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받아들일까? 나를 그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나는 이제껏 사랑을 상대를 받아들이고 사로잡는 문제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결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상대를 영원히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판단하려 했다.
다시 말하면 상대의 생활패턴, 일상, 삶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이다.
연애가 시들해지는 순간에도 그를 이해하려는 시도는커녕
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사랑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엔 뛰어넘을 수 없는 깊은 간격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던 시기에 한상복 선생님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어른의 사랑'을 시작하려면 한 번쯤 ‘냉정한 선택’과 마주해야 한다고 전한다.

 

한상복 선생님이 말하는 '냉정해야 할 순간'이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필요한 시간'을 말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마음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지금의 문제를 생각해볼 시간.
나를 힘들게 하고, 상대를 힘들게 했던 지점들을 찾아가는 시간...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는 사랑은 습관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이제는 성장 없는 연애을 끊어내고,

서로의 일상과 삶을 배워가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랑에 실패하지 않으며 사랑의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곱절 천곱절은 더 중요하단 말이오." 최근에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로 분한 하선이 이 대사를 말할 때, 꾹꾹 눌렀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이 위정자에 대한 지독한 혐오를 표현한 것이든, 환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든지 간에 나는 백성을 우선시하는 그의 휴머니즘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감정, 지금의 대선 분위기,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생각 속에 있을 때, <인간이 먼저다>라는 책에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되었다. 이 책은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전선 연대후보로 출마한 장 뤽 멜랑숑의 공약집 <L’humain d’abord>를 번역한 책이었다. 이 얇은 공약집이 어떻게 프랑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나 궁금해 선뜻 책을 펼쳤다.

 

우석훈 교수의 해제가 앞부분에 실려 있는데, 프랑스 정당과 한국의 정당을 비교한 부분, 18대 대선에서의 주요 관전 포인트, 멜량숑의 몇 가지 공약에 대한 해설이 인상적이었고, 사전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9개의 장에서 다루는 '빠르게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과제'는 한국 사회가 겪는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정책 제안자와 대선 후보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을 듯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포장한 자서전에 신경을 쓰느니 <인간이 먼저다>와 같은 제대로 된 공약집을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과 의무에 더 합당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공약의 기본이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의 합리적 법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서민의 임대능력을 고려한 주택정책 등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멜랑숑의 정책과 비전이 소개되는데, 정책과 공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기준점이 세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앞으로 몇 달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들의 선동과 환상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을 선택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허망한 약속이 아닌 삶의 과제에 다가선 멜랑숑의 공약처럼 국민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치와 책임은 무엇인지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이야기만 시작하면 쏙 빠져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야기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언변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더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회사에서 발언할 때나 일상에서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
사람들에게 좀더 어필하고 싶어서 '말하기 기술' 책들을 많이 사 읽는 편이다.
하지만 내 말하기 습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스토리'가 결정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
내가 말하고 싶은 생각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을 대화의 1순위로 두었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자연스럽게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의 논리 구조까지 저절로 염두에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말하는 것을 주저하고, 피해버리곤 했었는데,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내 의사를 전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스토리로 말하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도 좋을뿐더러
나의 소통능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
앞으로 무언가 불통의 기운이 감지될 때면, 이 책을 펼치고 스토리의 힘을 상기하며
다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