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란 말에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선뜻 사들였다. 그리고 새 인물을 만나듯 그렇게 펼친 '사랑, 전철'.

전철을 타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문장 속에서 옷깃이 스치듯 서로 얽히고 설키며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막 피어나는 사랑, 빼앗긴 사랑에게 처절한(?) 복수를 한 여자의 무거운 발걸음,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가진 노부인의 뼈있는 한마디, 약간은 바보럽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남자를 사귀고 있는 어느 여고생의 고민 등등.
저마다의 무게만큼 진지함과 이유를 품고 살아가는 일상의 단편들이 전철에 실려 오고 간다.

당신 옆에 나를 위한 자리가 비어 있나요?

읽고 난 뒤, 좋은 이야기란 감상이 가슴에 번졌다.
인간을 관조하는 신의 시선처럼 작가는 전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마치 '당신의 마음엔 주변을 돌아볼 작은 여유가 있나요?'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예리한 사회비판이나 심도 깊은 심리 묘사 같은 건 없지만 읽은 이의 마음에 따스함을 여운으로 남기는 그런 글이었다.

승객 수만큼의 이야기를 싣고, 전철은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선로를 달려간다. (p.137)

이전에 라이트노벨을 쓰던 작가라던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전작 '도서관 전쟁'이 궁금해졌다. 기회가 닿으면 작가의 다른 작품과 함께 만나봐야겠다.
우후.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나날이 늘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