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표지가 맘에 들었다.
특히 휘몰아치는 파도 속을 가르며 역동적으로 헤엄치는 그림자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을 뒤덮은 시원한 푸른 색깔도.
그리고 바다와 파도, 서핑을 소재로 했다는 소개에 이끌려 청소년 대상 소설이지만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한 여름, 물결 치는 파도 위에서 겪는 한 소년의 성장기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이모의 집에 온 케빈은 사촌 조엘에게 파도타기를 배우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사촌이나 그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도 가슴 한 켠의 외로움을 떨쳐내지 못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마음이 케빈 안에 자리하고 있던 탓이었다.
어느날 거센 파도에 휩쓸려 위험에 빠진 케빈을 구해준 버드.
사람들 사이에서 신비롭지만 어딘가 위험한 인물로 취급받아온 그에게서 케빈은 수영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마치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듯 파도를 넘나들며 헤엄치는 케빈과 그를 격려하는 버드의 우정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파도 속의 두 사람에 대한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해 바로 곁에서 헤엄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이 글 속에 풍부하게 녹아든 탓이지 싶었다.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으로인한 환경파괴, 돌고래와의 신비로운 우정, 설익은 10대의 우정 같은 사랑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한 소년의 성장통 속에 잘 어우러져있었다.
버드는 케빈의 머리 속에서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함정에 빠지면 안 돼. 해류를 따라 헤엄치라고. 체념하거나 무서워하지 마. 위험에 직면하기를 두려워하면 안 돼. 케빈, 눈을 뜨라고! 그리고...... 숨을 쉬어...... 한 마리 물개처럼 물속에 그냥 몸을 내맡겨. 네 자신도 물이 되어야 해...... 리듬을 타야 해. 리듬을 타!"(p.195)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만 대상이 청소년인만큼 글의 흐름이 빠르고 묘사의 심도가 얕았다. 마치 아이의 음식이 어른에 비해 간이 옅으듯 그렇게.
그럼에도 이런 소설에 항상 매력을 느끼는 것은 가슴에 새겨진 성장통 때문이다.
가정의 불화로 불안한 10대의 심리상태, 그로 인해 친구와의 관계도 어려움을 겪는 케빈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내 안의 두려움을 공감해보았다.
케빈 앞에 영화 속 영웅처럼 등장한 버드의 존재처럼 날 변화시켰던 내 인생의 영웅과 여러 상황들을 돌이켜 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어려움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위안해본다.
성장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으니 앞으로의 나날도 심심치는 않겠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