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후 네시
아멜리 노통브 저자. 김남주 옮김
열린책들. 2017

책표지의 그림과 책을 소개한 글을 읽고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쉽게 책장은 넘어갔지만 오후 네시마다 문을 두드리며 찾아오는 이웃집 남자의 방문은 매일 반복되면서 이웃집 남자가 보여주는 특이한 반응들과 모습들이 점점 물음표가 되어간 작품이다. 그의 방문이 가지는 의미,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가진 의미들을 계속 질문하면서 읽어가게 된다. 후반부에 보이는 에밀이라는 주인공 남성의 여러 생각들은 확고하면서도 견고한 프레임으로 진행되어가기 시작한다. 그가 결론된 이웃집 남자에 대한 생각들은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진적으로 밤의 에밀이라는 악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낮의 에밀과 밤의 에밀이라고 그 자신도 명명하게 되면서 악한 모습과 선한 모습의 공존을 독자들은 마주하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웠고 놀라웠던 이웃집 남자의 집안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웃집 여자의 모습과 해동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에밀의 아내인 쥘리에트가 보이는 모습들도 주시하게 된다. 이웃집 남자가 떠난 이후 환기가 되고 정리가 된 집을 먼저 떠올려보게 한다. 그리고 쥘리에트가 준비한 수프와 그녀가 건네는 대화와 손길은 매일 반복된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들이 가진 의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짚어보게 한다. 애정 어린 손길과 관심으로 돌보는 가족들의 보살핌이 가지는 의미도 떠올려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기본적인 사고와 정서, 생활습관의 부재가 어떠한 결과가 되는지 이웃집 남자의 집과 이웃집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작품이다.

의사였던 이웃집 남자의 모습은 지금도 의문투성이다. 기쁨도 모르고 웃음도 모르는 듯한 모습을 가진 이웃집 남자. 난해한 느낌으로 책을 덮게 만든 이웃집 남자이다. 마침표를 시원하게 찍을 수가 없었던 이웃집 남자였다.

책은 두껍지 않으며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이며 인물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느라 난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야기로 기억될 듯하다.

 

[신간]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커르. 밝은세상. 2017

제법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책장은 멈추지 않고 넘어간 소설이다.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소설 작가인 주인공에게 걸려온 큰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 아무 말 말고, 볼티모어로 와다오." 큰아버지의 말은 단 한마디가 전부다.

프롤로그
제1부 사라진 청춘의 서
제2부 사라진 우애의 서
제3부 골드먼들의 서
제4부 비극의 서
제5부 치유의 서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에 비추어지는 양분된 비교들이 넘쳐난다. 양적인 비교가치들로 어린 주인공의 시선에 보인 상류층의 삶과 공간들, 행복들이 펼쳐지는 볼티모어의 집안 식구들이 묘사된다. 그들이 가진 직업들과 향유하는 삶의 여유들과 함께 비교되는 주인공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는 남루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비추어진 큰아버지의 댁의 모습과 자신이 사는 집과 부모의 모습부터가 대조적으로 전개된다. 더불어 사촌들의 이야기도 읽어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들이 성장한 여러 이야기들이다. 학교생활, 공립학교가 가진 확고한 교육관의 문제점도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지적해준다.

유대계 미국인 골드먼 가족은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이라는 두 개의 가족으로 나뉜다. 이 집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시간들을 통해서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질투라는 화신을 만나게 된다. 끈끈한 우정을 가진 그들에게서도 질투가 존재하였음을, 형제들 사이에서도 질투가 존재하였음을, 큰아버지 마음에서도 질투하는 상대가 있었음을, 주인공 작가의 마음속에도 사랑하는 여인을 사이에 두고 사촌들과의 질투가 존재하였음을 소설에서 마주하게 된다. 화의 시작이 되는 질투를 우리는 여러 차례 이 소설을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그 결과는 때로는 멈출 수 없는 오해와 허물과 슬픔과 과오와 아픔으로 고스란히 그들 가족들을 할퀴어가기도 한다.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만나게 되고, 알아간 사실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때로는 크나큰 오해들이 되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과 우리가 느끼는 것과 짐작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만나보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을 허물어지는 광경들과 순간들이 일어난 원인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결코 작지 않은 레오라는 인물까지도 기억하게 된다.  " 절대로 늦지 않았어! 사랑을 쟁취하려는 사람에게 너무 늦은 경우는 없어." (615쪽)

우리의 비극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야. (중략) 죄책감이라는 망령들은 멀리 쫓아버려. (608쪽) 큰어머니가 주인공에게 건네는 대화이다. 짐작의 오류들, 오해와 질투들이 낳은 결과들은 때로는 참혹하기도 하다.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깊은 뜻을 간직하기도 한다는 사실들이 있었기에 치유되어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깊이 사고하길 원하지 않아. 깊은 성찰보다는 이미지에 좌우되지.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따르는 거야. (중략) TV는 계속 명령을 내리는 존재야. (중략) 사람들은 호갱 노릇을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몰라. (중략) 결국 좀비 무리와 노예 인간들이 승리를 거두게 될 테니까.
작가는 인물들을 통해서 신랄하게 목소리를 전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작가는 음반 시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음악 자체보다 이미지 홍보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큰아버지의 마직막 남은 삶의 순간에 그가 조카에게 건네는 축복도 감동적인 순간이 된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나를 축복해 주었다.(636쪽)  인물들이 보여주는 허물들까지도 차곡히 떠올려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된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를 읽다가 책 페이지에 생각들을 기록하면서 읽어간 책이기도 하다.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17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작품에 대한 예감이 느껴지는 책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작가의 책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이 작품은 기존에 읽은 작품들보다는 짧은 소설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듯한 느낌으로 펼친 책이었는데 의외로 천천히 몇 날 며칠을 읽어간 책이었다. 일부러 발걸음을 느리게 읽어간 책이다. 하루하루를 충분히 느끼며 이별을 예감하면서 읽어간 시간들.

광장은 완벽한 원형이다. 완벽하다는 표현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이 책에서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펼쳐진 머리의 추억들이 광장에 그려진다. 그리고 매일 좁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을 의식한다는 것은 씁쓸하기도 하고 잊히지 않도록 간직하고픈 광장이기도 하다. 그 광장에는 할머니와 처음 만났던 곳, 바쁜 아빠와 어린 아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때로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노아라는 손자와의 추억들과 대화들도 가득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간직한 추억들도 잠시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랑하고 실수 투정이지만 서툰 사랑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수학과 손자를 사랑한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 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 바빠서 아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이야기, 손자와 밤낚시를 하면서 텐트에서 지냈던 이야기들,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한다. 신을 믿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신을 믿었던 할머니와 손자에 대한 이야기도 책은 전한다. 삶의 끝자락임을 알고 너무나도 보고 싶고 함께 하고픈 먼저 떠난 할머니와도 손을 놓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천국이 있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늘 함께 하고 있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믿고 싶은 마음도 전해지는 이야기다.

묵직한 이야기지만 떠올릴 수 있는 추억과 사랑이 있다는 것도 함께 떠올리며 읽어간 책이다. 뇌가하는 일들을 이 책에서도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어린 손자는 어느새 훌쩍 자라 선생님이 되었고 아이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광장에는 아직도 어린 손자 노아노아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할아버지와 노아가 주고받는 대화들이다. 특히 학교라는 곳의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며 노아가 학교 선생님이 서술한 내용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노아가 대답한 글들을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책이기도 하다.


책 중에서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79쪽)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이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71쪽)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중략) 함께하는 거요.(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