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혹은 특별한 날이 되면, 또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 시간들을 눈과 마음 그리고 기억으로 담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드는 듯 사진을 찍게 된다. 그 순간의 느낌과 기분을 담기 위해, 또 그때 맘을 설레게 하고 풍부하게 해주었던 그 순간의 풍경을 담기 위해,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그 마음까지 담기 위해 잘 찍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진으로 남기느라 그 기분에 온전하게 젖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조금씩 사진에 멀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사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혹은 시간과 공간을 담아 거슬러 올라가도록 만드는 즐거운 힌트 같은 사진의 즐거움이 없지 않기에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 책인 “포토 루트 유럽”의 경우는 이렇게 유럽의 여러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사진과 관련된 사람들과 그 공간들을 소개함을 통해 사진이 그리고 사진기가 어떻게 변해왔고 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는지 등의 사진의 변화와 흐름 등을 여행의 발걸음을 통해 밟아나가고 찾아나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처음 사진의 매력을 발견하고 다양한 예술품의 사진을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형제들부터, 사진의 초기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바늘구멍 사진기 등의 여러 사진기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공간과 시대를 이어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의 사람들의 일상과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이야기 등 사진이라는 주제를 흘러가고 있었던 여러 유럽 지역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사진에 관심이 있는 혹은 이와 관련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여러 정보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사진보다는 그림이 더 먼저 떠오르는 이탈리아에서부터 이 여행이 시작하고 있어서 그 시작부터 조금은 궁금했던 여정이 아닐까 한다. 특별히 사진과 관련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여러 지역이 사진과 관련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색다른 즐거움이기도 했고, 그 공간들을 모두 찾아가지는 않더라도 여행을 떠나는 지역이 겹치게 된다면 사진과 관련된 박물관 등을 찾아가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 현재의 경우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사진이지만 이렇게 그 흐름을 살피려고 보니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것이 혹은 관심이 부족했던 것 또한 사진이 아닐까 해서 이렇게 알아가고 이야기를 읽어가는 이 시간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조금씩 줄어드는 듯이 느껴져서 즐거웠던 책이 아닐까 한다.

 

독일군의 침략으로 인해 피폐해진 폴란드, 그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들이 지키기 위해 작은 은신처를 만들어 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조용히 은신처를 지키고 있는 소년 야네크, 그는 그렇게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버티며 아버지를 그리고 조국이 다시 예전처럼 평온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기다리던 방문이 이어지지 않게 되고, 그는 결국 기다림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산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은신처로 그를 데리고 간다.

그 속에서 해방을 위해 싸우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각자의 생업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들을 잃고 자신의 터전을 잃으며, 삶의 희망과 자유에 대한 그 염원마저도 흐릿해질지도 모르는 어려운 시대에 함께 그곳을 지키면서 절망을 이겨나가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린 야네크의 시선을 통해, 또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 지고 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그들이 보여 주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통해, 억압과 고통 속에서 그들 또한 희망을 잃고 무관심해지지 않기 위해, 그들은 그 삶의 한 자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자만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증오와 고통 속에서만 머물며 삶을 잃어가지 않도록 지켜주었으며,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전쟁의 여건 속에서 그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산속에서 싸움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 우리를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무의미하고 불합리하기도 하며 또는 잔인하기도 한 행태로 인해 얼마나 좌절하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자유를 잃어버리지 않고 선의를 간직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를 이 책은 그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보다 이야기가 간단하게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어서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은 좋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에는 좀 빠른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글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시선으로 그 많은 것들을 두루 살피며 천천히 흘려보내기는 힘들기에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등장인물의 표현처럼 조금은 이상주의적인 느낌이 드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런 믿음과 선의로 인해 우리의 오늘이 여전히 계속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이를 통해 우리가 기억하고 부끄러워한 역사를 잊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 같은 과정을 통해 이를 몸소 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 그런 때에는 인간이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모든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모든 것이 은신처를,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그 피난처는 음악일 수도 있고, 시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어. 나는 내 책이 그런 피난처 중 하나가 되길 바라. 전쟁을 겪은 후, 모든 것이 끝난 후 그 책을 펼 때 사람들이 아직 다치지 않고 남아 있는 자신들의 선의를 다시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 저들이 우리를 짐승처럼 살게 했지만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원해. ...”

「“유럽의 교육” 책 88쪽에서 발췌」

시간이 갈수록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고민과 스스로의 의견과 생각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언가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할 때 현실적인 여건이나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이기에 궁금했던 책이었다.

닉 부이치치의 경우는 그의 동영상을 일부 보기도 했고, 또 이전의 책을 대략적으로 살펴본 기억이 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가 믿음으로 향한 그 삶을 잘 가꾸어 나가고, 여러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 혹은 위로를 찾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그 한편으로는 나는 그와 다르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태어난 환경이 또는 주어진 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믿음과 마음으로 하루하루 걸어 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시련 앞에서, 또 자만하고 가능성 앞에 고려하지 않은 현실적인 조건들이 스스로의 앞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믿음과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의 지지와 헌신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모두에게는 각자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니 이를 찾아 열정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자신을 통해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분명하게 전하고 있었다.

또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믿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것이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함을, 그리고 세상의 상처와 아픔 앞에서 내 일이 아니라고 너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혹은 누군가가 그 일을 돌볼 것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그 앞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들을 돌보라고 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제까지 내 삶을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다. 나만 상처입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님에도, 내 감정에 휘둘려서 다른 이의 또는 나를 지켜주고 함께 해주고 있었던 이들에게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감사하는 생활, 믿음을 간직하고 그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삶, 스스로를 돌보는 것 뿐 아니라 주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중요성, 그리고 이 땅에 존재하는 누구도 어떤 존재로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던 듯 하다. 그리고 그가 좌절하기도, 또 넘어지기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고 겸허해지기 위해 늘 기도하는 사람이기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보려하는 사람이기에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던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