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으면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책이 있다. 사막을 헤매며 긴 갈증에 시달린 여행자가 한 잔의 물을 들이켜듯 손에 든 채 책장을 넘기다 급기야 저도 모르게 모조리 읽어버리고 마는 책.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아니 재회했다가 맞으려나?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실험에 과감히 뛰어든 소로가 남긴 위대한 메시지
‘월든’으로 이미 잘 알려진 핸리 데이비드 소로.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검색 사이트든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걸은 삶의 흔적은 언제 어디서나 늘 가슴을 뛰게 한다. 자신이 품은 가치와 열정을 온 몸으로 살아낸,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 늘 감동하게 된다.
보다 적게 가지며 자연과 가까이 살고,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깊이 사색하며 시간을 보냈던 고독하지만 충실했던 하루. 그가 실천한 생활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가 숲으로 간 것은 열심히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본질을 마주하면서 그 생활의 가르침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죽을 때가 되어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므로. 그리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체념하고 싶지 않았다.(책 속에서)
다른 저서에서 익히 만났던 수많은 일상의 조각들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어 격언 한마디를 매일 아침 챙겨보는 기분으로 그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모두를 밑줄 긋고 싶을 만큼 중요한(?) 내용으로.
물론 예전에 읽었던 터라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는 탓에 뜻이 통하는 오랜 친구나 깊이 흠모하는 마음의 스승과 재회한 기분이 들었다.
보람되고 기쁘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는 보편적인 가치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것을 제대로 찾아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별 것 아닌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정신을 빼앗긴 채 살아간다.
빛나는 열정의 소유자였던 소로.
단순 명쾌한 생활로 몸소 실험하고 실천한 그의 말과 생각들.
삶에서 중요한 게 무언지 이미 잘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무수한 인생에게 삶이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임을 말하기 위해 실현한 그의 위대한 실험.
단 한 번이었기에 더욱 빛난 그의 인생을 건 모험을 고스한히 담은 이 책 탓에 처음 ‘월든’을 읽었을 때처럼 또 다시 가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