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그가 포착하는 현실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가 그려내는 현실은 밝고 유쾌하고 반짝반짝거린다. 

여기에도 '레벌루션 No.3'의 '더 좀비스'가 나와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활약한다. 히로시가 아직 건강한 2학년 때. 물론 현기증이 심하긴 하지만. 좀 더 빨리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면 괜찮았을까? 안타깝고 마음이 싸했다.

일본판, 한국판 영화도 봤는데, 한국판 '플라이 대디'는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뷁'이었다. 스프xx의 수없는 광고가 영화를 특히 망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연히 영화를 다시 보게 됐을 때는 처음보다 훨씬 괜찮았고, 좀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책이든 영화든 볼 때마다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힘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생생한 바다의 에너지가 느껴진달까? 거기에 '더 좀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내일을 위한 파괴와 재구축. 쓸모 없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 또한 매일 매일 새로 태어나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을 지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언젠가 날 수 있을 거야!

p.15 나를 둘러싼 세계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정상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p.85 "아저씨는 매일 매일 새로 태어나고 있어. 트레이닝을 계속하는 한 퇴화하지 않아."
p.86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 일어나. 내일을 위해 파괴와 재구축을 시작해야지."
p.119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아서 그냥 감각일 뿐이야! 나약한 감각에 사로잡히지 마!"
p.122 "누구든 한 번은 겪는 일이야."(중략) "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넘어지는 법이야. 그 앞에는 두 가지 패턴밖에 없어. 무서워서 어떤 선을 그어두고 그 안에 머물든지, 포기하지 않고 한계 이상을 추구하든지."
p.130 "힘은 머리에서 태어나서 자란다는 걸 알아야지. 머리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힘은 죽어버려."
p.143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혼자서 싸운다는 게."
"어떤 사람이라도 싸울 때는 고독해. 그래서 고독마저도 상상을 해 봐. 그리고 불안이나 고뇌가 없는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야. 정말 강해지고 싶으면 고독이나 불안, 고뇌를 물리치는 방법을 상상하고, 배워 보는 거야. 자기 힘으로. '높은 곳에는 타인의 힘으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남의 등에 머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니체)"
p.161 변화도 없이 늘 정해져 있는 일상을 그렇게 지겨워한 주제에, 정작 그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일어나자, 너무 귀찮아서 안 보이는 척 못 들은 척하며 일상에 달라붙어 있으려 하고 말았지.
p.194 짐승은 결코 의미 없는 싸움으로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 나는 짐승과 같은 이성을 가지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는 웬 낙서? 하고는 기분이 꽤 나빴다. 그런데 복본에도 똑같은 그림과 글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아, 이게 원래 표지 디자인이군.'하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책은 그냥 참 불편한 소설이다. 어느 평론가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불편하다고 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사실 피어싱이든 문신이든 가학적 섹스든 별 감흥도 없을 뿐더러,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의 수위가 그렇게 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일반적인, 또는 이 쪽으로 면역력이 없는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꽤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훨씬 잔인하고 징그럽고 더럽고 야한 이야기도 읽어 봤으니까. 그런데도 이 책은 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난 역시 빛의 세계 가까이에 거주하고 있다는 걸까? 어쩌면 책의 내용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르겠다.(나는 공포영화보다 병원 24시를 더 못 보는 사람)
내가 이 소설에서 죄처럼 느끼는 것은 피어싱, 문신, 폭력, 살인이 아닌 '양다리'와 '죽고 나서 질질 짜기'다. 아마에게 짜증만 부리고, 실컷 이용만 하고, 시바와 자면서도 아마가 죽었다니까 불안해하며 징징대고, 시바가 용의자 같으니 변장을 강요하고. 루이가 싫어. 소설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한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걸까.

인터파크에서 주문했을 때 같이 손잡고 쫄랑쫄랑 따라오는 이 녀석!
책꽂이에 가지런히 모여있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흐뭇한^^
어떤 때는 책 주문을 여러 번 해서 넘쳐나는(?) 북피니언을 지인들에게 나눠줄 때도 있었는데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작지만 뜻깊은 선물이 된 것 같아요.

책을 읽다보면 한 쪽으로 치우쳐질 때가 있는데, 북피니언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글을 다 잘 쓰시는지, 리뷰에서도 많은 걸 얻어갑니다.
이번 7월 호는 커버스토리 ’청춘’과 관련한 여러가지 책과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이는 청춘이라도 청춘이라는 걸 그다지 잘 못 누리고 있기에 더욱 와닿았다는..^^;;
북피니언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푸르름에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