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색다르거나 혹은 특이한 여행의 목적이 있는 것이 좀 더 즐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멸종된 오리의 박제를 찾아 지구의 세 바퀴 반 가량의 거리를 이동하며 이를 찾아본다는 것은 분명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류학자로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다 간단한 해설서를 쓰게 되면서 멸종된 까치오리에 집중하게 되고, 조금씩 알아가고 찾아보는 와중에 보다 적극적이고 세부적으로 살피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간직하고 있었던 집요함의 발동에 동참하게 된다.

사실 조류학자의 연구라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특이한 생활환경 혹은 여건에서 살아가거나, 얼마 남아 있지 않아서 그 개체를 보존해야 하거나, 특별한 공간에서만 서식하거나 그 서식의 방법이 남다른 무언가 독특한 개체 혹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개체를 찾아 연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이미 이 땅에서는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까치오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기에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의 경우, 까치오리의 둥지에 대해서 살피다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까치오리의 알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또 여러 지역에 박제 되어있는 까치오리를 직접 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까치오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과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식들도 상당히 재미있게 이야기되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도 즐거움이겠지만, 그 여정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역에서의 에피소드 또한 그의 시선과 재치로 전달되고 있어서 이 또한 책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글쓴이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진행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가끔은 멸종된 까치오리의 박제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에도 여전히 일부의 종들이 살아져가고 있음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잊혀지고 그 누군가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을 수 있는 생명을 여행을 통해 다시 살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생각들을 잠시라도 해볼 수 있는 시간 또한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시작이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조금은 지나친 집요함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이 여행이 계속되면서 먼 곳도 마다하지 않은 채 설득을 해가며 여행을 계속해나가는 글쓴이의 모습에서 그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조금은 그 모습이 부럽기도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언젠가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스케치를 하는 누군가를 본 적이 있다. 어떤 화려한 건물 혹은 유명한 유적지, 또한 대단한 미술작품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소소한 일상 혹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또 조금은 단순하게 그려나가고 있었다. 사실 누군가를 빤히 들여다보는 것이 실례가 되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그리고 그림으로 남겨진 것들은 어떤 느낌일지, 그래서 눈치가 보이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잠시 눈여겨보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 흔적을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었던 것이.

본질적으로 게으른 탓인지, 아니면 어릴 적부터 크게 그림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상당히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쉽게 시작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지 않게 되었던 것은 아닌데, 또한 드로잉 노트와 연필 정도는 그래도 여러 개를 이미 구입해두었으나 아직 실질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라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뛰어나진 않더라도, 정말 내 그림을 보면서 이게 도대체 무엇을 그리고자 했던 것일까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려보고 싶은 풍경, 순간, 느낌 그리고 사람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듯 하다. 글쓴이가 직접 그리고 있는 여러 스케치들을 함께 수록되어 있기에 글과 함께 읽는 맛이 더욱 배가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직접 해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듯 하다. 또한 여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 간단하고 짧은 여행에서도 충분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그 즐거움을 손으로 소박하게 표현할 수 있음을 책을 통해 읽으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쓴이가 부럽기도 하고, 그 능력을 조금만 나누어 주면 안 될까 하는 바램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제까지 유심히 관찰하거나 혹은 어떤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지 등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보지 않은 채 무조건 그려보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서, 다시금 여행 스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생각하고 바라는 것들을 혹은 표현하고 싶은 그 순간을 또는 그 느낌을 마음껏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능력이지만 그래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알베르 카뮈를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의 책을 읽은 것도 이미 오래전이고 그 당시에 책을 읽으면서도 아주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대표작 이외의 책들을 눈여겨 본 기억이 없기에, 아마도 선호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도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궁금한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른 이들의 추천도 물론 있었으며,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을 통해서 그의 작품을 다시금 읽어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했던 것 같다. 카뮈의 책을 읽을 당시에도, 그의 명징한 표현들이 분명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느껴져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검은 글씨를 따라가는 표면적인 이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어쩌면 더욱 작가의 책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방인”을 구입하기는 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이렇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책이 조금은 달리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움을 받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작가가 좋아하는 열개의 단어로 살펴본 표현들은 때로는 아름다웠으며, 또 때로는 작가의 생각을 분명하게 보이는 듯 느껴지다가도 또 때로는 그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또한 여러 책들과 문장들 속에서 엮여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기에 아직 대부분의 책을 읽지 않은 독자의 입장으로는 그 그림이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은 듯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어 작가의 작품을 간략하게 읽어볼 수 있는 장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금 “이방인”을 읽어볼 것과 “페스트”라는 작품이 궁금해졌다. 사실 “이방인”이라는 작품도 매력적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더욱 궁금해진 작품은 후자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략적으로 작품을 만나게 되면 이후 카뮈의 연설과 편지들을 읽을 수 있게 되며, 그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작품과 예술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며 마지막으로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의 경우는 주로 다양한 책들과 자료들을 엮어서 카뮈의 작품 세계와 예술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만나게 되는 문장을 통해 또는 해설과 짧은 발췌를 통해 보다 궁금해지거나 혹은 읽고 싶은 책들을 만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모두는 아니지만 몇몇 표현들에서 보여 지는 아름다움과 진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세계를 바라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작품만큼이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갖게 된 책이 아닐까 한다. 지금 당장 그의 책을 읽게 되지는 않더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그의 몇몇 작품들을 읽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