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은 처음이지만, 작가를 모르던 때 'GO'와 '플라이 대디' 영화를 봤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았다. GO와 플라이 대디(일본판, 한국판) 영화만 봤을 땐 솔직히 별로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다시 찾아보게 되었을 때는 예전보다 훨씬 좋았다. 시간이 흘러서 내가 변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인데, 한 명 한 명 톡톡 튀는 개성이 있어 보는 동안 즐거웠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운 나쁜 야마시타는 불쌍하기도 하지만 귀여워서 웃음 담당이었지.(이 정도로 운이 안 좋은 게 가능한 지 의문이다. 웃음) 성화 여학원 학원제 진입하기, 야마시타가 날치기 당한 돈 찾고 패거리 소탕하기(히로시 무덤이 있는 오키나와로!), 여름방학 때 스토커 때려잡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다. 더 좀비스, 그들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겠지.

차별, 소외, 정체성 혼란 등의 어두운 일면을 이렇게나 밝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규칙과 관습들을 깨고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그들은 정말 아름답다. 캐릭터가 이렇게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은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되어 탄생했기 때문일까. 같은 민족 사이에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어서 쪽수는 다를 수 있음.)
p.76 아메바-그리스 어로는 '변화'
p.77 '행복이란 욕망이 정지하고 고통이 소멸된 패배의 상태를 의미한다.'(->책 속의 책 인용)
p.97 ~소울이 강한 인간은 신의 레이더에 걸리기 쉽거든. 신은 그런 인간을 곁에 두고 싶어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소울이 너무 강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하늘나라로 가버린다니까.
p.101 히로시 옆에 있던 아기가 집게손가락으로 히로시의 심장 주위를 톡톡 두드렸다. "너는 아주 강한 소울을 갖고 있다. 우리맘(엄마)이 그랬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소울을 얻는 것이라고."
p.109 "멀리 간 인간이 교활한 거야.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니까.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 되는거야, 알겠어."
p.133 그리고 책상 서랍 속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불그죽죽한 덩어리를 꺼내 내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감촉은 딱딱한 돌 같았고 모양은 장미 같았다. "사막의 장미야." 닥터 몰로가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막에서 유산 바륨에 모래가 섞여 결정을 이루면 이런 형태가 되지. 원래는 그냥 모래 알갱이였는데, 매개물이 있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결정을 이뤄."(중략) 우리는 우리의 매개물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작별 인사를 했다.
p.135~136 너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나 돈이든 여자든 명예든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을 작정이야. 가능하면 세계도 바꾸고 싶고. 부럽지. 나는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한껏 즐길 거야. 하지만 너만은 절대로 잊지 않을게. 네가 원했던 것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볼 생각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나타나지 마. 오줌 쌀 것 같단 말이야.
p.189 "인간은 무기로 몸을 보호하고 옷을 입고 사회를 조직함으로써 인간을 외적으로 위협하는 기아와 추위, 그리고 거대한 포식류에게 사로잡히는 위험을 간신히 모면했다. 이 같은 위험이 더 이상 인간을 도태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 결과, 종의 내부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도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렌츠 콘래트-[공격] 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작가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또다른 작품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막연히 판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학·공학 등의 학문에 종교적, 민속적인 부분 등 여러가지 면이 결합되어 있다. SF다.(특히 정신분석학 용어가 꽤 많이 나온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왜 이렇게 생각하면서 행동은 그렇게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왜"냐고 묻는다.
그래서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살인의 해석’에서도 생각은 했었지만, 그 쪽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쪽이라서, ’파프리카’의 관계망상, 선택적 비주의, 억울증 쪽이 더 내게 와닿았다.)
좀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고 연구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분석하고 싶다.
솔직히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싶을 때가 많이 있는데, 정신과 병원에 간다는 것은 내과나 이비인후과와는 엄청 차이가 있으니까. 
자유롭게 그런 일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내 스스로 움직일 수밖에.
파프리카! 내 꿈도 분석해 줘요!!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를 볼 때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나면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고나카와 경시감의 성격이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집중해서 읽고 메모도 많이 했다.
파프리카는 꿈을 영상화하는 장비를 이용하여 직접 꿈 속으로 들어가 분석하고 병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테라피스트의 또다른 이름이다.
꿈에 들어가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고, 탐나는(?) 작업인 것 같다.
해몽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으니까.
파프리카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은데~하아=3
아, 그런데 생각 외로 성적인 부분이 나와서 조금은 놀랐음.
뭐 진하거나 노골적인 묘사는 없다지만, 아츠코와 도키타 사이라든지, 파프리카가 꿈 속에서 함께하는 과정이라든지, 이누이와 오사나이의 동성애라든지 하는 부분이 그저 예상 외라서.
끝 부분이 뭔가 시원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이게 끝이야? 하는 기분), 책을 읽는 내내 액션 어드벤처물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함께 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참! 라디오 클럽이나 레스토랑, 오코노미야키 집 등 그런 비밀스러운 아지트를 나도 하나쯤은 갖고 싶다.

