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도서] 일투성이 제아
초등 중학년, 고학년 도서. 문학. 우정. 자아. 성장
황선미 글. 최정인 그림. 이마주. 2017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얽히고설킨 일도 많은 일투성이 제아를 만난다. 큰딸이고 누나이면서 쌍둥이 여동생까지도 돌보며 집안일도 돕는 아이. 디자이너가 꿈인 아이지만 엄마가 마음대로 정한 학원을 다니는 아이다.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빠와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기에 묵묵히 집안 일과 동생들을 돌보며 남동생의 숙제까지도 봐주는 아이. 제아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친구들과 즐기는 시간조차도 부모는 이해하지 못했고 제아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유조차도 없었던 부모. 삶의 무게와 경제적인 부담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첫째 딸이 안고 가는 모습들이 안쓰럽기도 한 제아를 만나게 된다.
단짝 친구와는 유치원 때부터 친하게 지내다가 점점 멀어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제아는 서운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주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친구들이 있음에 눈을 뜨게 된다. 좁은 시야에서 지냈던 지난날들도 떠올리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만나는 시간들을 통해서 한층 성숙해지는 제아도 만나게 된다. 우정을 다루는 동화이며 심리적인 갈등과 새로운 시야에 들어오는 친구들과의 만남과 가치들도 조명해주는 작품이다.
제아의 할머니. 아이들을 키워주셨던 할머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암에 걸렸고 치료를 거부하신다. 대신에 자신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부모님과 벨리댄스를 배우면서 발표회까지 준비하며 들뜬 할머니의 모습이 제아에겐 어떠한 느낌이었을까. 한번도 할머니가 암이라는 사실에 울어본 적이 없었을 만큼 감정 표현까지도 억누르면서 지냈던 제아. 제아는 처음으로 새롭게 사귄 친구에게 할머니 발표회에 초대하면서 할머니가 암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흐르게 된다. 친구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였던 제아와 함께 울어준 친구의 모습도 작가는 그려준다.
친구란 무엇인지, 할머니가 암 치료를 거부한 것에 대한 생각들,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책방을 후원하는 분이었다는 사실, 황반 변성이라는 병명이 가지는 의미, 시력을 잃어가는 할머니도 작가는 작품 속에 비추어준다. 작품 하나에 나누어볼 수 있는 생각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권위적인 모습이라 답답하기도 한 작품이다. 아이들도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바램도 있다는 사실이 무시되는 느낌이었고, 아이들에게도 선택권이 있어야 하며 발언권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없었던 초반부의 이야기.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제아라는 주인공 친구는 어느샌가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과 발언을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조율하며 고려해주는 모습이 많아지기를 희망해보게 된다.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며 아이가 선택하는 삶이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선택으로 실패를 할지라도 그 또한 귀한 경험이 되어 발판이 되어준다는 사실에 응원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된 책이다.
책 중에서
좋은 시작은 좋은 끝을 볼러오게 돼 있다.
다른 길로 가 버린 친구는 그냥 보내는 거라고.
우정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라면 우리가 진짝 친구였을까.
이런 애들이 친구라서 좋다. 이젠 내 마음을 감추거나 참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 돈이 없어서 못하고, 바빠서 못했던 것들, 그런 걸 하다보면 암 생각도 안 나다는 할머니.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란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누가 도와줬던 것처럼.
지혜는 아무하고나 어울리지 않는다. 반에서 따돌려지는 애나 집이 어려워 보이는 애하고는 말하는 걸 못 봤다. 전에는 왜 그런 것도 몰랐을까. 지혜는 자기가 잘나 보이려고 친구나 고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