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동안 붙잡고 놓지 못하고 꾸역꾸역 읽어내렸다.
이 책이 지루해서가 아니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책을 읽기 좀 버거운 상황에 놓인 탓이라해두자..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오늘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고승들의 삶과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을 엮은 이는 기자란다.
기자가 쓴 글은 딱딱해...이런 편견이 깔려있었던 것일까? 지루하지도 않은데 왜 자꾸 어긋나고 놓게 만드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두고두고 곱씹으며 살아야하는 지혜를 너무도 쉽게 터득하려하는 내 욕심을 자제시키는 무언가의 이끌림이라고...어찌보면 핑계를 대어본다..^^
27분의 스님 중에 나와도 가까이 뵌 적이 있는 큰 스님이 계시다. 그 분은 이미 세상과는 연을 마친 상태지만 내 기억에 참으로 강단있으며 온화한 성품을 지니셨고 곧은 생각을 편안하게 펼칠 줄 아는 분이셨던 분으로 기억한다.
대화를 많이 나누거나 그 분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것은 아니나 사람마다 풍기는 느낌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분이라 생각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스님들도 그것을 알기에 부러지는 말씀을 삼가시는 게 아닐까? 그 분들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면 우리네 삶 또한 순탄한 삶은 흔치 않지 않은가? 모두가 각자의 험난한 삶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터득하듯 스님들의 삶속에서 우리에게 주는 화두는 모두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답은 하나 옳은 길로 가라는 말씀이지 않을까?
나를 알아가는 것이 개개인의 화두라면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화두가 아닐까? 모든 원인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모든 해답 또한 나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지혜를 모두 다르게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계신듯하다.
나를 알지 못하고 살피지 못하는데 주변을 알고 살핀다는 것은 어불설성이지 않은가? 스님들의 자신에 대한 앎이 삶의 지혜로 나름마다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낚시하는 법을 일러주고 계신 듯 하다.
먼 발치에서도 뵙기 어려운 스님들을 27분이나 뵙고 좋은 말씀을 전해들은 기자님의 노고와 정성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내 어찌 이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가 쉬울 수 있겠는지 말이다. 이렇게 그 분들의 짧은 정서들을 함께 나눔으로 나 또한 어떤 삶의 어떤 모습으로 좀 더 발전해야하는지 어떤 생각과 지혜를 품어야하는지 더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들을 길고 또 길게 갖어본다.
살아계신 스님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아름다운 길에 있다면 그 분들의 명이 다해 가시고 남긴수 많은 의미들에 우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껴본다. 인연이란 바듯이 만나고 헤어짐을 기본으로 한다지만 불교에서는 그 인연에 끝이 없는 윤회를 얹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보니 이랬더라...라는 말보다는 내가 내삶을 이리 정리하니 너희가 새김에 따라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라는 느낌을 퐉퐉 실어준 부분이라 생각한다.
억지로 살지 말라는 말씀을 떠올려본다. 내 삶이고 내가 주인인 그 삶을 타인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이 삶을 살면서 나는 이랬더라..살아보니 이러하더라 하는 선승들의 말씀에 가슴이 뛰었던 것은 나 뿐인가?
무엇보다 가슴에 남는 그 말은 "팔십 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 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p262)이다.
그 옛날 서산대사의 임종게를 차운한 지관스님의 임종계일부이다. 같은 임종게라도 쓴 이의 삶과 이유가 다 다르다 하지만 나는 이리 생각했다. 내 전생에도 현생에도 후생에도 나는 변함이 없고 계속 윤회하고 있음이라..그러기에 어찌 살아야하는지 너희는 나를 통해 깨닫고 현생을 마무리하는 그 날까지도 전생과 후생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길 바란다는.....의미로 말이다.
스님들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책 속에서 스님보다 그들의 향기가 베어나오는 것은 누군가를 그려도 결국 그 그림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느끼는 것이 단 한글자도 없다면 무용지물이요 아무리 허접하고 한글자짜리 책이어도 그 느낌의 깊이가 깊다면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 책이지 않을까?
많은 선승을 소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선승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도록 기록한 기자님의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