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진로를 결정해야할 시기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업학교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었고
나또한 어려서부터 동네언니들이 거의 그렇게 학교를 가는것을 보며 자랐고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준적도 없었기에
당연히 상업계로 진학해서 취직을 하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또한 상업계를 가는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셨기에
그외에 다른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인문계로 진학할것을 권유하셨다.
그 당시 조금은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내가 인문계로 진학을 하면
지금의 친구들과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그리고 이 친구들과 헤어져서 그리고 나보다 더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속에서
'과연 내가 잘 해낼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적이 뛰어난편도 아니었으므로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있는곳에 가면
나의 성적은 하위권이 될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자신감이 부족했던것 같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그렇게 겁을 먹었던 내 자신이......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변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 길을 가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떤 구체적인 꿈도 없으면서 말이다.
한가지 막연하게나마..영어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유치원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선생님과 눈물을 흘리며 상담을 몇 차례하다가
어느날 "차라리 선생님이 어디 가라고 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건 너의 길이니까 너가 결정해야하는거야.
내가 인문계가라고 했다가 지금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그 때 너는 누구를 원망할거니?
다른 사람을 원망해서는 안돼..
너가 결정하고 너의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해야하는거야..."
그렇게 고민하다가..결국은 많은 친구들이 가는 상업계로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진학 적응을 위해 오후에 특별활동을 실시하였는데
나는 뒤늦게 진로결정이 되는 바람에 내가 들어가고픈 반에는
정원이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원하지 않는 반에 들어갔는데
나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 고역이었다.
소심했던 내게 반이 다른 친구들이 섞여있고..
친한 친구도 없는 그 속에서 낙이 없던것이다..
그러다가 몇 몇 아이들이 그 시간에 수업을 받지 않고
일명 땡땡이를 친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거기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 시간 학교앞 매점에서 그 시간을 보내는것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땡땡이를 치기위해 매점에 모였고
우리는 간식을 먹고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된지 약 10분이나 지났을까
누군가 매점문을 두드린다.
우리를 놀라서 매점 뒤로 달음질을 치는데...
그 때 담장 너머에서 외치는 소리..
"너희들 다 나와!!!"
헉스...처음으로 땡땡이를 치던 날
학생주임선생님의 단속에 걸려 교무실로 갔고
겨울 차디찬 교무실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끓고 빌었다...
엄마를 부르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겁먹고
눈물에 콧물 범벅이 되어 애원하며 울고 있었다.
수업종과 함께 교무실로 들어선 담임선생님..
얼마나 나를 아끼고 챙겨주시던 선생님이셨던가...
나를 보시며 놀라시던 담임선생님..
어떻게 너가 그럴수 있냐며..
믿기지가 않는다고 하셨던 선생님..
한 시간쯤 지났을까...
교실로 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일어서려는데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아있었더니
다리가 저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반 아이들의 놀람속에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왔다
퉁퉁부운 눈을 안보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등교를 하는데
저멀리서 날 부르는 영어 선생님..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어제사건을 물으신다. 그 이름이 너가 맞냐고...
선생님은 다른아이일거라고 생각했다며...
'아~ 이렇게 날 생각해주시는 선생님 죄송해요'
이때 다시금 선생님들께서 나를 얼마나 생각해 주시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상업학교로 진학을 했지만
그 안에서 더욱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취직도 했다가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도 했다.
그리고 중학생시절 나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
내 삶을 뒤돌아볼 때
그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나를 아껴주시고 믿어주셨던 그리고
나에게 나의 삶을 결정할 있도록 이끌어주신 선생님들로 인해
내 삶이 더욱 윤택해 질 수 있었던것 같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