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나라에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읽었냐며 친구가 물어왔다. 그 책은 유쾌한 책이 아니었다. 극단적인 악인이 등장하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해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는 한없이 무겁고, 무서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다 읽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친구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다 읽을 수 없었다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느새 이런 있을 수 없는 상황들과 행동들에 익숙해져버린 건가, 둔감해진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덮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 책 밖에서 제 3자였기 때문에 그저 그렇게 넘기고 읽었지만, 만약 이런 이야기가 신문에 기사로 실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귀엽기까지한 책 표지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코믹하고 가벼움이 느껴졌지만, 실제 배경부터 사건까지 - 놀라울 정도다. 추천평에서 나오듯 기묘하고 반윤리적인 설정을 최대한 살려 구성한 작품. 재미있었다. - 곤도 후미에(미스터리 소설가) "반윤리적"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소설이니깐 가능한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듯 이 책의 내용은 '044APD', '두광인', 'aXe', '잔갸 군' 그리고 '반도젠 교수' 라는 닉네임을 가진 5명이 모여 온라인에서 살인게임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라는 게 참... 말이 안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 바로 추리게임인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 나머지 4명이 문제를 맞춘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그리 놀랍지 않다. 진정 놀라운 부분은 바로 문제 출제에 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실제 생활에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것이다. 실제 문제 그대로...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어진 힌트와 현실에서 방송되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물론 서로의 정체가 들통나버리니 범인 맞추기는 하지 못한다. 주로 밀실 같은 이용된 트릭을 알아맞추는 것이다. 게임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사람을 몇명씩 죽이고 더 잔인하고, 끔찍한 방법을 생각해낸다. 싸이코패스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이 한마디로 게임 끝이다. 결국 이 게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추리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들의 게임에 같이 참여하여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면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수수께끼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각각의 수수께끼가 복잡하고 의외성을 띄기에 그냥 읽어내려가도 흥미로울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끝도 상당히 놀랍다. 나 역시 이들의 게임에 빠져 낑낑 대다가 결국 놀라움으로 끝냈으니... 읽는 내내 이 책의 불편한 설정에 대해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없지 않을 법" 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생각이 들자마자 오싹해졌지만...) 이 책은 벌써 2권이 나온 상태이고, 난 주저없이 2권 역시 읽어보고 싶다. 다만 이러한 소설을 찾아 읽을 정도로 둔감해진 내가 조금은 씁쓸하다. (아니 어쩌면 이건 모든 사람의 공통된 호기심이지 않을까? 라면 애써 위로해본다)

밀실살인게임, 우타노쇼고

 

   여행인 05-중국의 자연유산 

 

유네스코가 선정한 5대 명소 가이드
중국의 자연유산

 

-기간: 8월 3일~ 8월 14일  

-출판사: 시공사

-인원: 10명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낸 놀라운 풍경!
주자이거우, 황룽, 황산, 장자제, 싼칭산의
5가지 매력에 흠뻑 빠지다

 

[출간 의의]

물의 세계이자 색채의 세상 ‘주자이거우’, 늠름하면서도 다정한 사내 같은 신선 세상 ‘황룽’, 웅장함과 기이함을 모두 갖춘 산 ‘황산’,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보게 되는 봉우리 숲 ‘장자제’, 몰래 숨겨 놓고 아껴 보고 싶은 산 ‘싼칭산’.
5,000년의 오랜 역사와 13억 인구가 어우러져 있는 다민족 국가, 울창한 열대 삼림부터 사막, 만년설까지 다양한 기후대와 지형을 품고 있는 광활한 대륙 중국…….
중국은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볼거리가 많아 짧은 시간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땅은 넓고 봐야 할 곳은 많아 전부 둘러보기는 힘든 곳이기도 하다. 그럴 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중국의 40곳은 선택의 폭을 상당히 좁혀 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곳의 여행지는 40곳의 세계유산 중 ‘모두 가 볼 수 없다면 꼭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하는 고민 끝에 선택된 곳들이다. 이곳은 숨겨진 여행지는 아지니만, 중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이자 우리나라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간 가이드북을 비롯 중국을 소개하는 책자들은 많았지만, 워낙 지역적 범위가 넓은 탓에 핵심 여행지 정보도 개괄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중국의 자연유산>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 5곳을 엄선하여, 그곳의 역사, 문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교통 및 숙박 정보, 추천 일정, 트레킹 정보, 지도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가이드북에 작게 실린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독자들을 위해, 5곳의 웅장한 풍광 사진을 시원스레 실었다.

