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죽고, 시에 살다

 

시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라면, 시인은 죽음을 초월하려고 하는 존재일까. 이 책은 시인에 대해 죽음과 연관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목도 성격에 맞게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라는 타이틀이 부제로 딸려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시인들 중에서도 이른 나이에 죽음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키워드다. 이 책은 그러한 키워드를 가지고 시인의 삶과 인생을 되짚어 보는 호기에 시작하여 우리의 심기를 울리는 책이다.

 

요절한 시인을 찾아다니는 일은 멀고 험했다. 그것은 비단 파주 통일동산에서 땅끝 완도까지의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손에 잡힐 듯하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그들의 시와 행방은 줄곧 내 의식을 사로잡았다.p.5

 

시인을 찾으려고 했던 저자의 노력은 책을 읽는 동안 수기처럼 하나의 과정으로 펼쳐진다. 저자가 발걸음을 향한 시인들의 장소와 지인들과 사람들 속에서 시인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 상상해 보게 된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직 나조차 찾지 못하는 나에겐 무척이나 버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삶을 찾는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주관으로 체험되는 타인의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나오는 이질감과 괴리감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 시인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 선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 되새겼다. 결국 그러한 생각은 내가 각 시인들의 이야기를 몰입하면서 읽어낼 수 있는 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요절, 죽음이라는 키워드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은 모두 저마다의 꽃을 피우며 불꽃처럼 사라졌지만 저마다 타계 원인과 요인은 각기 다르다. 자살이나 타살, 내인사, 병사나 사고사 등 서로 다른 요인들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우리 앞에 너무도 무겁다. 죽음은 우리를 너무도 무기력하게 만들고, 어둡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죽음의 인식은 우리의 죽음과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요절이란 표현을 ‘물리적 죽음과 의식의 죽음이 한 지점에서 만나 불꽃처럼 타오르다 소멸해간 흔적’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부분과 내가 동치시켜 느꼈던 부분은 시인들이 앞선다는 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앞선, 초월적 자아, 즉 죽음을 생각하는 의식자체가 특별했다는 점이다. 고 이연주시인의 표현인 ‘삶과 죽음 사이가 실은 이토록 쉽고 간단한 것을......’ 시처럼 그들에겐 죽음이라는 에너지가 항시 같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면 정신의 성숙이고, 그것이 모든 시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시를 쓰게 하는 동기와 존재 이유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기형도가 말한 ‘시는 어쨌든 욕망이었다.’라는 표현과 같이 그들이 시를 쓴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한다. 발전해서 그들의 삶과 시의 연관성을 따지는 문제(삶과 작품은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삶자체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또 작품과 작가와의 관계. (작품이 작가보다 먼저인가. 작가가 작품보다 먼저인가), 죽음과 작품의 관계(죽음은 작품에게 영향을 주는가.) 또 한 주체적인 문제로 넘어가서 우리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하는 다양한 상상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재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 시인의 생애적 삶을 서술해 낸 책이 없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책이라 생각되고, 이러한 생애적인 부분에서 나중엔 시적 작품성을 따지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준 것 같다. (생애적인 부분이 강조된 책이라 작품적인 부분은 따로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마무리하며 결국 그들에게 ‘죽음’은 우리의 ‘산다’라는 의미를 더욱 반증적으로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또 막막한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다시 비춰주며 우리 삶을 일으켜주는 것이 시며 시인들의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시인들이 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좋아하는 시인의 스타일과 색을 더욱 더 짙게 갈리게 했고, 그 중에서도 여림의 시로 이번 서평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떠오르지 않았어요.

(...) 저녁 무렵,/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하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여림 p.121

 

[서평]모든 걸 걸었어

 

‘모든 걸 걸었어’ 총 2권분량의 2009년 실제로 있었던 부천FC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화이다. 평소 웹툰에서 ‘갓오브 하이스쿨’이라는 만화로 맹활약중인 박용제 작가의 그림체로 박진감 넘치는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20세 나이에 발병한 신부전증으로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 받았으나 2년 후에 병이 악화되어 4번째 신장을 이식한 주인공 함주명. 그런 그가 3부리그지역구단에 출전하기 위해서 전직 멤버들을 모아서 후에 발전하는 축구팀이 되는 내용이다. 맴버들을 구하는 장면은 각각의 사연들이 대입시켜 이 만화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배신으로 여자만나기에 취미를 붙인 바람둥이 MF 윤성필.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망나니 FW 정혹석. 가진거라곤 노력 밖에 없는 약골 소년가장 MF 김정환. 이들이 모여 벌이는 소년만화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난 콜기퍼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등 뒤에 그물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물이 경기 내내 고요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공과, 경기 흐름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위기는 아주 천천히 만들어져 오기도 하고, 어느 찰나에 벼락처럼 떨어지기도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등 뒤에 그물이 일그러지면 돌이킬 수 없다. <책 中에서>

