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죽음 이후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제시카 워먼의 ‘열일곱, 364일’이나 모리 에토의 ‘컬러풀’도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해결하거나 죽음의 이유를 찾는 그런 내용이었다. 성인물이었지만 ‘세인트 클라우드’ 역시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조금은 특이한 저 세상, 그레이트 블루 욘더.

이 소설 또한 같은 소재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의 성장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작품과 닮은 소재였다.

하지만 이 소설만의 개성이라 한다면 무엇보다 조금은 특이하게 묘사되고 있는 저승의 세계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그레이트 블루 욘더이다.

언제나 황금색과 붉은 색으로 빛나는 지평선 멀리 푸른 기운만이 어른거리는 세상.

 

저승세계에는 여정만 있고 도착은 없다. 지도 같은 것도 없다. 길을 잃지는 않지만, 내가 있는 곳이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알 길이 없다. …이곳에 존재하는 유일한 목적지는 그레이트 블루 욘더 뿐이다.(p.43)

 

그레이트 블루 욘더는 단지 죽었다 해서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천국처럼 죗값(?)을 치러야 통과할 자격이 주어지는 관문이 있는 곳도 아니다. 죽은 이의 가슴에 남은 일, 끝내야 할 일을 모두 털어낸 영혼들이 제 발로 향하는 세상이다.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데 갈 수 없어 가지 않는 그런 세상이다. 그래서 지나온 과거를 훌훌 털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 죽음의 세상을 떠돌고 거기다 한 술 더 떠 아래 세상에 유령으로 ‘출몰’한다.

주인공 헤리 역시 죽음 직전 누나와 다투며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이 가슴에 남아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그 역시 그레이트 블루 욘더로 향하지 못한 채 아래 세상에 다시 출몰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생활했던 학교, 집, 그리고 거리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주는 이야기.

이 소설의 독특함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우선은 주인공이 쓰는 소소한 표현들에서 재미를 느꼈다. 10대 청소년의 순수하면서도 쾌활한, 약간은 반항기 섞인 어조들이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배꼽 쥘 만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 데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게 했다. 그 탓에 주인공이 겪는 사소한 사건에도 웃음이 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죽은 이가 있고 남겨진 이들이 있다는 필연적 설정에서 오는 슬픔이 깔려있었다.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것이 그리우며 살아있는 친구의 불행조차 부럽다는 헤리의 표현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떠나지 못한 영혼들이 우글거린다는 영화관의 장면은 정말 소름끼치면서도 슬픈 광경(p.164)이었다. 세상을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남겨진 마음들이 이렇게 많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난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얼마나 살고 싶었는지 말로 다 못한다. 너무나, 너무나 살아 있고 싶었다. 나도 저 애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다. 살아 있을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온갖 일상적인 것들, 하찮은 것들, 축구공을 찰 수 있는 능력, 감자칩을 먹을 수 있는 능력, 그런 것들이 미치게 그리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질투가 났다. 살아 있는 게 못 견디게 부러웠다. 물론 살아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래도 부러웠다. 불행한 애들까지 부러웠다. 정말이다. 정말 그랬다. 걔들의 불행까지 부러웠다. 걔들은 적어도 살아 있으니까.(p.173)

 

그렇다, 적어도 우린 살아있으니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만큼 어렵고도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매순간 느끼는 깨달음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 다시 한 번 마음을 두드린다.

그래, 힘들고 어렵지만 적어도 난 살아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