p.34 ~불안과 고통을 참고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다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쉼없이 교차했다.
p.43  하지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야 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p.245~246 완벽주의. 억울증에 걸리기 쉬운 전형적인 성격이다.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수준의 것을 요구한다.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 많은 일들을 전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확히 수행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해 주어도 본인은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한 자신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혀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p.252  억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의 특징은 질서에 구속받는다는 것인데, 그 중에는 사람들과 다투지도 않고 남들과 충돌하려는 경우에는 스스로 뒤로 물러나는 유약함도 포함되어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글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특별하다.
각자가 지닌 빛깔은 다르지만, 난 그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의 ’도련님’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나 ’그 후’를 읽고 있는 동안, 아는 사람이 자기가 읽은 글을 언급할 때 ’도련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제목을 듣고 조금은 다른 이미지를 떠올렸다.
뭔가 속물적이거나 폐쇄적인, 그런 도련님과 배경을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도련님’.
난 그 순간부터 책을 얼른 읽고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 표지디자인, 내부 구성, 삽화 등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도련님’은 더욱더 나를 사로잡았다.
이렇듯 기대 속에 편 ’도련님’은 기대 이상이랄까?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띤 채로 책장을 넘겼다.
뭐야, 도련님! 귀여워~>ㅁ<~♡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자기라면 죽어도 못 골랐을 책이라더군. 어떤 의미인지. 하핫)

도련님은 나와 꽤 비슷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도련님과 나의 차이는 ’행동에 옮기느냐, 아니면 그저 생각으로 그치느냐’였다.
도련님은 나보다 성급하다.
하지만 도련님은 나보다 용기 있다.
내가 늘 동경하면서도 갖기를 꺼려하는 그것을 도련님은 가지고 있었다.

도련님은 참 귀여운데, 세상은 귀엽지가 않았다.
문득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떠올랐다.
순수한 어린 옥희의 눈으로 바라보는 부적절한 관계(?)가, 도련님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같아서.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존재하는가?
나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옳지 않은 걸까.
모두가 상황에 뛰어들 수는 없잖아- 싸우고 싶지 않아-라는 건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걸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건, 소모적인 일인 걸까.

p.77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안 한 것이 분명하다.(중략) 장난에는 으레 벌이 따르기 마련이다.(중략) 장난만 치고, 벌은 사양하겠다는 비열한 근성이 세상천지 어디에서 통한단 말인가.(중략)
p.78 도대체 중학교에 뭐 하러 들어왔단 말인가? 학교에 들어와서 거짓말하고, 속이고, 뒷전에서 쏘삭쏘삭 건방진 나쁜 장난이나 치고, 그리고 버젓하게 졸업을 하고 나면 교육 받은 인간이라고 다닐 것이 아닌가?
p.102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장려하고 있는 듯하다. 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박힌 듯하다. 가끔 솔직하고 순진한 사람을 보면, "샌님"이라는 둥 "어린 녀석"이라는 둥 하면서 트집을 잡고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이왕이면 큰 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비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술법’이라든가,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학과목으로 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하고 당사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중략) 단순함이나 솔직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