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의 경우 정치적인 혹은 사회적인 체계가 잡혀있으며,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국민들의 권리를 지켜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 등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행정적인 절차 등을 통해 우리의 의무와 역할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시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들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며 그 누군가가 이런 제도들을 정착시키고, 이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이해시키기 위해 설득하며,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보냈음을 떠올려 보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사회계약론]을 읽으면서 어떤 표현이나 문장 등은 정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지만 (특히, 다른 고전 등에 대한 언급과 거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부분들에서 그 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보나 부분만을 놓고 이해하는 것에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음)

그럼에도 루소의 경우는 자신의 생각을 상당히 명료하게 밝히고 있는 편이며, 결국은 생각들이 맴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 느껴지는 부분들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셔 그의 글을 따라 읽다보면 상당히 놀라게 되는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체제의 상당히 기본적인 요소들과 생각들이 이 책에 설명되어 있으며, 이것이 조금씩 변형 되어오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또는 그 필요에 따라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들이 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권리와 평등에 대한 인식, 집단에 대한 그리고 그 집단 내부에 존재하는 개인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들의 권리와 의무 또한 이를 통제하고 지키기 위한 계약 등의 언급은 현재의 오늘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언급이 끝나고 나면, 보다 구체적으로 주권자의 역할, 또 시민으로서의 투표 등의 의사표시 등 책의 소제목처럼 주권의 본질적인 부분 뿐 아니라 귀족정치, 민주정 등의 정부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과 함께 로마라는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도시국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이 책의 구성은 기본적인 이론의 토대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조금씩 그 과정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보다 나은 생존의 조건을 위해 계약을 하고 서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당연한 조건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불평등이 늘어만 가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우리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요즘인데, 오늘의 국가의 존재가 또 정부의 형태가 그리고 그 속에 국민이라는 집단으로 또 개인으로 존재하는 우리의 역할과 주권 등의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해서는 제법 들은 기억은 많지만 그 이름은 제외하고는 크게 구체적인 실체의 모습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노예해방이라는 단어에 연결되어서 혹은 링컨이라는 인물과 연관되어서 남북전쟁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이는 실체는 없고 단지 이름만이 기억에 남는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순간이기는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 일어난 한정된 사건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된 부분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전쟁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며, 이 또한 하나의 시선으로 전쟁을 경험하고 바라볼 뿐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다만 구체적인 묘사와 상황에 대한 담담한 고백조의 문체가 격양된 상황이나 실체에 대해서 감정적으로만 대하기보다는, 그 순간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쟁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힘들지 모르겠으나 그 상황 하나하나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책인 듯하다. 그리하여 막연한 전쟁이라는 단어 속에 그 상황의 전체를 던져 넣은 것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순간에 그 한사람 한사람이 구체적으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두려움과 공포 혹은 체념과 공허를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을 마주함을 통해 전쟁이라는 단어 그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실체를 마주할 수 있게 된 부분도 없지 않은 듯하다.

전쟁의 상황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군인들, 그들의 상처와 고통, 그럼에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진군과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적군뿐 아니라 아군의 실책에 의해서도 사망하게 되는 그 현실, 어두운 밤 번개의 반짝임에 의지해서 움직이고, 상대가 예상은 되지만 보이지 않는 그 상황 속에서도 계속 걸어가며, 그 와중에 자신의 발밑에서 죽은 전우의 혹은 아직도 살아있어 그들에게 말은 건네는 그들은 옆에 남겨둔 채 걸어가는 그 모든 상황들이 이 책에서는 감정적인 표현 보다는 상당히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조금 그 묘사와 설명의 방식이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을 계속 읽다보면 무언가의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는 느낌도 든다.

전쟁이라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으며,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기에 어떻게 보면 크게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 전쟁을 역사를 통해 혹은 여러 사회적인 상황 혹은 정치적인 여건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주했을 때에는 그 구체적인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기에 불편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그 상황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또 왜 존재하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계속되는지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잠시라도 구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부분이 없지 않았던 책이었던 듯 하다.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각 국가들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며 교류가 확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시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가까워짐의 실체가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을지 모르나 역사적인 문제 혹은 문화적인 차원 등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 면에서는 크게 향상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간혹 읽게 되는 기사들을 통해 혹은 아시아 국가들과 관련된 몇몇 책을 읽다보면,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인 관계가 증대되는 것만큼 각 국가들 사이의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큰 폭으로 증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전쟁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지배와 피지배 그리고 그로 인한 상흔과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시점에서 서로 간에 깊이 있는 이해와 교류가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본이 궁금했고, 일제 강점기를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고 이를 토대도 “토지”라는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일본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간단명료하게 일본에 대해 말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 역사적인 기원에서부터 그들의 믿음과 가치관 등의 형성에 영향을 미쳐온 신화 등을 토대로 과거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역사의식에 대해 말하고, 또한 이런 것들이 어떻게 현재에까지 그리고 일본의 정체성과 사고를 만들어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적인 분위기나 시선에 대해 작품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일본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반박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과 가치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결국 그것이 일본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임을 말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 크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싫어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가, 일본에서 전해지는 한국에 대한 생각과 입장들이 불편하게 여겨지면,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이 일본에 대한 인식의 전부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서로 가까운 국가이기도 하고 또 역사적으로도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국가로서 서로를 올바로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해보게 된다. 책의 경우 어느 정도는 강경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있는 편이며, 이제까지는 깊게 생각을 해보기 않은 부분들도 있어서 글의 논조가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시대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바라본 일본의 모습을 쓰고 이해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떠한 형식이든 오랜 관계를 가져온 관계임에도 아직 서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충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은 듯 보이는 이 상황에서, 경제적인 관점과 필요에 따른 접근법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그리고 제대로 각자에 대해 또 서로의 사회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