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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곁에 있어줘.
아무런 도움도 안 될지 모르지만
내 곁에 있어줘.
퍼레이드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요시다 슈이치’ 소설이었다.
슈이치 특유의 건조함이 묻어나는 문장 속을 거닐다 책을 덮고 난 직후
단순한 연애소설이라 하기 어려운,
그러면서 강한 메시지를 자연스레 전달하는
몹시 느린 템포의 독립 영화를 닮은 소설이로구나, 그리 생각했다.
소리 없는 그녀는 내게 치유이자 두려움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남자가
평생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아온 여자와 사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가 말하는 걸 제대로 알아듣고 있는가란 생각도 하게 되었다.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다. 아니, 전해졌는데도 못 들은 체 한 것은 누구인가.
무슨 일이 어떻게 되어갈 줄 알면서도, 낙관적인 마음 쪽을 믿고 소리를 높이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랑을 말해줘, 는 한 남자의 연애담이었지만 어떤 면에선 상당히 상징적이었다.
옆에서 누가 소리 높여 싸우고 있어도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지 못한채 그저 한가롭게 앉아있을 수 있는 쿄코의 상황에서
마치 타인과 사회에 무덤덤한 나를 보는 듯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귀로 듣고 있어도 안 됐네, 무슨 저런 일이....라는 짧은 한 마디로
그저 흘려보고 그저 흘려들으며 일상을 살고 있는 자신과
그렇게 사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게 돼버린 회색 톤의 자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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