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이야기속에서 그 한 사람은 참으로 많은 인연으로 다양하지만

옳곧은 모습만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19인과 법정스님과의 인연과 그들이 기억하는 법정스님의 모습과 일화들...

그 시절에 그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내가 아는 법정스님은 그저 저 위에 계신 뜻 깊은 어른스님일 뿐이었다.

가까이 가뵌적도 없으며 법문마저 들어본 적 없었다.

스님 입적하시고 나오던 동영상속 스님 법문을 잠시 스쳤을 뿐이다.

그래도 스님 가시고 불들어간다는 다비의식을 티비로 보며 참으로 행복한 스님이시구나 생각했던 것이 전부였지 싶다.

 

한 사람이 생을 살아 마감할 때 아쉬워 눈물짓고 그리워 눈물짓고 안타까워 눈물짓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겨진

스님의 이야기와 자취는 오래도록 세상에 남아 흐르지 싶다.

 

스님의 아름다운 글은 저자의 말대로 어쩜 한글을 이리도 이쁘게 표현하는지...

그 말대로 세종대왕이 기뻐했을 거라는 말에 공감한다.

내가 읽은 법정스님의 책은 몇 권 안되는데 그보다 더 많은 법정스님을 기리는 책들과 만났다.

주로 정찬주작가의 글과 만났는데 이번엔 변택주님의 글을 보며 인연을 소중히 여기던 법정스님의 또 다른 면을 찾고

그 속에서 스님의 변함없던 성정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람이 한결같아야한다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헌데 법정스님은 어떤 분의 눈에도 참으로 한결같은 분이셨나보다.

그리도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있었는데 어느 한 번 모난 구석이 없었던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모습으로 비쳐지긴 했었을런지도 궁금하다...

 

이렇게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주 마주하다보니 전에 스님의이야기들이 그래도 들어나거나

스님이 말씀하셨던 내용의 주인공을 책속에서 만나기도 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아마 변택주작가님처럼 나도 스님의 삶에 물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스님은 그런 스님의 빛을 남은 이들에게 그렇게 조금씩 물들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디선가 보기를 사람이 저승가며 무엇하나 남김없이 가야한다던데...

스님은 그 말빚까지도 접고 가셨으니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이미 뿌려진 씨앗은 새싹이 돋고 잎이 나고 열매를 맺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나처럼 뒤 늦게 스님을 기억하는 사람도 생기는 것은 아닐런지 싶다..

 

살아계실 적엔 그 책이 어떤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밖의 세상이었는데

이제는 그 무엇보다 관심을 갖게 되는 세계를 스님도 모르게 일궈놓고 가신듯 하다.

 

스님 그 곳에서는 어떤 밭을 일구고 계신가요?

라디오작가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두 번째... 그녀가 말했다.

 

이야기의 시작 말머리는 늘 그녀가 말했다..또는 그는 말했다.

그 또는 그녀는 나일수도, 작가일수도, 삼의 인물일수도...

 

내가 라디오를 가까이 하던 시절은 초, 중학생이었을 때...

이문세 아저씨가 별밤을 하고 계시던 즈음이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의 추억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또 다른 김창환아저씨가 진행하던 추억의 팝스였던가? 그 프로에는 사연도 자주 보내서 종종 내 사연이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흘렀던 기억이 있다... 커피한잔의 여유라는 코너에 내 사연만 소개된 적이 있었다.

난 라디오를 왜 들었을까?

어릴적 티비는 내게 그리 크게 재미난 매체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즐겨보시는 뉴스...가요무대...그리고 어쩌다 어머니 보시는 사극이라도 볼라치면 눈물바람한다며 쫒겨나기 일쑤..ㅋㅋ

결국 나는 어머니가 낮에 틀어 놓으시던 빨간색 구닥다리 라디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요일 낮이면 나무그늘 마루에 누워 음악을 들었고 밤이면 동생들과 한 방을 쓰는 관계로 아주 작게 눈치보며

라디오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좋아했던 노래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정도랄까?ㅋ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어릴적 생각에 잠겨 베시시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종종 기회가 될 때 라디오를 듣지만 옛 추억만은 못하죠...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마치 사연으로 날아든 엽서의 이야기를 내 곁의 누군가가 나에게 하듯 그렇게 풀어낸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엔

분명 내가 있고 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 머물고 있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풀어 놓은 듯 하다.

공감가는 사연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선생님과의 공감대형성, 지인의 행동에서 느끼는 따사로움, 내가 시를 쓰는 이유들마저도...

 

그녀가 이야기하는 그 속에 우리가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 더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따사로운 감성이 뭍어나는 사진이 함께여서 이지는 않을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검붉은 장미 한송이를 연상한다면 이상한 일일까요?

저는 이 책과 함께 하는 내내 그 검붉은 장미 한 송이에 대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아침이면 꽃시장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아주 아름다운 장미는 흔치 않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제게 말합니다. 가지고 싶은 장미 한 송이를 어린왕자가 키우고 있어..

어린 왕자에게 다가가서 말해보지 않을래? 그 장미를 내게 선물해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난 어린 왕자에게 장미에 대한 보답을 해야할거라고....

 

이 책은 이런 상상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우리의 가까운 일상을 담았지만 희망을 꿈꾸지 않으면 추억도 퇴색되어질테니까요^^

나는 한지그림을 현재는 취미로 미래에는 나의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배운지 1년이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시금 심어준 멋진 책이다.

여기서 이 한권의 책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 책속에 소개된 수 많은 책들을 만나고 싶은 끌림은 지울 수 없는 희망이다.

그녀가 찾은 색에 대한 희망이 천연염색이라는 것에서 그 천연염색을 알기 위해 이국 땅에서 아버지의 나라 한국으로 발길을 하게 만든 요인이었으니 말이다.

 

색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심어준 책이랄까?

나의 꿈도 한 때는 패션디자이너였는데 그녀처럼 초등학교시절 늘 그렇게 말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일에 매진하고 있다.

가끔 재봉틀 돌려 만들고자 하는 것들을 만들어 선물하는 정도로 전략해 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색이란 자신의 꿈인 듯 하다.

나에게 색이란 희망의 빛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이 책을 만나는 동안 그렇게 꿈꾸게 되었다.

곳곳의 천연염색공방들 이야기, 그 공방을 지키는 지킴이의 삶까지...

나는 과연 그녀처럼 그렇게 지킴이들을 만나러 다닐 자신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색을 위해 한지를 만드는 공방들을 찾아다닐 수 있을까?

천연염색이나 한지염색이나 우리가 원하는 색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들의 삶이 어떤지 너무도 잘 알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이라는 씨앗을 키우고 있다. 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어나갈 자연을 보존할 후손들 말이다.

내게 한지그림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처럼 그들도 후손에게 자산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겹고 남들이 알아주는 것 같지 않지만 우리끼리라도 너무도 귀하게 여기는 이 공간과 시간들을 말이다.

난 이 책에서 말해주는 공방이 멀지 않고 곳에 두어곳이나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그럼 남은 건 실천이다. 찾아보고 둘러보고 느껴보는 것.

책이 나에게 준 선물은 기회다.

그리고 더 배우고 싶은 또 하나의 공예..규방공예에 눈을 돌려본다.

색은 그저 염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으로 바로 스며들었다.

그 일상으로 나도 한 걸음 더 내디뎌보려한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나를 위한 선택...

색과의 멋진 만남을 주선한 지은이에게 무척 감사함을 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는 나에게 꼭 필요한 색이라는 것을 책속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자신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그런 작은 것들에서부터 솟아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색이 나에게도 전해져 함께 미쳐가는 청춘이 되어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