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학동네. 2017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의 작가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 작품이 처음으로 읽는 작품이 된다. 병원에 입원한 기억을 소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형상이 되지 못한다. 서로가 기억하는 파편들은 언제나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 이야기들과 기억들을 따라가는 것의 의미들을 떠올려보게 하는 작품이 된다.

가난. 가난이 가지는 의미도 다양하듯이 작가가 말하는 가난과 어린 시절의 트럭에 대한 기억과 뱀에 대한 기억 조각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잔상이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추위가 싫어서 따뜻한 학교에 머문 나날들은 그녀에게 숙제와 독서라는 큰 연결고리로 이어주게 된다. 그렇게 그녀가 가졌던 기억들은 다른 형제들과 다른 삶으로 연결되며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그녀의 사랑.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은 그녀의 부모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 이유가 되는 아버지의 과거 전쟁 경험과 이후 남편이 부모에게 받는 엄청난 돈의 출처도 전쟁이 가져다준 돈임을 짐작하게 되며 그녀가 꿈에서 꾸는 어린 두 딸과 자신이 가스실에 끌려가는 공포도 모두 연관 지어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담백하게 기억들을 떠올리는 글들은 너무나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게 해준다. 하지만 그녀가 학창시절 만났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과 글은 쉽게 잊히지 않는 글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옷 가게에서 마주친 작가가 건넨 냉혹하다는 말의 의미는 후반부에 작가가 적어내려간 글에서 다시금 정리하는 글을 통해서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엄마와 딸의 관계, 가장 닮기 싫은 인물이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사실도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는 외치는 말들이 있다. 그렇게 형제들과의 관계도 시간 속에서 서서히 변화되어간다. 이외에도 그녀 자신의 가족관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되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녀가 두 딸에게 준 분노라는 감정을 작품 속에서도 고스란히 들어낸다.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가족들을 떠나는 의미가 되고, 가족을 버렸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을 그녀는 말한다. 그렇게 그녀 자신의 이야기들이 기억 속에서 소환되어 서로 어우러지는 인물과 사건들이 되어 그녀의 삶을 이야기해준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까지도 읽어보고 싶다고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자기가 받은 교육을 그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내리누르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라면...그런 사람은 그냥 형편없는 쓰레기예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겨잡고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네 인생을 봐. 너는 묵묵히 네 길을 가서........ 원하는 걸 이뤘잖아.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너희가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는 생각은 절대하지 마라. 내 교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략) 우리 모두 그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를 존경했다. 이것은 열두 살짜리들의 학급에서 한 남자가 이루어내기에 절대 작은 업적이 아니다. 그는 이루어냈다.

- 책 중에서 -



당신의 보통을 맞추어 드립니다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콤마. 2017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기다렸던 책이다. 새로운 미래식당. 그리운 미래식당. 사람과 사람이 나선형으로 마주하는 곳이라고 책이 전하는 미래식당은 묘한 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부터 미래식당의 이야기는 기존의 것을 다르게 시도한 식당이라는 느낌부터 가지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일본 미래식당의 주인이 풀어놓는 이야기. ㄷ자형 카운터.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매일 바뀌는 정식.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밥통. 사진집. 맞춤 반찬 기록. 사용한 무료식권. 메뉴는 매일 바꾸는 식당. 계절과 함께 바뀌는 식단. 음료반입. 한끼알바. 무료식권 시스템. 여러 가지가 시도되고 있는 식당이다. 손님과 주인이 훈훈하게 식사할 수 있을 거라는 짐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하지 않은, 딱 알맞은 거리의 관계.라고 저자는 표현하는 식당이 된다. 지쳤을 때 생각나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가게, 기운이 없어도 오는 것이 힘들지 않은 가게, 상대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서로를 깊이 파고들지 않는 스타일을 가진 식당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관심도 아닌 과도한 관심도 아닌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미래식당이라는 느낌을 충분히 그려보게 한다.

 

생각이 많았고 생각에 멈추지 않은 미래식당의 주인의 비전도 전한다. 체인점을 늘리는 방식을 원하지 않는 식당이다. 자신의 비전이 전해지고 또 다른 식당 창업주들의 도움 요청까지도 도와주는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윤추구가 배제된 곳도 아니다. 이윤은 점심 식사의 빠른 회전율로 충당을 하며 좋은 재료, 좋은 그릇들, 맛있는 음식 등으로 노력한다. 저녁에는 맞춤 반찬으로 손님들과 소통하는 서비스를 추구하면서 차별화된 생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굵직한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본문을 차지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본문에서 다 이야기하지 못한 뒷이야기와 미래식당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개인적인 일화가 실려있는 책이다. 기존의 상식이라고 하는 것과 다른 것을 시작하려면 그만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저자의 말과 누구라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를 추구하는 미래식당의 비전을 오랜 시간 떠올려보게 하는 식당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다.

