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위한 변론' ^^
도대체 식물을 왜. 어떤 식으로 변론을 한다는 것이지?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 역시도 저자가 말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식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물을 식물이라는 생명 자체로 보지 않고 야채나 약초 정도로만 생각했고 그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어떤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느냐만이 관심사였던 거 같다.
텃밭이나 산책로, 논둑이나 밭, 산에서 만나는 식물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지 단 한순간도 관심을 가져본 적조차도 없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라는 업무가 있다는 것도, 채석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이런 일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인간의 관점 특히 어떤 것이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저자의 의견대로 이런 관점 자체가 인간의 이기심 그 자체였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사진만으로는 어린 시절에 동네 뒷산이나 밭둑에서 봤던 산딸기를 꼭 닮은 앨러게니 블랙베리는 맛있어 보이는 탐스러운 모습과는 토양속의 망간을 이용해 독을 만든다고 해서 산딸기라고 해서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안일한 생각이 무지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봤던 식물에 생태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생각나기도 하는 책이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인간에 한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식물마다 수분에 도움을 주는 새나 벌 등의 유일한 종의 동물 반려자가 있으며 식물의 생식기관의 모양이 자신의 반려자가 꽃가루를 묻히기 편하게 모양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물 또한 자신의 생식력과 자신의 반려자를 위해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그동안 경과했던 거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식물을 위한 변론이지만 단순히 식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식물을 둘러싼 곤충, 동물, 인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고 그가 자신의 주변에 식물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아니다.
베르가뭇이나 백합처럼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도 있지만 물총 오이나 마늘 냉이처럼 익숙한 식물의 낯선 형태를 볼 수 있고 이름이 너무 어렵고 길어서 기억하기 어려운 식물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바 오이도 그 모습이 신기했지만 이미 알고 있고 너무 유명한 개미지옥은 언제 봐도 그 모습이 신기한 거 같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식물의 사진을 보는 것은 어린 시절에 자주 봤던 식물 백과사전이 생각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봄직한 신기한 식물들의 사진이 먼저 눈길을 끌었지만 설명을 읽으면서 그 독특한 모습들이 개성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식물들을 나물이나 채소, 약초, 독초 등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분류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텃밭이나 화분에 심어둔 다양한 꽃과 채소들뿐만 아니라 잡초라며 눈에 띄는 대로 뽑아내던 이름 모를 풀들도 그 생명의 가치가 다르지 않으며 그 나름의 생존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책 읽기였다.
식물을위한변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