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내가 불자여서였다.

그래서 쉽세 눈이 가고 먼저 손이가는 그런 책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스님이 지으신 책이라니 음...뭐랄까? 그저 에세이려니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내 지난 과거들을 하나씩 꺼내어 내게 스님께서 이렇게 그래..그렇게..아니지 요렇게...

그래그래...그런거야..라고 말씀해 주신 느낌을 한 껏 받았다고 해야할까?

사람 사는게 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지만 같다라는 생각을 책을 통해 또 한 번 실감했다.

 

나는 법륜스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물론 그전에 출판된 책을 만난 적도 없다.

처음 만나게 된 책속은 꼭 나를 꼬집어 이야기 하시는 듯 하여 혹 내 이야기를 알고 계시는가 싶을 정도랄까?

사람이 그렇다..나를 아무리 숨겨도 남들이 다 알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서란다.

스님의 일침들이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판단에 오히려 힘을 주시는 듯 하여 맘이 편하다가도

그 때 난 왜 스님의 말씀처럼 냉정하거나 이성적이지 못했나하는 반성의 시간도 갖게 돼었다.

 

난 이 시대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의 하나를 실천하고 만 사람 중 하나다.

스님은 그렇게 말씀하신다..둘중 하나라고..

혼자여서 행복하다면 당연히 혼자 살아야하고

둘이여서 행복하다면 당연히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그 선택은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는 것이며 둘이어서 불행하고 그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이와 행복하다면

당연히 떠나보냄이 서로를 위해 행복한 선택일거라는 말씀이시다.

 

내가 가장 힘들어 할 때 이 책을 만났다면 나는 조금 더 빠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이 책에서처럼 현명한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사람들과의 대화와 내 지난 시간과의 타협과

내 자신과의 결투를 벌여야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스님 말씀처럼 결론을 내리기까지 인간이 번뇌해야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으며 그를 떨쳐내기까지가 얼마나 힘든지는

몸소 경험한 것이 된 것이다.

 

최근 아버지가 어머니와 살기 싫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유가 없다.

그냥 살기 싫다...

난 아버지께 무지 화를 냈다. 평소 엄마는 내가 늘 아버지편에 들어서 이야기하는 것에 질투아닌 질투를 하셨었는데

이번은 아버지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렇게 명절을 타인아닌 타인처럼 보내고 서먹해졌지만 우린 가족이니까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도 편치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스님은 그렇게 말씀하신다.

부부문제라고...

부모님도 부부라는 거다..

자식이 것도 다 큰 자식이 관여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저 저만치서 지켜보며 두분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부모님을 가르치는 꼴이 되면 아니된다 하셨는데..

난 부모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좀 부모보다 잘났다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그런 모습에서 부모님은 내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어찌해야하나 책을 읽고 조금 헤매고도 있다.

 

살면서 힘든 일이 없으면 그게 삶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속에서 질문자들은 내가 아니었다. 그저 일반인들이었다.

그렇다면 나처럼 내 부모처럼 힘들고 아프고 괴로움에 놓여 고민하는 사람이 우리 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를 어찌 현명하게 헤쳐가느냐는 스님의 말씀처럼 모두 자신의 수행에 달린 듯 하다.

 

나도 나를 위한 수행을 다시 시작해야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책을 한 권 읽고 나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용기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주책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한 꺼풀 벗겨내고 이겨냈다는 결과물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스님의 말씀처럼 내가 수행하지 않고 내 부모가 내 형제가 내 자식이 훌륭해지길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나를 다잡으며 삶이 곧 수행이길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보려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말이다..^^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꼭 읽어보길 권하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땐 조금은 망설여졌다.

많은 에세이들이 그렇듯이 조금은 억지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꿰어 맞추진 않았을까하는 의문아니 의심에서였다.

왜냐구?라고 물으면 길을 의인화 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허나 역시 나의 첫인상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님을 첫장 펴고 둘째장 넘기며 알아버렸다.

우리 삶을 길로 보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일까?

내용중에 수목장을 한 작가의 은사님 나무를 보고 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는 그 나무를 보며 길도 윤회를 하고 세상 만물이 다 윤회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길에 대한 어쩌구저쩌구하는 잡념에 들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그 부끄러운 마음에게도 길은 길을 내줬다는 표현을 했다.

그 말이 얼핏 보면 이해가 안가지만 그 길과 그 길이 다른 의미였던 것이다. 나도 참 어리숙하다란 생각을 했다.

걸어다닐 수 있는 길만이 길이 아님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길은 어떻게든 이어져있다..길이 끊어질 수 없음을 내가 살아오면서 봐왔고 앞으로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길을 우리네 삶과 비교해도 마찮가지다. 부모가 없고 내가 존재할 수 없으며 내가 없이 내 후손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그 가지가지의 길이 모두 하나에서 시작된 것임을 우리 알지만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작가는 참 많이도 반성을 한다.

난 이 책을 읽고나서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작가의 수도 헤아릴 수 없는 반성문을 몰래 훔쳐본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참으로 많은 것에 반성을 하고 또 반성을 하며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좀 더 발전시켜나가기도 하며 다음엔 어찌해야하는지 답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나이먹어 혼자사는 노총각에 바다 한 귀퉁이 뻘에서 낙지를 잡아오기도 하고 친구의 제자들에게 뻘을 체험하게도 하고 근처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기도하며 글을 쓰는 시인이라고 한다...스스로는 함씨라고 불리우길 좋아하지만 타인들은 그를 함작가나 함선생이라고 부른단다.

왠지 난 그가 부러웠다. 책속의 그는 조금은 허름한 바닷가 옛가옥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벗삼아 마당에 짖지도 않는 개와 더불어 백수처럼 빈둥거리기도 하고 망상에 빠져서 뒤척이다 잠이들기도 할 것만 같은 조금은 남루한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외모적 상상보다 더 매력적인 건 그의 도드라진 언어적 표현이다. 특별할 거 없는데 특별해보이고 남들 다 쓰는 글귀인데 왠지 그만의 언어처럼 다가오는 표현들이랄까? 나는 그의 에세이속에 담긴 그를 고스란히 내 안에 담아내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과연 그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혼자인 시간이 너무 길어 어쩌면 자신의 삶을 그리 홀로 긴 세월 지켜내오는 길에 비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외로워 길마저도 가족처럼 느끼며 자신의 삶을 비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글을 쓰는 외로운 남자작가의 방을 살며시 문열고 들여다본 듯한 기분이랄까? 그래서일까? 난 책을 읽고 있는데 내 머리속은 이미 그의 집에 도착해서 그를 찾고 있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어쩌면 내가 그의 에세이 속 주인공처럼 그의 주변을 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에세이를 접할 땐 항상 음...그래..그랬지...아하...그렇네...그랬었구나..으히히..나도 그런데...이런 반응이었다면 이번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말그대로 내가 그의 가족처럼 그를 들여다보는 아주 편안하고 자꾸만 반성하는 그를 보며 학생이 써온 반성문을 받아 읽는 묘한 상상에 빠지곤 했다.

에세이를 소설처럼 상상하면서 읽는 건 아마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부분 동감하고 같은 생각으로 나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더불어 조금은 상실해 버린 나의 글을 쓰기위한 노력은 더 발전해야한다는 반성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