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아주 가볍게 읽어볼 생각이었다.

왜냐구? 세상에 제대로 된 남자들이 몇 %로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등등의 의문과 경험상 그런 남자들은 존재하기가 무척 어렵다라는 나의 편견?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어쩌면 저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자기 맘에 드는 남편 얻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려는 사람인가보다하고 말이다...

여자들의 시샘은 끝이 없다. 곁에서는 와우 좋겠다.. 이쁘네 하지만 뒤로 돌아서면 나는 더 좋은데.. 빈말이라도 해야지 않을까? 등등의 시선이지 않던가?

내가 굳이 부정적인 시선만으로 이 책을 바라 본 것은 결코 아니다.

나름 저자의 말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한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불량품을 골랐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불량품인줄 몰랐지만 지금에 뒤돌아보며 그녀의 이야기와 접목을 시켜보면 딱 불량품이다.

하지만 그런 불량품도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명품보다 더 멋진 구석도 있었다. 그런 면을 볼 때 다 맞다라고 맞장구 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명품이라는 남자에 대한 심리공부를 했는지는 공감이 갔다.

다만 진정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 명품인지는 의문이 든다.

아무리 잘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어도 남자는 그 중간에서 100%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정을 이뤄내는 것이 결혼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그는 어머니의 아들이며 나는 그의 아내이다.

이것은 결코 바뀔 수 없다. 아들의 입장과 남편의 입장을 어느 하나 서운하지 않게 상충시키는 것은 내 경험상 어느 한쪽의 양보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명품남편은 스스로만 노력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그저 명품 남편이 될 수 있게 이해심 많은 시댁어르신들이 있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나 뿐인 것인가?

세상에 정말 아내만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는 남자가 있기는 할까?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마저도 아내의 입장이 모두 다르기에 저자의 말처럼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을 책을 읽고 나서 해보게 되었다.

명품남편을 만나기 위해 나 또한 명품이 되어야하는 것은 100%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책 읽기를 시작했다. 나 스스로 무지하면서 존경할만한 이성을 원하다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서이다. 하지만 내가 타인들에게 인정받는 명품이 되었다고 상대가 명품으로 나를 기다려 준다는 내지는 내가 그 상대를 명품이라고 인정하거나 아니면 명품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저자가 예를 들어준 모든 것들이 상충되더라도 그 안에서 분명 불만은 솟구칠테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저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게 되는 명품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명품들은 나름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많은 그녀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환경을 가진 많은 남자들이 존재한다고 쳐도 결혼이라는 것은 가정을 이룸과 동시에 양가의 가정에 구속되어지는 또 하나의 소속감을 관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든다.

나처럼 이 책을 좀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던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을 거 같다.

아니면 나 혼자 오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가볍게 읽고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기도 해보고 나름 명품의 잣대를 들이대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하철에서 어느 새내기 대학생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던 일이 생각난다.

소개팅 주선을 서려는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남학생의 대답은 '나 돈 없어'였던 것이다.

20살 대학생의 이성교재는 돈이 없으면 아예 꿈도 꾸지 않은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 책은 경제적인 무엇에 대한 언급은 그리 크게 없었지만 주도권이 여자에게 있다는 의식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서 담은 글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회는 이미 어머니의 아들로써의 자리는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남편으로의 자리만을 무겁게 느끼게 해 주는 그 첫 마디는 아니었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 또한 고루한 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저자가 살짝 부러울 따름 크게 공감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처럼만 들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꼭 틀리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처럼 그녀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닐테니 분명 그녀의 남편과 같은 명품남편으로써의 준비를 마치고 어딘가에서 자신의 명품아내를 기다리는 그들에 대한 희망도 품어보는 나의 작은 바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애를 하고 있다면 조금은 가볍게 하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읽어봐도 될만한 책이다.

연애 전이라면 너무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고 읽어보길 권해본다.^^

저 작고 독특한 표지를 가진 내가 만난 가장 짧지만 나를 되돌아 보게 한 소설..

표지만큼 독특한 저자의 표현 또한 매력적이다.

마치 시를 쓰듯 조근조근 짧고 간결한 문장들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지만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무거운 내용이 내 살아왔던 과거와 너무도 닮아 소름 돋았던...

빨간 아이를 만났다.

