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의, 그것도 결혼한 여자가 열세 살 초등학생과 사랑에 빠진다는 점만 보면 정말 어이없는 설정이다. 사회적으로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질타를 받고 있는 요즘, 소설일지라도 이런 소재와 인물 설정은 좋은 시각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이 아닐 지라도 평범한 설정은 아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선택했을까.
바깥 세계를 모르는 다비(주인공이 기르는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바깥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알 것이다.
“평생 좁은 아파트 안에 가둬두려니 왠지 불쌍하네요.”
이렇게 말한 사람은 분명히 미노와 씨였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에 비친 느낌에 불과하다. 지금 다비를 내보내면 도둑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맛있는 먹이와 따뜻한 잠자리를 빼앗긴 채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와 같다.
내게서 그것을 빼앗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p.223)
회사 일이 바빠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둔 ‘나’는 세상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것을 지켜보며 낮잠을 자는 것이 일과다.(p.21) 꼬박 6년 동안 내내 집에서 빈둥대며 마음 내키는 대로, 마치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처럼 말이다.
이런 ‘나’에게 현재의 생활은 아무 문제없는 행복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옆집 소년 루피오를 알게 되면서부터. 바깥세상의 냄새를 맡게 된 고양이처럼 내면에 갇혀있던 욕망과 자유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애를 좋아한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나는 루피오를 사랑한다. 그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설날. 생각만 해도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오는 걸까?
루피오를 가지고 싶다. 루피오가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 슬프다. 나 역시 루피오의 것이 아니라 남편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괴로운 것일까?
왜 이토록 가슴이 무너지는 것일까?(p.185)
작가는 어린 영혼이 가진 사랑에 대한 지극한 순수성이 내면의 벽에 갇혀 있던 ‘나’를 깨우고 밖으로 불러낸 촉매가 되었다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이 하는 사랑에 내일이 없다 해도 좋아하는 것에 있어 주위의 시선과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는 어린 영혼의 계산 없는 맹목성과 단순한 열정이 지닌 강한 힘이 주는 자극, 그 피할 수 없는 촉매가 잠들어있던 ‘나’를 깨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루피오.
나중에 꼭 같이 살자. 그리고 저런 여자 아이를 낳자.
나는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어리석은 꿈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이다.
하지만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나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미래를 볼 수는 없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믿자.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고.
살아있기만 하면 희망은 현실이 된다고…….
나는 바구니를 다른 손에 옮겨 들고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랐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앞으로의 시간을 향해.(p.307)
어쨌든 이 소설을 읽으니 인간에게 있어 사랑의 열정이란 변화와 생동의 빛과 같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탑에 갇혀있던 라푼첼을 깨운 왕자처럼 내면의 성장을 자극하는 빛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