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를 읽고...
 

 

 

  독서의 양에 있어서만큼은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에게 아주 커다란 절망감을 안겨준 책이다. 독서에 있어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스승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크게 깨닫게 해준 책이다. 대학원 심리학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의 내용을 인용해서 인간의 편견에 대하여 설명을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책을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천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책이라는데...자연과학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라는데...

 ‘어떤 동물원의 어느 우리에는 그저 “이 동물은 과학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종)임”이라고만 적힌 팬말이 붙어 있다. 우리 안에는 작은 다람쥐가 앉아 있다. 발은 까맣고, 아프리카 원산이다. 검은 발을 가진 다람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 다람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는 이름조차 없다. 이 다람쥐는 동물학자에게 당장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검은 발을 가진 다람쥐는 이미 알려지고 설명된 366종의 다람쥐와 어떻게 다른가?’ (p.22)

   이 다람쥐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환경적인 이유나, 먹이, 생물학적 이유 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당장 이 다람쥐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한가?

 ‘인간의 이와 손, 눈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해부학적인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인간이 일종의 영장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주 기묘한 종류의 영장류이다. 192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의 가죽을 한 줄로 길게 늘어놓고 인간의 피부를 어딘가 적당한 위치에 끼워 넣으려고 해보면, 인간이 얼마가 괴상한 어디에 집어넣어도 인간의 피부는 잘못 놓인 것처럼 동떨어져 보인다. 인간의 피부가 사실상 털이 없는 벌거숭이라는 점이다. 머리와 겨드랑이와 생식기 주변에 눈길을 끄는 이채로운 털이 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인간의 피부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다른 영장류와 비교하면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p.24)

   이 새로운 영장류는 기존 192종의 영장류와는 아주 새로운 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영장류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한가?

 

위에서 언급된 새로운 다람쥐의 이름을 ‘아프리카 검은발 다람쥐’라고 부르는 게 가장 온당할 것이다. 그런 후에 그 다람쥐의 행동양식과 신체구조의 모든 측면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그것이 다른 다람쥐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비슷한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다람쥐의 내력을 조금씩 재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털이 없는 피부를 가지고 있는 새로운 영장류인 인간의 이름은 무엇이 가장 온당할까? 더 이상 주저할 것도 없이 ‘털 없는 원숭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털 없는 원숭이’는 단순한 관찰에 바탕을 둔 단순하고 묘사적인 호칭이며, 주제넘은 가정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이 균형감각과 객관성을 가장 잘 유지는 이름이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털없는 원숭이』라는 책이 1967년에 출간되자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금지되었고, 교회에서는 이 책을 몰수해 불태웠다. <<시카고 트리뷴>>은 『털없는 원숭이』의 서평이 사주들에게 불쾌감을 주었기 때문에 그 서평이 실린 잡지를 모두 폐기 처분했다. 인간 진화론은 조롱거리가 되었고, 인류를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욕적이고 염세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간을 ‘짐승’에 비유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책은 역시나 독창적이고 때로는 너무 적나라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꽉 채워진 인간, 그 이름의 근원을 찾아가는‘인간학 개론’을 읽는 듯 했다.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충격적 설명들은 읽는 이를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동물 종 가운데 가장 성공한 비범하고 놀라운 종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신들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사람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관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나와 내 아이도 천재가 될 수 있다면..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한민국 대표 ‘드림 헬퍼(dream helper)’로 자리매김한 이지성이 『꿈꾸는 다락방』의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R=VD)’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인문고전 독서’를 제시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를 움직여온 위대한 개인, 조직, 국가 뒤에는 항상 탄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밝히고 그 중요성을 역설하며, 기존의 방식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온 천재들의 독서법을 공개한다.

 

이제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도 두뇌와 삶에 어떤 변화도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당신의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머리가 비상해지고 삶의 지혜가 쌓이는 게 아니라 두 눈의 총기를 잃고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바쳐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 만일 당신에게 워런 버핏과 스티브 잡스의 진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단돈 만 원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 서점으로 가보라. 우리 시대의 최고 리더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인문고전 저자들의 정수가 겨우 몇천 몇만 원에 당신에게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P.319)

 

책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바쳐도 좋다고 했다는데....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었다는데...그렇다면 나도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그들과 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어찌하여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내 자신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백독백습을 비롯한 다른 모든 독서 기법들은 다만 천재들의 마음을 깨닫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당신은 천재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두뇌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놀라운 사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239)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고 했던가..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겠다.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다면..
『빅 픽처』를 읽고...
 
 
 『빅 픽처』는 영미작가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1995년)의 대표작이다. 기발한 착상,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폭발적인 스피드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소설로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이다. 

  주인공 벤은 성공한 변호사다. 젊었을 때는 사진가를 꿈꾸었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쳐 변호사가 되었다. 사진가로써의 꿈을 포기하고 변호사가 된 벤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안정적인 직장, 교외의 값비싼 주택,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들을 얻은 대신 취미로 값비싼 카메라를 모으는 취미와 신경성 위장병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내와의 사이에는 대화가 없어진지 오래고, 바람난 아내를 바라봐야하는 처참한 현실.
 
  그리고 벤의 아내 베스. 그녀는 부유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생활을 누리면서도 이런 물질적인 편안함과 풍요로운 삶보다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남편인 벤을 만나 아이를 낳으면서 그녀의 꿈은 좌절되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전업주부가 된다. 하지만 베스는 이러한 풍요로운 전업주부의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자신의 꿈이 깨어진 것을 남편과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며, 지루한 일상의 일탈로 바람을 피게 된다.
 
   다른 등장인물 게리, 그는 자신의 꿈인 사진가로 살아가지만, 결혼도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사진가로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패한 예술가이다. 물질적 안정을 택했던 주인공 벤과는 달리 자신의 꿈인 사진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그 결과는 비참했다. 부모가 남긴 유산으로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허세를 부려야만 했던 남자. 하지만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벤의 아내는 마음을 끌리게 되고, 둘은 결국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게 되는데...
 
  둘의 애정행각을 목격한 벤은 게리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도 변호사로서의 침착함을 잃지 않고, 게리의 죽음을 음폐(陰蔽)하고 자신이 ‘게리’로 살아가기로 주도면일(周到綿密)하게 일을 꾸미게 된다. 아내와의 이혼....벤 자신의 계획적인 위장 자살...그리고 벤이 아닌 ‘게리’로서의 제2의 삶, 즉 사진가로의 삶을 시작하는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타임지에서도 사진을 요청할 정도로 사진가로써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도 생기게 되고, 둘 사이에 아이도 임신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은 이러한 ‘게리’로의 삶 이면에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동료 앤드류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운 좋게도 사람들은 앤드류가 아닌 ‘게리’가 죽은 것으로 알게 되고 벤은 또다시 ‘앤드류’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누구나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고픈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열망 때문인지 ‘누군가와 삶이 바뀌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소설 및 드라마,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한다.
 
  우리는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행복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려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게다. 그러기에 『빅피처』에서 ‘벤’은 ‘게리’의 모습, ‘앤드류’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벤으로 살던 시절 아들 애덤에 대한 그리움으로 먼 길을 찾아 나서지만, 아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

『빅피처』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때론 다른 사람의 모습이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 더욱 애착을 갖고, 오늘의 삶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는 아닌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