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꼼수를 들으며 웃지 못하는 그대

 

언제 어디서든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 소리를 따라가 귀를 귀기우릴 때면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나는 꼼수다>를 듣고 웃는 소리이다. <나는 꼼수다>는 딴지일보 종신 총수 김어준과 17대 국회의원 깔때기 정봉주, 누나 전문기자 ‘시사 IN>의 주진우, 시사평론가 김용민까지 모두 4인방이 대한민국 정치를 향해 직설적으로 딴지를 거는 팟캐스트 세계 1위의 가카 헌정 방송이다. 대세가 대세인 만큼 나도 그 소리에 한번 웃어볼까 온 몸에 긴장하고 들어보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엔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고, 그렇다고 그냥 듣자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니 이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나도 같이 공감하고 웃고 싶은데. 왜 나만 웃는게 웃는게 아닐까. 그렇게 사람들이 웃을 타이밍에 맞혀 웃는 나에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나는 꼼수다>를 듣는 사람들에게 정치에 대한 상식적인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필자의 마음은 저자의 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나는 꼼수다 정치 상식 사전》은 <나는 꼼수다>를 통해 정치에 좀 더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독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식견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도록 도울 것이다. 독자들이 잘 모를 수 있는 개념에 대해서는 정치학 이론서를 뒷받침해 이해를 도왔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현시점 한국 정치의 트렌드가 된 <나는 꼼수다>를 지지하고 진보적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정치적 지식을 쌓고자 하는 보수독자와 정치에 문외한이라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정치 상식을 알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유쾌한 정치적 사고의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7p

 

아~ 풀어서 보여주는 정치

 

이 책에서는 <나는 꼼수다>에서 나온 정치적인 내용들을 바탕으로 정치적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장 정치적 이슈가 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그러한 내용을 풀어서 크게 4부로 보여준다. 1부에선 이러한 정치적 꼼수라고 꼬집어낸 사건들을 중심적으로 보여주며, 2부에 들어서면 현대통령의 정치적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리고 3부에선 정치적 용어나 우리가 궁금한 부분에 대한 얘기가 담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실질적으로 우리가 정치와 관련되어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며, 정치에 대한 조망과 대안들을 얘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정치적인 상식들을 많이 알아갔는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들의 탄생 배경과 더불어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인 비례대표제도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밖에도 정당과 대통령이 벌인 정치적 꼼수들에 대해서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또 각 문제들을 갖고 과연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이 책에선 말해주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다시금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정치자금제도 개혁의 원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은 정당과 정치인의 실천 과제고, 돈 앞에도 투명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시민의 역할이다. 이제 트럭에 다시금 돼지 저금통과 촛불을 담자. 돈보다 더한 정치적 기쁨과 환희를 안겨다줄 것이다. 55p

사법부는 비정치적 기관이어야 하지만 사적인 정치 감정에 의한 권력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법이 그저 만 명 정도를 위해 존재하다니, 오호통재라! 71p

 

학자금 대출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빚을 권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출 없이 학교 다닐 수 잇는 세상이지, 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잇는 교육을 받는 세상이 아니다.77p

 

예~정치! 정치! 정치!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정치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궁금한 점들이 해소되는 것이 있었지만, 더욱 더 깊게 알고 싶다는 욕구도 더불어 생겨났다. 또 이 책을 보면서 정치적으로 다 알게 된다는 생각도 접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정치의 기본적 상식과 더불어 중요한 사건만을 다룬 책이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정치를 알고 싶은 분들에겐 혼자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한 국민의 시민이라면 그 또한 우리가 준비하고 진행해야 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가들의 수많은 비리와 꼼수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그러한 정치적인 피해를 보는 약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해결해야 될 정치적인 문제들도 많을 것이다. 결국 정치에 대한 올바른 길을 향하는 방법은 정치의 주인인 시민들의 참여로 시작된다 생각된다. 이러한 정치의 장을 통하여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만이 우리 시대의 대안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두운 현실을 보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밝은 희망을 같이 본 것 같다. 촛불이 하나하나 모여 온 광장을 밝히듯이 우리의 정치 또한 변화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엘리트와 비엘리트, 보수와 진보, 강남 거주자와 비 강남 거주자에 이르기 까지 온 국민을 대결 도구로 사용하려고 한다. 진정한 토론은 사라지고, 본질은 실종된 채 아군과 적군의 요란한 공방전이 있을 뿐이다.

이제는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넘어서 일상의 삶에서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정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그로부터 제기되는 유구에 바탕을 둔 정치, 바로 이게 생활정치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는 기존 정치 세력의 기득권을 지속하려는 이데올로기가 교묘하게 숨어 있다. 속지 말자. 구시대의 유물이 된 낡아빠진 1987년 체제의 종언과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과감히 폐기해버리자.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지속돼온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다. 262~263p

 

 

대통령도몰래보는나는꼼수다정치상식사전

 

별 볼 일 없는 인생에 관하여 만나다

 

요즘 들어 늘어난 나의 잉여시간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책표지에 써져있는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라는 글귀를 보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또 무엇보다 큰 제목 밑에 있는 만화라는 글씨를 보고 만화책이란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정말 이 책은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담은 책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왜 난 이 책의 제목을 뒤늦게 봤던 것일까. 머리가 멍해진다.

그래서 혹시 오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서문을 통해서도 밝히지만 이 책은 심리학서적도 아니고 자기개발서는 더 더욱 아니다. 정말 자신의 인생을 갖고 되돌아보며 쓴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그것도 어두운 주제만을 선정하여 별로 볼 일 없는 이야기만을 담았다. 더군다나 만화는 주제별로 하나 밖에 없다. 그러니 그러한 별 볼 일 없는 인생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이 책을 붙잡길 바란다.