왜 그 아이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태어나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가득 머금고 태어나 성장기 내내 아버지의 따스함으로 자랐는데 말이다.

그 아이의 아비 모습 어딘가가 나의 아버지와 닮아서일까?

어릴 적 아버지는 무능했지만 우리와는 잘 놀아주던 분이셨다. 다만 술을 드시는 날이면 모두 어딘가로 숨고 싶을만큼 무서운 순간들이 찾아오곤 했었다.

발간아이처럼 나도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못생겼던 나의 어린시절 모습도 힘겹게 산파의 손으로 받아낸 모습도 술취한 아버지의 폭력성까지....

어쩌면 그 시절 다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자라난 것은 아닐까?

지금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외로움을 덜어드리려 노력도 한다지만 그 시절엔 너무도 어린 나였기에 부모의 일을 어찌 표현하지 못했던 거 같다..

다른 게 있다면 난 너무도 잘 우는 울보였고 빨간 아이는 울지 않는 강인한 아이인 듯..

그런 그녀의 어머니 또한 늦었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지금의 나인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내 모습...

이 책 속의 두 여인은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은 아닌지 그 짧고 간결한 글속에서 수 많은 번뇌에 휩싸여 잠시 나를 다시 보게 되었으면 어린시절 내 가족사를 더듬게 되었다.

그녀는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말했지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 소설이다. 헌데 내 인생도 책 속 주인공과 다를게 뭐가 있을까?

우린 이제 전처럼 소설속 이야기를 그저 소설속 이야기로 남기기엔 너무도 많은 일들을 겪어내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아비 인생이나 그 아비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도전한 어미의 기구한 삶이나 그 속에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다 이겨내고 버텨낸 아이의 삶까지....

우린 어쩌면 모두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 두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자취에 반성이라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삶에 부데끼며 사는 동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아니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이지 않은가 말이다.

아닌 걸 알면서도 믿고 싶어하고 믿어야하지만 외면하는 삶..그 굴레 속에서 우린 나름의 생명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빨간 아이의 두 여인들의 삶이 마치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 것도...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작가의 마지막 자서전적 멘트들이 머리속을 맴돈다.

'이젠 알것 같다. 사랑하지 못했던 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토록 찾고자했던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달려 돌아가고자 했던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p229

그리고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이 글..

'우리는 우리 뒤의 역사를 뒤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그림자일 수도,

내 어머니의 그림자일 수도,

내 주변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바로 볼 수 있는 열린 눈과 마음이다.'

결국 모든 시작과 끝은 나에게서 시작되고 나로 마무리 된다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진 눈과 마음으로 그 창을 열어 들여다 보아야했을테니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가장 힘겨운 내 삶의 시간을 홀로 겪어내며 벗어나며 나를 위해 살아야함을 결심했던 그 날...

아무 우리 나이쯤 되면 이런 생각들을 다들 하지 않을까? 아니면 나나 저자처럼 그런 순간을 맞은 이가 있고 아직도 그 순간들을 맞이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지도...

전에 저자의 또 다른 책에서의 지게 이야기를 기억한다.

나의 운명의 지게를 아직 못 만난 것은 내 닫혀지 마음속 응어리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 나의 어리석음이 바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알고 있지만 열지 못하는 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그 날이 책을 읽는 것처럼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왔으면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노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 언젠가는 내게도 문희의 첫 가족여행에서 평화롭게 잠든 문희가 되지 않을까?

평범한 과거일 수도 있고 비운의 과거일 수도 있는 나의 과거도 이렇게 풀어져 평화로울 날이 올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삶의 굴레를 조금은 덜 무거워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빨간 아이 문희의 그 첫 가족여행에서처럼.....

저자의 책은 두 번째다. 첫 책에서도 그랬듯 두 번째 책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그림이 등장한다.

이번 그림은 정광조 작가의 그림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나는 것은 표지의 강렬한 인상도 있었지만 p30에 있는 뿔이 달린 여자아이이다.

너무도 슬프지만 담담한 눈으로 무표정한듯 미소를 지을듯 말듯한 입술의 모양까지..

그림공부를 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흥미로운 책이었다.

누구나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난 삶을 살지도 않을지 모른다.

부자라고 늘 행복하지 않듯 가난하다고 하여 늘 불행하지 않은 것은 그 마음의 무게와 행복에 대한 편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