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안나 카레니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유명하기도 하고, 또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에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른다.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식 이름 등에도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또 찾고 있으며 영화 혹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이에 대한 사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나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이 책은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의 모습을 현대적인 도시 뉴욕의 공간에서 발견하게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유사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민자로서, 또 그럼에도 그들만의 전통과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그 내부에서 더욱 결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이웃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와 닮은 듯 보이는 안나K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딘 듯 조금은 무심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눈길을 끌게 되는 그녀 안나,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서 구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애와 그녀의 실제 삶에서는 자신이 그리고 꿈꿔왔던 모습과는 다른 어딘 듯 불안해 보이는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과 가족의 문화적인 전통에 따라 누군가에게 정착을 해야 함을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남편을 만나게 된다. 사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과 어울렸던 것은 아니지만, 만남을 통해 자신이 보다 안락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것을 거절하기에는 이미 꽤 먼 길을 와버린 현실 앞에서 그녀는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그 와중에 우연히 꿈과 낭만을 눈에 간직하고 있는 청년 데이비드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기차가 정차하는 역에서의 짧은 만남은 그 시간과 상관없이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조금은 흔들 수 있을 만큼의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결혼하게 되고 자신의 안정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되며, 자신의 아이를 낳게 된다. 출산 후 순수한 사촌 카티아의 부모님이 열게 되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서, 카티아와 함께 미래를 그려나게 될 것 같았던 데이비드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어긋남은 다시금 조용하게 자신만의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던 레프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학창시절부터 카티아를 그만의 조금은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무성했던 소문으로 인해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레프, 그는 자신 또한 가족의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는 처지에 있다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가 꿈꾸던 혹은 그가 프랑스 영화에서 찾았던 그 무엇이 보이지 않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 카티아와의 데이트를 하게 되고 자신이 바라고 그려왔던 그 현실을 눈앞에 놓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게 되고 책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자신들의 삶을 그려나가고, 그리고 그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랑과 불안 등에 대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원작이 뛰어난 작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뛰어남에 주눅 들지 않고 이야기의 기본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고 하더라도 이민자로서의 현실, 또 오늘날 마주하게 되는 삶에 대한 고민과 사랑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이 책이 조금은 가볍게 읽히는 부분들이 없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핀란드에 크게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는「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으로 인해 그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가 바라 본 핀란드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마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마냥 “휘바, 휘바”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서 멈추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거창하게 핀란드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거나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그녀가 촬영을 위해서 핀란드에 가게 되었고, 그 시간동안 바라 본 풍경, 마주한 사람들과의 소소한 이야기, 그곳에서 맛보고 즐기게 된 음식들, 그리고 그 기억과 추억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자세한 핀란드의 풍경을 그려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박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서 풍겨지는 느낌을 대략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그런 글이 아닐까 한다.

촬영으로 가는 곳이라 크게 정보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비행기에서부터 그녀의 마음을 흔든 음식이 있었으니, 어머니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시나몬 롤과 소금과 감초 등으로 만든 간식 - 그녀의 표현을 따르자면 ‘타이어나 고무호수에 소금과 설탕을 뿌려서 씹으면 혹시 이런 맛이 날지도 모른다는’ (나의 핀란드 여행 책 15쪽에서 발췌) - 살미아키를 만나게 되면서 핀란드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면서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음식들과 조금은 무뚝뚝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표현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단순한 교통수단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그녀에게 핀란드의 이곳저곳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트램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특이하게 자상했던 운전기사 아저씨, 고기와 소스 요리의 어울림과 마음껏 자연과 야생의 맛을 느꼈던 과일과 채소 등 그녀의 이야기에는 핀란드를 직접 경험하고 생활하고자 하는 작은 모험들과 경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고, 이상하게 그녀의 취향이 상당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긍을 하게 되고, 한번쯤 핀란드에 가서 지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책을 읽고 나서 핀란드의 여러 음식 또는 헬싱키의 석양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메밀국수의 풍미와 향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그리 길지 않은 글에 적혀 있었지만 감초처럼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내일이라도 메밀국수를 후루룩 먹고 싶어졌다. 물론, 그녀의 경험처럼 신기루 같은 음식이라 막상 음식을 먹고 나면 바라고 기대했던 그 기분과 맛을 느낄 수 없을지 모르나, 그래도 한동안은 메밀국수를 먹으면 핀란드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정말 제목처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100년의 세월만큼 제법 묵직한 무게와 두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 두께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유유자적하게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채 트렁크를 어수룩한 자세로 끌고 가는 노인의 이유모를 여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양로원 파티에서 시작된다. 아무래도 짧지 않은 세월이다 보니 이를 축하하기 위해 제법 대단한 분들이 모이는 자리였으나, 100년의 시간을 살아온 알란에게는 좀 더 일찍 결정하지 못한 아쉬운 순간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창문을 넘어 양로원에서의 복장으로 길을 나서게 되고, 자신의 무릎을 배려하여 천천히 그리고 무작정 떠나게 된다. 그것이 현재의 상황이었다.

그러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온순해 보이지 않은 청년의 부탁을 받게 되는데, 그 와중에 자신이 결정한 버스가 도착하고 어쩔 수 없이 혹은 우연히 트렁크를 끌고 버스에 오르게 된다. 무엇이 그를 그런 결정으로 이끌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그 선택을 하고도 태연하게 버스에 앉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역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를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하면서 할아버지의 현재의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현재의 시점이 진행되다 다시 과거 그의 탄생에서부터,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보여 주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떠나자 조금은 안도하기도 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아니었으나 매 순간마다 크게 불평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재미를 찾아 또한 간직하고 있었던 호기심의 불빛을 찾아 이동하고 살아왔던 순간이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쾌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매 순간이 제법 재미있기도 했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100세의 삶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이 계속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정말 대단한 노인을 만난 기분이 든다.

크게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혹은 불평하지 않으며 그 긴 시간을 살아온 태연한 노인의 모습에서, 너무 늦게 창문을 뛰어넘은 것을 아직도 삶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그 모습에서, 무거운 다리로 조금은 황당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면서도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 여정에서 인생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이렇듯 살아가고 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