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기대가 남달리 컸던 모양이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무한 기대를 갖고 가면 그 영화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실망이 더 많이 들기 마련이듯이

유하라는 감독의 산문집이라는 타이틀이 내게는 엄청난 기대를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인 듯 하다..

무엇보다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을 너무도 멋지게 그려낸 감독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는 시인이었다가 영화감독이었다가 음악평론가인 것인가?

그가 가진 생각들이 아니다 그가 겪어낸 시대의 추억들은 그에게 또는 그와 같은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에겐 무척이나 공감되는 이야기일거라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나처럼 그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삶을 살아와서인지 많은 부분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즘 흔히 알고 있거나 느끼는 산문집은 에세이형식을 빌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쉽게 되어 있다면 이 책은 왠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기록해서 잊지 않기 위한 목록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처럼 대중 문화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고 나와는 나이차이가 제법 되다보니 기억하는 뮤지션이나 영화들이 많이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소룔세대라...나는 이소룔이라는 인물이 나왔던 영화들을 너무도 어릴적이 봤던 듯 하다. 그러니 그를 기억하는 건 노란 체육복과 요상한 목소리? 정도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 낸 결과가 그나마 이정도이니..ㅋㅋ

어느 정도의 세대차이인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어린 나이에 영화에 대한 깊은 생각들을 해 온 듯 하다. 영화관에 대한 향수는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데 생각은 무척이나 다른 것이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뤄낸 것만 보아도 알 것만 같다.

어릴 적 퀘퀘한 냄새가 진동하고 날은 의자에 좌석도 정해주주 않던 영화관을 나 또한 기억하고 있다. 잘만 숨어 있으면 하루에 한 영화를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곳.. 지금은 사라진 고향의 오래전 영화관을 말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지도 모른다.

극장에 관한 동경, 밤새 듣다 잠드는 라디오 청취시간들...사연을 보내고 읊혀지던 그 때의 짜릿함..

그것들에 대한 추억이 어느 세대까지 비슷한가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추억들을 기억해 내며 이렇게 자신의 꿈을 키워내기란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공부만해야하는 운명이거나 주위의 어떤이들의 부추김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야하는 오류들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겐 말이다...

유보는 유하의 시인예명인것인지 모르겠지만..시인 유보씨의 하루의 내용중엔 이런 구절이 있다.

'시쓰기란 삶을 버티는 행위이다. 시 쓸 때, 삶의 속도는 느려진다. 죽음을 향해 맹목적으로 치닫는 삶에 브레이크 걸기, 그게 바로 시쓰기이다. 시는 삶을 감속시킴으로써, 삶을 끌어당기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은, 달리 말하면 삶이라는 현재를 절실하게 느끼는 시간이다. 시는 죽음의 부피를 빌려 삶의 현재를 확장시킨다. 시는 죽음의 힘으로 삶을 견디게 한다. p211

나도 시라는 것을 끄적인지 십수년이 흘렀다. 시는 내게 자유이자 방황이며 치유이자 고통의 덩어리이다. 곧 시쓰기는 내 삶을 버티게 하는 행위였다. 이 부분 너무도 깊게 공감되는 구절이었다. 그가 가진 시의 기준과 내가 가진 시의 기준이 너무도 다른데도 불구하고 시쓰기라는 것을 통해 삶을 버텨내고 있음은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오래전 그가 이 산문집을 준비했을 때는 그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을까? 시를 쓰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를 쓴다는 표현을 본 것 같다. 그의 영화들을 기억해보자니 영화 자체로도 시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났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너무도 영화 같아서 시적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장면들을 글로 표현한다면 정말 딱 그 장면들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내가 가장 공감하지 못한 부분은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재즈...

내가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심갖고 바라본 적이 없다보니 그가 말하는 그 어떤 것도 나와는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조금만 음악에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아마도 조금은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제목의 훼이크라고 해 두겠다.

내가 가진 미래보다 새로운 추억과 저자가 말하는 미래보다 새로운 추억의 차이가 조금은 텀이 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랄까? 오히려 첫 판의 제목대로 이소룡세대에 바친다가 훨씬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그는 시인이며 영화감독이며 마치 재즈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자신의 세상을 그대로 이야기하지만 조금은 이해못한 언어들로 나처럼 무식한 독자들을 조금 헤매게 하는 못된 저자이다.

그와 함께 했던 세대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많이 뒤쳐진 나같은 세대에겐 조금 버거운 내용이 더러 있지 않았나 싶다.

진정 이소룡을 기억하는 그 시절의 많은 분들께 살며시 권해봄직한 산문집이라 생각된다.

우연히..정말 우연히 나의 실수가 이 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난 도스또예프스끼를 잘 모른다. 어릴 적 '죄와 벌'이라는 책을 읽으려 시도했다가 너무도 어려워 뒤로 밀어둔 이후 지금까지 그 책을 만나 본 적이 없다.

