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시련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
어느 날 갑자기 분주해진 부모님과 정신없이 짐을 챙겨 어디론가 가야했던 아이의 마음에 혼란이 엄습해왔고
부모는 아이를 챙길 여력도 없이 불안해 했다.
그 모든 것을 스스로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깨달아야했던 아이에겐 그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짐작하게 된다.
내가 아이였다면 나는 그 상황을 이 아이처럼 처연히 대처할 수 있었을까?
아이의 엄마는 고칠 수 없는 무서운 병에 걸렸고 그 어린 아이들 두고 떠날 수 없었던 엄마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의 엄마는 병으로 죽고 만다.
아이의 엄마가 죽기 전 날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내면서 돌아올 때 오렌지 1kg을 사오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아이말에 의하면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상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엄마가 죽어도 삶은 계속되고 있음에 나는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엄마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닌가 이리 생각했던 거 같다.
아이가 말이다...
엄마의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를 다른 곳에 보냈던 엄마와 죽은 엄마를 보여주고 아이가 납득하길 바라는
아빠의 모습.. 그 어린 나이에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이 편치않았을 텐데...힘겹게 현실을 이겨내는 아이의 모습에서 삶이 누구에게나
녹녹치 않음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에 대한 처연함과 대처하는 모습들이 어른이 내게도 힘겨운 상황이었을 듯 하다.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엄마를 보내는 아이의 모습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그렇게 살아가야하는 의미를 다시 알게 해준 엄마의 모습은 오렌지 1kg을 늘 떠올리게 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와의 삶은 서로에게 무관심이거나 자신에 일에 푹 빠져 각자의 삶에 바쁘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살림을 맡겨버린 무책임함과 아빠의 방관에 화가 난 아이의 모습까지...
그렇게 그들은 지켜가다가 아빠가 먼저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데..
둘만의 저녁식사는 늘 우울하고 그렇게 손님들을 초대하게 되고...
어느 날은 아빠의 여자친구가 등장하고...
아이는 아빠의 여자친구를 우선 한 인간으로 좋아하게 되면서 서서히 아빠의 삶에 엄마만큼 소중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들을 보자니 참으로 흐뭇했다.
엄마의 죽음이 모든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는 것과
아빠와 아이의 삶은 죽지않고 계속 되고 있음을 아이의 시선으로 아주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 아닌가 싶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정신없는 내용은 아이가 납득하여 읽기엔 조금 복잡한 느낌이 드는 글로 표현해서 어른이 내가 읽는 동안 처음엔
조금 힘겹게 받아들이게 되었음에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과 죽음의 의미와 남은 사람들의 끝나지 않은 삶에 대한 시선이 신선하게 표현한 것은 참으로 독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