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인터넷과 정보 공유에 따른 변화

- 메가트렌드를 넘어 마이크로트렌드로...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많은 정보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생성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제공을 뛰어 넘어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자생적인 파워를 가지면서 대형화된 공공의 트렌드(trend)를 형성하게 되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의 촛불집회는 누가 주도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얻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집회를 두고‘집단 지성인가? 여론 왜곡인가?’라는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유는 아마도 집회가 가져올 정치적, 사회적 파급 효과와 더불어 새롭게 생성되고 전파될 또 다른‘정보’의 탄생 때문일 것이다.

｢미래의 충격(Future Shock)｣ 시리즈를 쓴 앨빈 토플러와 ｢메가트렌드(Megatrends : The New Directions Transforming our Lives)｣를 저술한 미국의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츠(John Naisbitts)는 정보화 시대가 인간행동 방식 및 그 방식을 바라보는 속성까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그들의 예측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이어트와 성형의 열풍은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해 다수의 여성들이 지향하는 메가트렌드를 형성하며 아담하고 통통하던 전통적인 한국여인의 체형을 서구형 체형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핸드폰은 통화의 수준을 넘어 정보생성과 공유의 일상적인 트렌드가 된지 오래고,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를 비롯한 Mobile 관련 신기술들을 토대로 더욱 파괴력 있는 정보들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트렌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유선전화 및 공중전화 사업자체를 우리주변에서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렇듯 인터넷 및 정보통신의 발달은 삶의 편리함과 지적 상향평준화를 가져와 글로벌 경제 생활권, 분권화, 네트워크형 조직 같은 특징들을 만들어 누구나 무한경쟁 사회에서 충분한 정보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충분한 정보들의 이면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왜곡된 정보의 증가와 집단적 이기주의가 생겨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정보 선택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 되고, 정보 선택의 자유가 증대됨에 따라 개개인의 개성 및 선택의 힘도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가질수록 더욱더 자신들과 동질의 정보를 가진 사람들끼리 사회의 작은 틈새들 속으로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을 주장한 것이 마크펜(Mark J. Penn)과 키니 잴리슨(E. Kinney Zalesne)의 ｢마이크로트렌드 Microtrends. 2008｣이다.

마이크로트렌드는 메가트렌드와 반대로 소수의 1%에 초점을 맞추어 그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수집단은 그들만의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면서 작지만 큰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마크펜(Mark J. Penn)은 ‘소수는 파괴적일 때 가장 강력하다’고 말을 했는데, 고학력의 테러리스트 집단은 이 말을 직접 증명이라도 하듯 전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고, 저격수가 꿈인 청소년이 미국에서 1%를 차지한다는 조사(2006년 캘리포니아 거주 16~2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설문조사)는 마이크로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정치적인 분야와 사회적인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199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은‘사커맘(Soccer Moms)-일과 자녀에 헌신하며 실질적인 정책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교외 지역의 분주한 엄마들 집단’이라고 명명한 한 집단을 포착하여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자녀양육에 도움을 제공하는 내용의 선거 운동을 진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게 되는데 그 전에는 정치란 남성에 의해 지배되는 영역이고 따라서 가정의 투표 성향을 결정하는 것도 남성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남성 유권자들은 이미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한 상태였지만 일과 자녀에 헌신하는 독립적인 엄마들로 구성된 새로운 집단은 어느 당이 집권해야 가정이 유익할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는 한 인터뷰에서 원숭이 부적을 가지고 다닌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미국 내 원숭이를 숭배하는 소수 힌두교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하였다.