 

 

다섯 곳의 정보에 관한 한 없는 게 없는 만능 가이드북
중국의 자연유산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트레킹’
숨겨져 있기에 더욱 흥미진진한, 5곳을 둘러싼 설화
보다 너른 시야를 지닌 여행자들을 위한 플러스 페이지

요즘은 30대에 들어서면 누구나 흔들리나보다. 그래서인지 30대를 겨냥한 자기계발, 자기위로(?) 책들이 참 많이도 쏟아져 나온다. 어느 정도 그런 책들을 많이 읽다보면 조금은 식상하기도 하고 썩 그런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게 된다. 그러던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매주 주말 습관처럼 작은 동네 도서관에 들리곤 하는데, 신간 사이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회사 생활로 또 마음이 시끄러웠던 기간이라 집에 와서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이 책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듯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내공이 장난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다 경험해보고 본인이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언들이 있었다. '골드미스', '커리어우먼'이라는 눈부신 겉면만 건드리지 않고 그 뒤에서 여자로, 직장인으로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작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자마자 바로 추천 및 서평을 날려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너만 그런게 아니고 다들 그래. 그게 정상이라고. 그런데 자기 혼자만 자꾸 아니라고 현실을 부정하는 거지.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잘나 보이거든.

 

이런 식으로 작가는 우리 중 98%는 하고 있을 생각을 하나하나 깨뜨려준다. 사회에서는 골드미스라고 떠벌리고 있지만 우리는 직장생활 5년이 넘어가는데도 집 한채가 없고, 이런 우리는 잘못되어있다고 믿으며,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 때문이라고- 내 능력을 몰라주는 상사 때문이고, 쥐꼬리만한 월급 때문이라고- 여기서 벗어나면 난 세계 일류 요리사가 되어 소박하게 작은 음식점을 하며 살 수 있고, 세계를 돌아다니면 여행기를 써서 떼돈을 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 속에서 매일 매일 밥벌이를 하는 우리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서른은 뭔가를 이루는 시기가 아니라 시작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가는게 아니라 회사 내에서 고되게 고군분투해야한다고 말한다.

 

사회 혹은 남자들은 쉽게 여자들이 남자들과는 다르게 회사생활을 한다고 마음 편하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회사에 나와 앉아있는 여자들이 매일 왜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건 모른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는 남자들보다 편하게 회사생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돌이켜보면 책에서 말하듯 그 많은 선택과 갈등 속에서 여자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도 못했던 점들을 짚어주면서 우리를 칭찬하고, 야단친다.

 

그런 와중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회사에서 어리광 부리지 말 것을, 괜히 편하게, 마음대로 회사를 그만두고 "객사"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어느덧 직장생활 7년차, 나이 서른 초반- 나 역시 이제 할만큼 했고, 뽑아먹을만큼 뽑아먹었다는 생각에 쉬고 싶기도 재충전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도 생각하고 싶고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가진 것을 쉽게 놓지 못하고 괴로워만 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왜 직장 그만두고 하니? 네가 일하는 그 현장에서 해야지. 왜 책을 꼭 바닷가에서 읽어?  지하철에서 졸음 쫓아가면서 읽어야 지식이 되는 거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던 애가 가방에 20권씩 넣어가지고 여름 휴가 가잖아?  걔는 거기서도 책 못 읽어.  사람은 자기 한테 익숙한 일을 하게 돼 있어. 어제 했던 그대로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고 있지 절대 책 안 읽는다는 거야. 어제 뛰던 힘으로 오늘을 뛰는 거야. 직장 생활에서도 도약하려면 계속 뛰어야 해. 그럼 생각은 언제 하냐고?  생각은 뛰다 멈춰서 하는 게 아냐. 뛰면서 틈틈이 하는거지" 

 

냉정하게 들릴지언정, 맞는 말이다. 우리 주위에선 회사를 그만두고 잘된 케이스만 있는 것 같지만, 실제 다시 직장을 못 잡아 힘들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기껏 투자해온 젊음 그리고 몇년의 시간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구구절절 이렇게 공감하며 읽은 책은 오랜만이다. 아마 나보다 앞서간 "언니"의 말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설픈 위로보다, 격려보다는 이러한 독설이 때론 약이 되어준다. 이 책을 읽고도 회사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고 고단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하는 행동에 좀 더 당당해지고 내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적어도 나보다 앞서나가 현재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방황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권해주고픈 그런 책이다. 정말- 읽어라. 그냥 읽어라.

 

P.S. 이 책은 언니의 독설 중 1권- 2권은 경제관념 및 결혼/연애에 대한 내용이다. 어쩌면 나에게 더 필요한 내용일지도- 소제목들도 심상치 않다. '너는 5,000만 원 있으면서 왜 남자는 5억 원 있어야 되는데?'

언니의독설, 김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