대롱대롱 달려 있는 각주들은 작가와의 거리를 좁혀줘서 좋았다.

꼭 작가가 내 앞에서 수줍게(?)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므흐흣

그런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작가, 영화에 대한 상식이 정말 풍부하다.

작가가 어떤 영화에서 어떤 장면을 따 왔다고 할 때 전부 다 공감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에효=3 역시 나의 영화지식은 부족하구나~

 

작가가 살인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새삼 신기했다.

약품 섞기, 몸싸움 장면 등.

희한한 것은 살인자는 자신을 막을 경호대원이나 경찰의 동선을 알아야 하고, 지키는 사람은 자기가 살인자라면 어디서 어떻게 살인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아이러니해.

 

암살 연습하는 사람이 넘버 카운터를 사용한다는 부분에서는, 통행량 조사 해 봤다고 또 급공감 가네~하면서 경험과 지식이란 것은 역시 언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 지 모르는 거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데 말야, 경호대상이 정말 지키고 싶지 않은 쓰레기라면, 그래도 자신의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일단 경호대상인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도 같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경호대상을 선택할 수 있기는 한 건가?

 

끝부분에서는 왜 범인을 쏘지 않고 몸으로 막기만 할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자살 아닌가?

미드에서는 범인을 너무 쉽게 죽이고, 또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별로였지만, 저지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있으면서도 전혀 제압하지 못하고 범인이 쏘는 총에 맞기만 하는 것도 별로였다.

끝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흐지부지한 것도 좀 아쉬웠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반짝임도 좀 떨어지는 것 같았고.

그래도 뭐 역시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은 읽을 수밖에 없다.

 

드라마도 있다는데 궁금하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츠츠미 신이치=오가타 역을 맡으셨다는데,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요녀석도 시네마 포인트로 교환!

뭔가 모아서 이렇게 교환하는 건 참 뿌듯하고 기쁘단 말이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야.

 

책 안에 CD가 있어서 정말 좋았다.

CD플레이어에서는 재생이 되지 않아서, DVD플레이어에 넣어 놓고 청소하며 밥 먹으며 심심할 때마다 들었다.

원래는 현악이나 오케스트라 쪽만 좋아하는 편인데, 이 CD 덕분에 성악 쪽도 새롭게 듣게 되었다.

취향이 아니라고 전혀 눈도 귀도 가지 않았는데, 막상 들으니까 또 빠져드네~

특히 '마왕'은 정말 좋아서 다른 동영상도 찾아보고, 악보도 찾아봤다.

그런데 어쩐지 이 CD의 곡이 제일 좋네~(피아노 악보는 치다가 손목 나갈 지경. 역시 능력자들이셔.)

 

책은 CD 들으면서 읽다보니 금세 마지막 장이었다.

보통 책은 시간을 두고 메모해가며 며칠 동안 읽는 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거야 금방이었지만, CD들으면서 가사를 계속 보다보니 결국은 오래 붙들고 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있자니,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등 외국어가 정말 배우고 싶어졌다.

예전에 적과 흑 읽을 때도 라틴어 엄청 배우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면 배워보는 것도 좋겠지.

유명한 곡들 위주라서, 제목은 낯설어도 막상 들으면 귀에 익숙한 곡이 많았다.

흥얼흥얼 가사집 보며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책에 나온 것처럼 눈 감고 이미지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나의 두뇌는 진정 자극을 받았느뇨? 허허허

그나저나 밤의 여왕 아리아는 정말 안 올라간다규!!ㅋㅋㅋ(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다가 승천할 기세.ㅋㅋㅋ)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이라 별 고민 없이 집어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단편들인 줄 모르고 집어서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사람의 글은 재미있다.

 

여러 등장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들이지만, 모두 8월 31일 구민회관에서 개봉하는 로마의 휴일과 연관되어 있다.

그냥 설렁설렁 쓴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잘 짜여진 계획을 볼 때 참 작가란 대단하지 싶다.

이 글이 치밀함으로 다져진 추리물 같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 속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

아픈 이야기도 반짝이게 만드는 재능.

위의 것들은 내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을 꾸준히 읽게 만드는 요소다.

이번 영화처럼에서도 이것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수많은 영화가 나온다.

내가 좀 더 영화내용을 잘 알았다면 이해도 더 잘 되고, 아~ 그 부분! 하면서 좀 더 공감하고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나름대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좋아하는 장르가 치우져져 있어서 그런가~ 시야를 넓혀야 하는 걸까? 하고 살짝 고민도 되었다.^^;

(그래도 우선적인 건 내 흥미와 기쁨이니, 일부러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볼 생각은 없다.)

 

'사랑의 샘'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연애스토리는 절로 꺄~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

어허~ 달달한지고. 기특하다!ㅋㅋㅋ

 

멋부리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이 좋았다.

우리는 영화를 현실에서 동떨어진 다른 세계를 엿보는 기분으로 감상하기도 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소소한 인생 그 자체가 하나의 영화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우리들의 영화는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