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만나다
<이번 서평은 서론부분에 약간의 픽션을 더해 써보았습니다.>
학교과제를 통해서 공자의 논어를 읽고 보고서를 쓴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부모님에게 잔소리 듣는 느낌이 컸기 때문에 나에게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보고서 때문에 공자에 기본적인 사상이나 배경들을 간단하게나마 보게 되면서 과연 이 분은 어떤 분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성인 중에 성인인 공자를 신도림역에서 만난다니. 여간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신도림역에서 바쁜 도시인들과 차가운 기차바람을 쌔며 공자를 기다렸다. 그때 들려오는 낯선 중국어에 몸을 돌리니 그렇게 고대하던 공자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오고 있었다. 신도림역에 만난 공자는 내가 아는 공자와는 뭔가 달라 보였다. 아마도 그 옆에 있던 한장쉐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장쉐는 공자와의 만남에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필자는 <논어>와 <사기> ‘공자세가’를 읽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자라는 현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잇을 것 같고, 매사에 사려 깊게 행동했을 것 같은 그에게 깊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논어>를 읽으며 필자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 즐겁고 만족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자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당신은 왜 더 많은 말씀을 남기지 않으셨습니까? 명료하게 설명해놓지 않으신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또 당신의 저작에서 찾고 싶은 해답이 얼마나 많은데요.’ 12p
이 책에서 만난 공자는 논어를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사상들과 삶을 다루며 우리 현대에 대한 문제들을 재해석하여 보여 준다. 또한 완벽한 성인군자라고 하기 보단 정말로 인간적인 사람으로 들어나게 된다. 언제나 주옥같은 삶의 명언을 제시해 주는 그이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기도 하고, 잘못 생각하여 부족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공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워낙 인생을 산전수전을 겪은 위인이기에 그의 지혜가 오늘날까지 공감되는 것 같다.
“군자는 아홉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볼 대는 밝음을 생각하며, 들을 때는 분명함을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함을 생각하며, 몸가짐은 공손함을 생각하며, 말은 충실함을 생각하며, 일처리는 공경함을 생각하며, 의심에는 물음을 생각하며, 화날 때는 어려움을 생각하며, 으득에는 의로움을 생각한다.” <논어 :계씨편> 87p
고전을 만나다
이 책은 인생을 다룬 환승역에서 성공을 다룬 순환선을 지나 사람을 다룬 종착역까지의 시간동안 우리의 삶에 잊혀 진 깨달음을 준다. 고대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상기’와 같이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지혜를 망각하고 있었다면, 곧 다시 그 지혜를 깨닫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다보면 자신이 다 아는 얘기라고 지나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다보면 내가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거울처럼 보게 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공자의 사상인 논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전이야기를 다루어 더욱 더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국지나 수호지에서부터 중국역사까지 다루기 때문에 고전의 재밌는 이야기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전을 통해 지금의 내 삶과 대비하여 우리가 고민하고, 원하는 것에 대한 답들을 조금씩 얻어가는 느낌이다.
서양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1천 명의 독자가 있다면, 1천 가지 햄릿이 있는 셈이다.” 고전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한 속담이다. 마찬가지로 각자가 읽는 <논어>는 서로 다른 거울에 비치는 <논어>가 되고, 그곳에서 얻는 수확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도 바구니 가득 자신만의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17p
인생을 다시 보다
이 책은 다 읽고 보니 내 삶이 조금 더 긴장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혜들이나 내가 인생을 사는 목적들에 대해 다시 힘을 실어준 책이었던 것 같다. 특히나 ‘4강, 일상, 그 콩나물시루에서’ 부분에서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정검 해주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누구를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글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 보았다면, 공자는 굳이 <논어>를 통해 새삼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나라 때의 유명한 유학자 장재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위해 뜻을 세우고 백성을 위해 힘을 다하며, 성인을 위해 끊어진 학문을 되살리고 후세만대를 위해 태평한 세상을 열어간다.” (중략) 공자의 말은 여러 가지 중복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일단 이름을 날리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을 공부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를 위해 봉사하는 목적으로 공부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228~229p
오늘날 많은 이들이 오늘날 삶의 답을 찾으려 애쓴다. 그렇지만 살면 살수록 답없는 것이 인생이리라. 인생엔 완벽한 답이란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강하게 믿는 신념만이 내 삶의 답이 되지 않을까? 공자가 오늘날까지의 많은 사상적 논쟁과 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공자는 내 신념을 더욱 더 굳게 해준 사람인 것 같다.
신도림역에서공자를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