 

이 책에 내용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어 있는데, 후기에서 제작목적이 지역홍보용 제작지원 만화라는 것을 밝혔었다. 그러나 ‘시작은 이익추구라도 무의미한 만화는 만들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스포츠 만화가 비슷한 성장만화의 성격을 갖지만 이 만화가 다른 만화보다 특별한 건 역시 우리나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작품을 보는 내내 만화를 위해 준비한 배경적 자료들을 구한 노력들을 볼 수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남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보지 못하고 격지 못한 부분을 상상과 남아있는 자료에 의존해서 탄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내용적인 면보다 작품성으로 이 책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어느정도의 픽션적 소재와 내용적으로 자세한 부분은 부족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만화에 장점은 일반 책보다 몰입이 쉽다는 점이 아닐까. 각 주인공마다의 상황을 통해서 여러분 또한 그들의 삶에 자신을 몰입시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엔딩부분의 이 글을 마치겠다.

 

잔디 위에 서 있지 못 한다면

이미 난 존재하지 않는 거야

난 이미, 희망도 목표도 인생도

내 목숨까지도 모든걸 걸어버렸으니까 <엔딩부분>

 

[서평]행복을 일구는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농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알게 된 현대 농업의 한계,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리하는 새로운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유로운 삶에서 얻을 수 있었던 소박한 즐거움과,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P.8

 

어려서부터 농부의 아들로 자란 나는 아버지 일을 도와 농사일을 하였다. 논농사 밭농사 과수농사까지 지금은 밭을 갈고 사과나무를 심었지만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농사철만 되면 항상 부지런히 일하시는 아버지를 피해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상황을 떠올리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 또한 농부라는 귀한 꿈을 가진 후 귀농하여 자신의 신념으로 밭을 가꾸는 사람이다. 특히나 기계화와 대량생산으로 생산되는 농업 일에 돌아서서 참된 농사일을 위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남들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어쩌면 고귀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농부로써 삶. 하나 하나씩 배워가는 그의 삶 속에서 우리 또한 배울 것이 많다고 본다.

 

책의 시작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농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또 농사에 대해 공부하며 적용해가는 과정들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또 그 속에서 바람직한 농사, 그리고 옛 조상들이 가졌던 지혜들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농사 대한 이야기보다 농사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의 변화’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 평가받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남들을 평가하고 있는 ‘자기 자신’일 것입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든요. 이러한 이야기 늘어놓는 이유는 ‘변화된 시선’으로 농사를 바라보기 시작한 후의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시선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지 이야기하기 위해서이지요. p.85

 

귀농을 결심했던 저자의 일화에서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부분이었다. 도시에서 기업광고-홍보영상 연출과 프로듀서 일을 했던 그는 그의 양심과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원하는 것만 하기엔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되어 결국 원치 않는 작업들에 양심적인 문제로 고민을 가졌다고 한다.

 

한 번쯤 입장을 바꿔 그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의 자신에게, 기업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잇는 자신에게 바로 그 정책의 홍보와 바로 그 기업의 홍보일을 의뢰되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껏 생각해왔고 입 밖으로 내뱉던 말들을 뒤집고 성심껏 전력을 다 해 그 일을 진행할 수 있으신가요? p.82

 

그러한 삶에 대한 고민 속에 결정한 귀농의 삶은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적극적으로 누려보자’ 이념을 지키며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일이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농부 삶 속에도 그러한 신념들을 지키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볼 수 있다. 유기농을 바라보며 퇴비를 만들고, 거름을 만드는 피에르 라비의 농법, 비료를 주지 않고, 상보적인 농업이 될 수 있는 태평농법의 이영문 선생, 기적의 사과를 이끌어낸 기무라 아키노리씨까지 다양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가치를 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보다 행복한 일이 아닐까. 빨리 빨리 변화와 성장을 통해 이익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가치를 보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경제학자, 정부, 실업가는 ‘성장’ 자체를 요구하지 결코 그 궁극적 목표를 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성장은 우선 자본의 필요한 부응하는 것이지 주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종종, 이런 식의 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빈곤을 양산합니다. 또한 다수를 희생시켜 소수에게 이익을 안겨주며 호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는커녕 그 질을 심각히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앙드레고르저, [에콜로지카] 중에서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