헌데 우연히 그 책의 작가를 굉장히 존경?하는 어느 분의 '도스또예프시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라는 기행형식의 이 책과 만나게 되면서 참으로 많은 부분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어떤 이를 존경하는 마음이나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뭍어있음은 기행한 저자가 진정 도스또예프스끼를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도 학창시절 문학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사람이었지만 고전이나 그 시대의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은 별로 없던 것 같다. 도스또예프스끼는 학창시절 형과 동료들과 그 시대의 문학을 공부하고 스스로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저자가 도스또예프스끼의 일생을 두루두루 살피는 기행문과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에 대한 기록들을 옮겨 놓은 느낌이 마치 지금 그의 행적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는데 어쩌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회고록이나 그의 가족들이 남기 글들이 그나마 온전히 보존된 것이 많아서일수도 있고 저자의 애정이 많이 묻어나서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사진들 속에선 그 시대의 인물들이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고 그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었으며 문학을 아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선량함을 이용하는 못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나를 속상하게 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함께 비판할 수 있는 용기와 시대를 읽는 예리함,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과 그가 겪은 슬픔들을 작품을 통해 터트린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그의 삶이 저자의 말대로 그를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을까?

독재적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그에게 자유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런 삶이 오히려 그에게 작가라는 명예 아니면 멍애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그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갖은 것은 의학에서의 사상이라고 하였는데...난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의 삶이 작가로써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 시대의 그가 겪어낸 참으로 많은 일들을 통해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를 부정하는 장면을 기록한 어느 책에서의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에서 기독교적 냄새가 너무도 짙어 나는 거리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역시 종교라는 것은 문학에서 느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가 부정한 것은 예수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야하는 현실의 존재를 위한 선택과 그 선택 또한 신의 과제라는 것은 아닐까?

책을 다 읽어나갈 즈음엔 세상은 종교가 되었든 아니면 신이 되었든...아름다움으로 일어날 때 구원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나도 동의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 그가 가진 사상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나고 그가 가진 상황이 작품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한 작가의 삶을 그저 들여다 보았다기 보다 그가 어떤 삶을 통해 어떤 글들을 어떻게 남겼으며 그 속에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더욱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떤 이의 삶을 기행하는 것은 그를 정말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이여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마치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을 듣는 듯한 서체와 내용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한 작가의 일생이 드라마틱하게 뇌리에 박혀버리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책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동시에 듣게도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멋진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최근 읽는 책들은 개인의 삶에 대한 본인 또는 타인의시선에 따라 표현된 책들이 몇권 된다.

책도 유행이 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은미...처음 이은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난 어릴 적 봤던 한영애라는 가수와 착각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 열정적인 무대...이런 부분들이 비슷해 보여서였는지도 모를일이다..

난 티비를 시청하지 않은지 3년째다.. 그 전에도 가요 프로그램은 거진 보지 않았으며 종종 보고 싶은 드라마만 봤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가수들이나 노래들은 거의 무지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듣게 되었던 '애인 있어요'라는 노래.. 가슴을 두두리는 그녀의 음성이 무척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존재를 더 깊이 알게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알고 싶었을 겁니다. 그녀의 삶은 어떠했는가?

가면을 벗어던지듯 짙은 화장을 지우고 하이힐을 벗어낸 그녀의 아름다운 용기와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모습은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동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삶에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은 그녀의 강인함이 주의의 어떤 이들에게는 질리게도 보이겠지만 그녀 자신이 가진 신념과 노래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주었던 건 아닌가...

그녀의 아버지가 딴따라라 반대하던 그 시간들을 굳건이 자신을 믿고 달려간 시간들..

그녀가 가진 생각과 그녀의 활동 모습 자체가 그녀를 지켜봐온 모든 이들에게 본이 된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면서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구나...하는 반면에 자신이 고집이 강한 사람이라 주변에 사람이 많기보다는 깊이 아는 사람들외엔 조금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작은 걱정도 든 건 사실이다.

그녀는 우선 나보다 높은 연배이다보니 이렇게 그녀의 자서전적 글을 읽고 나름의 평을 적어내린다는 것이 조금 두렵기까지 한 것은 그녀의 삶에 대한 그녀 자신의 애정이 어느 정도로 자신을 일으키고 있는가에 대한 내 어리석은 단정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내게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소심한 나다..ㅋ

그녀가 가진 시선이 참으로 옳곧다보니 그러다 부러질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세상의 많은 이들이 그녀보다는 대중에 휩싸여 가기 때문에 그녀의 그 바른 생각이 좀 더 두두러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바른 생각과 행동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외톨이처럼 보이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마 그녀도 알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우울했던 그녀의 시간이 짧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들을 함께 해줄 어딘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함께 했던 어떤 이의 운명은 그녀에게 또 다른 아픔이 되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삶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참으로 복잡하다. 진정 내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산다면 자신으로써는 더할나위 없는 행복이겠지만 세상은 내 하고 싶은대로만 살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지 않은가? 어찌보면 그런 아픔이 존재하기에 행복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삶은 그렇게 보인다. 아픔이나 고통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에 잠시 다녀가는 것처럼....

노래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노래 속에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찍 알게 되고 그에 도전해 나가는 과정과 진정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그 장점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 장점에 플러스가 되어야하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녀의 열정은 내가 본 받아야하는 가장 큰 과제인 듯 하다.

대중가수여서 문화예술회관에 설 수 없다는 과거의 모습을 개선시켜냈다는 그녀..

그녀의 도전과 열정에 다시 한 번 감동하고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