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여자가 아닐 지라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보석과 이를 빛내줄 장인의 섬세한 세공이 만나 이루어낸, 단순한 장신구를 떠나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한 주얼리. 보석이나 액세서리에 대한 욕심이 그다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주얼리를 보게 되면 몇 초간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보게 된다.

더군다나 장인의 은밀한 의도가 담겨있을 법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주얼리는 더더욱 발길을 붙들며 마음까지 사로잡곤 한다. 보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아무 것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난 듯 그렇게 붙들리고 만다.

 

그런 보석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보게 만들었다.

보석세공입문서나 보석 관련 정보를 찾아 읽은 적이 있었지만 무언가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무언가'가 무언지 모른 채 이 책에서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표지를 들췄다.

 

화려한 주얼리 컬렉션의 향연. 그러나......

 

몇몇 주얼리 브랜드는 눈에 익었지만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가 다수였다. 이 점은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주얼리에 흠뻑 빠져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완전 즐겁게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보석이든 저 보석이든 그게 그것인 것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내용도 아주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어느 브랜드나 훌륭하다는 식의 정보의 나열 탓인지, 아니면 내가 원했던 무언지 모를 것을 건지지 못한 탓인지 몰라도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좋은 소개말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그다지 남는 게 없는 독서였다. 마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특별한 걸 기대한 탓일까. 아니면 일반인으로서 전문적인 지식보다 좀 더 흥미롭게 보석을 접하게 하고,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세계 곳곳의 주얼리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그런 내용을 바란 탓일까.

아무튼 한동안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미치 앨봄의 작품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이후 삶과 신앙, 믿음에 관한 깊은 성찰의 기록이면서 어렵지 않은 구성과 문장이 좋아 제법 찾아 읽었었다.
그러다 어느 때인가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는데 '8년의 동행'이 새롭게 작가에 대한 관심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책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갖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 준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p.16)

추도사를 써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랍비 렙과의 대화. 8년여 동안 이어진 대화는 작가를 변화시켰고 그 변화의 기록인 이 책은 독자의 가슴을 건드리며 또 다른 변화를 기도하고 있는듯했다.

신앙이란 행동의 문제라네. 얼마만큼 믿느냐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도 중요한 거야. (p.69)

그는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는 항상 '우리의 아름다운 신앙'을 찬미했다.
...(중략) 믿음으로인해 그 나이에 그토록 기쁨에 넘치는 렙의 모습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게는 믿음이 그다지 중요한 의미가 없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믿음은 그로하여금 평온한 삶을 살게 만들었다. (p.86)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 종이더미 속에 담겨있는 두 종교인의 삶과 뼈아픈 성찰이 숨쉬는 공기처럼 가볍고 어렵지 않게 그러나 깊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언제든 다시 꺼내 시간과 마음의 공을 들이며 읽고 싶은, 느끼고픈 말들이 세월의 지혜와 신앙의 향기로 빼곡히 들어차있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인간은 늘 신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것은 일종의 오래된 전통과도 같다. (p.21)

아무리 세포나 원자처럼 작은 부분까지 파고든다해도, 항상 그 너머에는 인간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 있지. 그 모든 것을 존재하게끔 만든 어떤 힘말이야. 그리고 인간이 아무리 멀리까지 날아가고,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런저런 세포를 복제하고, 생명을 연장해서 150살까지 산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삶은 끝나게 되어 있어.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 생명이 다하면?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 말뜻 알겠나?"
그는 다시 의자 뒤로 등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생명이 다하는 지점, 바로 거기에 신이 계신다네." (p.114)

우리가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항상 신경 쓰면서 살아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과 애정을 쏟고 우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면, 미처 행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의 말에는 항상 진실함이 담길 것이고, 사랑하는 이를 껴안는 우리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갈 것입니다. (p.133)

그럼 이제 행복의 비결이 뭔지, 수수께끼가 풀린 건가요?
"그렇다고 생각하네."
말씀해주시겠어요?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만족할 줄 아는 것."
그게 다인가요?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게 다인가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하느님이 자신에게 주신 것들에 대해서."
그게 다인가요?
렙은 내 눈을 잠시 응시했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게 전부야." (p.144)

행복, 그건 혼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거야. (p.200)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누군가가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p.213)

나는 내가 무엇을 믿는지 아네. 그건 내 영혼이 믿는 바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늘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믿어야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야.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을 믿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해. (p.224)

당신은 '과거의 나'를 알지요. 과거의 내 모습을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p.266)

무언가를 겪어 본 마음, 아파하는 마음만이 진정 온전한 마음이다. (p.329)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지붕에 구멍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구멍. 슬프고 불행한 일이 거센 바람처럼 몰아쳐 들어오는 구멍 말이다. 우리는 세상의 공격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고, 다음번엔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 두려워한다.
...(중략) 나는 -언젠가 렙이 말씀하신대로- 믿음만 있으면 그 구멍을 수리할 수 있음을, 사람들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p.337)

인간의 영혼은 정말로, 우리가 바라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 무언가다. (p.339)

신앙이란 결코 어떤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님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임을. 하느님을 상자 하나 안에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와 전통과 지혜로운 깨달음을 모으고 또 모을 수는 있다. 그러면, 때가 되면, 굳이 애써 다가갈 필요가 없다. 이미 어느새 하느님이 당신 옆에 와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p.341)

우리 모두의 내면에 신성한 불꽃이 반짝이고 있다. (p.341)

 

무엇보다 미치 앨봄이 마지막 페이지에 적은 한 마디가 가장 가슴에 남았다. 삶과 신앙, 믿음과 불신에 대해 갈등하며 걸어온 하루하루에 격려의 힘을 불어넣어주는 듯했다.

그래! 지금, 내 가슴은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p.345)

그 병 속에는 두 사람의 운명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 편지가, 그것이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편지가, 그리고 이런 이유로해서 거의 운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편지가 담겨 있었다. (p.13)

오래 전 누군가의 추천으로 영화로 먼저 만난 소설이다. 당시엔 원작이 소설인지 모른 채 아련한 내용의 영화구나,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다.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 수많은 영화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영화의 원작자를 알게 된 후 나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는 바로 니콜라스 스파크스.
우연한 기회로 '럭키 원'을 접한 뒤 주목하고 있던 작가였기에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은 영화의 몇 장면을 떠올려가며 소설을 새롭게 읽기 시작했다.

진실한 사랑은 매우 드물 뿐만 아니라, 인생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유일한 것이다. (p.316)

바닷가로 떠밀려 온 병에 담긴 편지를 우연히 주은 테레사가 편지를 쓴 남자를 궁금해하다 그를 직접 찾아나서게 되면서 운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내용은 분명 장르소설에 지나지 않지만, 단지 로맨스라 치부하기 어려운 긴 여운이 있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작가는 옆집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얘기하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신을 아무리 그리워하더라도, 제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순전히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이 나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거예요. 우리들의 슬픔이 아무리 끔찍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제게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나에게, 진실한 사랑은 거부될 수 없다는 것을 믿게 해주셨어요. (p.414)

우리 삶 안에 '사랑'이라는 열정이 분명 존재하며, 사랑은 시간의 인내로 가꾸고 키워야 하는 혹은 신의 도움으로 만날 수 있는 천일화 같이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 말하는 작가의 진지함이 좋아 매번 신작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