마이크로트렌드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는 물론 정치적인 파급효과에도 있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상업적인 확정성과 사회적 변화에 있다. 즉, 1%라고 경시했던 소수 집단이 자신들만의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면서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들을 위한 마케팅 방향과 포지셔닝(positioning)의 방법이 달라지면서 기존 산업 패턴이 달라진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하루 왕복 3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쓰는 익스트림 통근족(extreme commuters)이라는 마이크로트렌드 집단으로 인해 이들을 위한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산업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쾌적한 공기와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도시가 아닌 교외로 나감으로 인해 교외지역의 경제 발전을 가져왔고, 조경과 레저 산업이 활기를 띄게 되었으며, 휘발유 값에 아주 민감한 이들을 위하여 자동차업계는 연비가 좋고 장시간 운전해도 편안한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차량용 오디오북(Audio book) 시장과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PSP, 휴대용 게임기 등 Portable화된 device산업이 크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마이크로트렌드로 인한 산업 세분화와 사회적인 변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집단이 ‘왼손잡이들’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왼손잡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세계 대부분의 문화에서 왼손은‘악․죄․열등함’과 연관된다.‘불길한’을 뜻하는 영어 ‘sinister'의 어원은 '왼쪽’을 뜻하는 라틴어이며, 왼쪽을 뜻하는 프랑스어 ‘gauche'는 영어에서는 ‘어설프다’는 의미로 쓰인다. 반대로 영어에서 오른쪽을 의미하는 ‘right’는 ‘올바른’을 뜻하며, 프랑스어 ‘droit'는 ‘법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또 독일어 및 네덜란드에서 ‘recht'는 ‘권위’라는 의미로 쓰이며, 스페인어 ‘diestro'에는 ‘능숙한’이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왼손잡이들’에 대한 시각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대집단으로 성장한 ‘왼손잡이들’은 가위질에서부터 거꾸로 글씨를 써 내려가야 하는 일까지 어릴 적부터 직면하는 온갖 문제를 극복하면서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위대한 예술가나 음악가, 뛰어난 실력의 운동선수와 기업의 CEO, 심지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킨 결과 이들을 위한 생활용품들이 다양하게 나왔고, ‘왼손잡이용’ 컴퓨터나 마우스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제품을 만들 때 처음부터 왼손잡이 버전을 함께 내놓는 업체가 늘어났다. 이러한 산업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왼손잡이’라는 소수의 집단을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사회적인 포용이 더욱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더 이상 ‘선천적 왼손잡이’가 ‘후천적 오른손잡이’로 키워지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정보화 사회 이전에도 많은 정보들이 생겨나고 관리되었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정보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그에 따른 파급속도 또한 무척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그에 따른 정보관리의 편리성은 자칫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와 폐쇄적인 맹신으로 이어져 집단적 이기주의를 양산하여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생성된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와 올바른 정보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시되는 이유라 하겠다. 촛불집회는 어느덧 시위문화의 새로운 마이크로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부의 강경진압 발표에 ‘집회의 수위를 높이자’는 의견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평화시위를 유지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인터넷상에서 연일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으며,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들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하여 여과 없이 전달되어 또 다른 정보를 생성하고 급속히 전파되면서 쇠고기 불매 운동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엔 특정 신문광고 게재(揭載)를 압박하는 다양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는 기존 커뮤니티 중심의 인터넷 사업에 미디어를 결합한 형태로의 전환과 UCC(User Created Contents)중심의 정보 생산에서 PCC(Proteur Created Contents) 중심으로 옮겨가는 또 다른 상업적 확산과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 다양성에서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얻고 교환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각 분야별 전문 포털사이트나 전문 커뮤니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전문 포털과 커뮤니티는 상업적 확산과 긍정적 사회변화를 가져올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로 성장해 가는 것이 진정한 정보화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범상치 않은 행동과 말로 기인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던진 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아마도 마이크로트렌드에 대한 그만의 명쾌한 통찰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외수의 아이들이 ‘왜 부모님은 저희한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저희가 경쟁에서 자꾸 밀리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을 때 “뭐 하러 경쟁해! 경쟁하지 마! 꼭 선수로 뛰어야만해? 다른 아이들이 선수로 뛸 때 넌 심판 봐!”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