 

우등생에 물들어보러니 미래식당의 위기에 대한 글 중에서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악을 뛰어넘는 본질 때문에 움직이는 가게로 남아 있고 싶었다. 절대로 기존의 도덕 잣대로 잴 수 없게 하자.라는 글을 통해 나름 생각이 많았던 식당이라는 것을, 기존의 식당과는 차별화된 분명한 선을 가진 식당이라는 것을 느꼈던 이야기다. 식당 창업을 하고자 노력한 무수한 여러 노력들도 책은 전해준다. 끝없이 노력하는 저자의 요리 열정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맛있는 요리의 비법도 살짝궁 알려주고 있어서 밑줄 치며 배운 책이기도 하다. 주목받는 식당, 그 이유들을 조명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미래식당이 가진 비전을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된다.

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별판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최지혜. 이수진. 서유현
미래의 창. 2017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2018년을 그려보면서 읽게 된 책이다. 연말이 다가왔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서점 나들이를 가보면 이 책이 가득히 진열되어 있어서 더더욱 실감하게 된다. 기다렸던 책이며 기대되는 시점에 만나보게 되는 책이다.

2017년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며 2018년을 미리 전망해볼 수 있다는 잇점에 강한 매력에 끌리는 책이다. 특히 이번 책은 10주년 특별판이라 색다른 느낌으로 책을 살폈던 책이다. 지나온 시간들과 함께 책이 제공해주는 키워드들을 살피며 시간여행도 해보게 하는 특별한 책이 된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트렌드 코리아의 키워드로 살펴보니 많은 느낌들이 교차하는 시간들로 기억되기까지 한다.

 

2018년. 황금 개의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오렌지색으로 책표지를 채운 트렌드 코리아 2018. 그 이유들도 책은 담아낸다.
기대와 우려,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며 여러 관망까지 책은 담아내고 있다. 2017년 한 해의 트렌드 2018년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과 영화계, 보험계, 은행계 등의 흐름까지도 살짝궁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용어설명도 친절하게 제공된다. 사진자료, 분석 자료, 그래프 등 많은 자료들이 제공되며 사진자료들도 제공되기에 내용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한 해를 보내며 저마다 떠오르는 것들이 많듯이 2018년을 전망하는 분석 자료들은 이 시점에 꼭 읽어 두어야 할 책이 된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아무래도 청년에 관한 분석들이다. 시대적인 흐름에 그들이 선택한 것들, 그들의 소비패턴, 그들의 가치들이 고스란히 트렌드가 되었고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귀추까지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도 이 책은 분석하면서 담아내고 있다. 기업들과 정치인들이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이 책은 많은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 총괄적인 분석 보고이며, 2018년을 미리 짐작하면서 준비하여야 할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과 예비 투자자들에게도 쏠쏠한 정보가 될 책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랑은 발견되는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작업, 끊임없는 노동, 서로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것"이라며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유동적인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가족 이후의 가족, 관계 이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고슴도치 딜레마 사이에서 당신만의 적당한 거리는 얼마인가? - 책 중에서 -

연예, 동거, 결혼, 졸혼, 이혼. 2040년이 되면 결혼제도가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한 미래학자 카론 멀로니의 의견은 또 다른 사회적 의미가 된다. 사소한 일상을 보물로 여기는 트렌드도 주목하면서 읽은 내용이 된다. 사람들은 행복을 삶의 최우선으로 여기면서도, 행복을 최우선으로 좇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 라즈 라후나탄 교수(263쪽)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1순위 결과도 매우 인상적인 내용이 된다. 40대 이상의 선호도와 20-30대의 선호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와 20,30대들이 가진 가치관까지도 책은 조목조목 전해주기까지 한다. 그들이 가진 장점과 단점까지도 책은 전해준다.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그들의 단점과 장점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주름져 보이는가? 멋져 보이는가?
광고 문구이다. 사진자료와 함께 내용이 제공되는데 이와 관련된 평범한 여성 모델의 실제 몸매 광고는 오히려 광고 매출이 증가하였다고 책은 전해준다.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이 책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작년에도 읽었던 바로 그 책. 올해도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들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트렌드를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게 한다. 그리고 새해를 어떠한 시선으로 준비하여야 하는지도 함께 제시해주는 책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대, 언더독의 약진에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