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를 좋아하고 싶은 거니?
아니면, 좋아해주고 싶은 거니?
못 생긴 작가가 쓴 가장 못 생긴 여자를 위한 선물
박민규 작가의 소설은 항상 그냥 흘러나오는대로 막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했다.
그래서 그가 사용하는 단어와 이야기 방식은 만화책처럼 책장을 넘기게 하는 가벼움과 흥미로움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날카로운 풍자가 빛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처럼 그의 글 뒷면에는 항상 존재했다.
이런 작가가 연애소설이라니?
과연 어떻게?
그가 연애소설을 썼다는 말에
그는 어떤 식으로 인류의 오래고 낡은, 그러나 항상 뜨겁게 등장하는 소재인 '사랑'을 이야기 했을까 싶었다.
원피스 형태의 유니폼을 입은 예닐곱 명의 여자애들..... 그리고 그녀가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망연자실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까지도 꽤 많은 못생긴 여자들을 봐왔지만 나는 그녀처럼 못생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세기를 대표하는 미녀를 볼 떄와 하나 차이 없이,
세기를 대표하는 추녀에게도 남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슬퍼졌다.
읽는 내내
'나'가 그토록 못 생긴 그녀와 사랑이란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건
잘 생긴 아버지와 늘 비교되던 못 생긴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랑의 영역에 어떤 식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간에 '나'와 그녀의 사랑은 몹시 수줍고 소박하고 느릿하게 깊어졌다.
어떤 외모의 사람이든 사랑의 모양새는 비슷하리라.
그리고 그녀가 못 생긴 외모로 인해 어릴 적 부터 받은 뿌리 깊은 아픔으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웠지만 슬프고 외로웠다.
사랑은 바로 신이 인간에게 남긴 마지막 희망이었다.
섬세하게 묘사한 그녀와 세상, 아름다움의 기준, 여타의 모든 것에 대한 '나'의 독백같은 이야기는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가 기억하는 박민규라는 작가의 이미지와 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시 그랬어..'라고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글 전체를 통해 역설을 얘기하는 그의 방식은 아니지만
연애소설에 못 생긴 여주인공과
그런 여자를 열렬히 깊이 오래도록 사랑하며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나'.라는 설정 자체가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거대한 '역설'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는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울 듯 싶다.
박민규이니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진실이 어디에 있든, 눈으로 보는 것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이란 감정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