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삼탕, 몇 번을 봤는지 이젠 잘 기억도 안 난다.
OST만 알고 있던 애니메이션이라, 뒤늦게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조용한 가운데 삐걱거리며 안개를 헤치고 등장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괴기스럽게 생긴 듯하지만, 불의 악마 캘시퍼가 움직이는 이 성은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특히나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고민인 현실 세계에 아주 적절한 해답을 보여주는 재활용 권장 성!(두둥~ㅋ)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버스도 타 보고 싶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살아보고 싶다.^^
소피 근처에서 여자들이 막 수다 떨 때는, 혼자 조용히 '나는 하울에게 심장 뺏기고 싶은데.' 생각했다. 조용히.
생각보다 성우에 대해 말이 많더라.
개인적으로는 기무라 타쿠야 나쁘지 않던데.
부드럽고 상냥하고 은근히 속삭이는 매력이 있었다.
하울:이야~고멩고멩 사가시타요~ 하는데 그냥 녹더만.=_=ㅋ
더빙하신 '김영선'성우님의 목소리는 내 예상보다 박력 있는 하울이라서 조금 움찔했다.ㅎㅎ
하울 명장면 중 하나인 공중 스텝 밟기는 몇 번을 봐도 인상적이다.(OMG 학다리여. 부러우면 지는 거다.ㅠㅅㅠ 사람은 일단 살을 빼고 봐야 하는겨.)
왈츠풍 음악에 맞춰 사뿐사뿐 하늘을 걷는 기분은 어떨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감히 실행에 옮기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하울이 손 잡아주면 한 번쯤 시도해볼 의향은 있(퍼억)
아, 소피 성우는 확실히 미스 캐스팅이었지 싶다.
물론 소피가 애니메이션 대부분 할머니로 나오긴 하지만, 젊었을 때도 좀 초점을 맞춰줬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상큼하지가 않아.
황무지 마녀는 남자 성우가 오카마스럽게 소리를 내는 건가? 했더니 할머니 성우시네. 크헉. 살짝 변태스러운 면이 있었음.
'하울의 움직이는 성' 보면서 젊음 자체에 참 많이 감사하게 되더라.
이해시킬 순 없지만, 난 내 머리와 마음이 수능 끝난 뒤에 더이상 자라지 않고 멈춰버렸다고 느끼는데, 이러다가 소피처럼 한순간에 확- 늙어버릴까봐 조금 두렵다.
소피는 굉장히 침착하게 잘 대처했지만,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걸.
마음은 변하는 거라며 하울에게 선전포고한 순무 허수아비 왕자 카브.(짜식, 공격적이야. 바람직한데?)
로브 뒤집어쓰고 목소리 깔 때 완전 귀여운 마르크르.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 하울이 최고!
아무나 다 홀리고 선수 납셨네~했더니만, 머리색 변하고 좌절하는 부분에서 급개그물로 전향했다.
하울 : 이젠 끝이야.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도 산 게 아니야.
그...사람이 미모가 다는 아냐~ 하고 위로해주고는 싶은데... 미안. 넌 아름다워야 해. 눈화는 외모지상주의란다.=_=쩝
그 와중에 마르크르가 예전에도 여자에게 차이고 이런 적이 있었다고 귀띔해주는데,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원.
그래서 선수인 척, 그동안 갈고 닦은 거였니?
독립영화관에서도 하울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진행하시는 분이 감독님 작품 중에 하울에서 유일하게 키스가 나온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둘이 잘 되면 좋지 뭐.
원작은 영국 소설이라고 해서 한 번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다들 별로라고 해서 살포시 포기했다.
흠, 그러고 보니 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한동안 계란 한 손으로 깨는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훗.
그냥, 그랬다고.ㅡ_ㅡ;;;
영상도 음악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