 

이런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위화감’ 때문이에요. 정신과 의사라는 제 직업의 바탕에는 ‘위화감’이 존재합니다. ‘왜 여기서 이상한 느낌이 들까?’라거나 ‘왜 여기서 어긋나지?’라는 식으로.(중략)하지만 어두운 주제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잘나오죠. 저는 ‘괴로워하며 죄책감을 느낀다.’라고 쓰면서도 속으로 몰래 즐거워합니다. 그게 묘미라고 할까요? 9~10p

 

별 볼 일 없는 인생에 대하여 읽는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현재 정신과 의사이다. 그 이전에는 산부인과 의사도 했었고, 그 이전에는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도 했었다. 혹은 그 이전에는 어린 아이였기도 했다. 그러한 자신이 자라오면서 일어났던 다양한 심리적 주제들은 이 책에서 보여 진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절망감, 상실감, 혐오감, 허무감, 고독감, 초조감, 무력감, 과대감, 죄책감, 불안감, 피해감, 공허함, 위화감을 나눠 자신의 상황들을 재연해 보여준다. 가끔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책을 읽다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정말 이건 사실이다.

이러한 주제를 상대로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초조감에 나오는 얘기 중 하나다. 전철을 탄 약간 뚱뚱한 정장 차림의 중년 영업사원이 놀랍게도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당사자는 당황하며 휴지를 말아 막아보지만 피는 멈추지 않는다. 여고생은 속닥이며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며 마치 자신이 여고생의 페로몬에 흥분한 나머지 피를 흘린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을까 초조해 한다. 초조해진 그는 코피가 날 때 목을 뒤로 젖혀 출혈을 멎게 한다는 생각에 머리를 저치는 순간 유리에 광음을 내며 부딪치는 사고를 내고야 만다. 결국 이런 얘기는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닌 바로 저자의 이야기이다. 이 장면은 내게 온갖 상상을 주면서 초조함을 그대로 전해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소소하면서도 별 볼 일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통하여 생각한다

 

부정적인 주제는 인간이란 누구나 갖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저자가 말하는 위화감은 우리의 인생을 유지시켜주고 변화시켜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흔히들 말하는 스트레스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이리라. 특히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긍정적인 삶은 이러한 부정적인 삶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할 수 있으니 어떤 심각한 문제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말할 수 있는 얘기가 될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러한 괴로움은 우리의 ‘업보’이니 이를 우습게보지 말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즐기자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삶 속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전 요즘 행복에 대한 생각은 정리 됐습니다. 두 가지 문맥으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평온무사’. 젊은 시절에는 무시했지만 몇 번 데이고 보니 그 고마움을 절실히 깨닫는 다는 그런 거요. 또 하나는 ‘행운’. 마음이 설레죠. 행복은 그 두 가지의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13~14p

 

 

별볼일없는인생입문

 

‘뭐? 내가 암이라구?’ 만약 내가 암에 걸린다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과연 어떨까? 퀴블러-로스는 인간이 큰 병에 걸렸을 때 크게 5단계 반응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는 거부-분노-타협-우울-순응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이 내가 폐암이든 대장암이든 암이라면 나는 믿을 수 없다며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부정하려 할 것이다. 그 후 신을 원망하며 비극의 주인공이 된 양 눈이 빨게 지도록 저주를 퍼 부울 것만 같다. 나는 아직 죽기엔 이르다고, 혹은 나를 살려주신다면 더욱 더 신에게 헌신하겠다는 타협과 협박을 할 것 같다. 그러다 현실을 보고 내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테고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에 어떠한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안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은 막을 수 없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다가오는 죽음을 인정하고 죽어 갈 테지. 이렇게 생각하면 내게 다가온 죽음은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나는 절대 죽음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또 죽음은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해본다. 이 책은 그러한 물음을 시작부터 만들어 준다. 만약 당신이 암에 걸렸다면 어떻게 했을까?

 

2001년 가을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마흔 세 살이었고 아론은 네 살이었다. 최초의 충격을 견뎌낸 후 나는 암에 관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나는 종양이 악성인지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은 조직검사 대기 상태에서 최초의 만화를 그렸다). 사람들은 역경이 그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나는 애시 당초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영웅 타입의 인물은 못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서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중문화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했다. <작가의 서문에서>

 

‘암이란다. 이런 젠장’ 그녀가 보는 진실의 가벼움

 

그러나 이러한 무거운 죽음이라는 주제를 그녀의 삶에서 가볍게 보여준다. ‘뭐? 죽음 앞에서 가벼움을 보여준다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를 보면 처음 생각과 달라져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도 가볍다. 지금까지 나왔던 병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 눌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숙연해 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숙연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라는 그러한 말이 아니다. 이 책은 그녀가 진단을 받을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쓴 이 만화는 죽음에 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이야기 일 뿐이다. 거듭 강조하는 가벼움이란 그녀가 죽음을 보는 삶의 태도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그녀의 삶이 나쁘거나 틀린 것 같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남은 인생을 무겁게만 살아가고 그것을 부담으로 느끼기 보단 이렇게 가벼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그녀의 낙관론적 삶은 나에겐 더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자주 느낀 것은 이질감과 고립감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체험하지 못하는 미리엄스러움의 상태에 내가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것 때문에 나는 자전적 만화들을 많이 읽게 되었다. 또 그것 때문에 나와 유사한 문제로 허덕이는 다른 독자들에게 내 만화가 위로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뭔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실제의 나보다 좀 더 고상하고 좀 더 용기 있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력. 하지만 질병과 맞서 싸우는데 있어서 고상함과 용기 있음이 유일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벼움의 길이 지금보다 더 주목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작가의 서문에서>

암이란다이런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