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커다란 공간에 가만히 내려앉은 새처럼 그렇게 이 말은 나에게 깊은 울림이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사소할지 모르지만 누군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이 문장을 스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만나고 하는 과정이 파도가 바다에 살면서 한 번씩 철썩일 때의 그런 모습일거다.

이 글은 김연수 라는 작가의 신작이다. 잠깐 인터넷을 돌아보니 김연수의 펜들이 많음에 놀랐다.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처음 책을 접할 때 이건 뭐지?

소설인가, 아님 에세이 아닌데 그럼 시와 소설의 중간 쯤 되나?

그런 생각을 가질 만큼 이 책에 대해서 작가에 대해서 느낀 감정은 매우 호기심 가득 찼다.

분명히 남자가 쓴 글인데 글의 흐름은 아주 섬세한 여성 작가의 문체가 보이기도 하고 너무 잘 숙련된 숙련공의 솜씨처럼

나무랄 데 없이 흔히 토시하나 틀리지 않은 문장 같은 느낌을 주었기에 거기에 내 딴엔 트집을 잡고 싶었다.

"어때 재밌었어? 하는 딸아이의 질문에도 난 우리 문학특유의 향취가 풍긴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어쨌든 책의 도입부분은 이 책의 주인공인 카밀라양이 양어머니 앤의 죽음 후 자신에게 돌아온 소지품 상자를 받고 나서의 이야기다.

그녀에겐 유이치라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그녀에게 소설을 써 보라고 권유를 하게 된다.

일찌감치 그녀의 필연적인 작가로서의 자질을 알아본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유이치는 상자 하나 하나를 열어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로 적어보라고 한다.

거기에 사진 속에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생모로 추정되는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되고 카밀라는 자신의 생모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 땅을 밟게 된다.

카밀라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였다.

그녀가 자신의 양 아버지에게 왜 자기의 이름이 카밀라냐고 물으니까 양아버지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지 라고 대답했다.

아마 그녀에게 그 이름을 지어준 연유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 동백꽃 앞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그렇게 지어 주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카밀라는 한국말로 동백꽃이다.

거기에 기인해서 동백꽃이 유명한 진남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고 어쩌다 입양가게 되었는지, 자신의

어머니가 정지은 이라는 사실과 아버지가 정지은의 오빠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소문이고 그것으로 인해 카밀라의 어머니는 자살을 하게 된다.

점점 깊숙이 정지은 이라는 어머니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니 카밀라는 자신보다 어렸을 당시의 어머니의 대한 생각이 슬픈 심연으로 다가온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라는 말로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작가의 말에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어떤 똑 부러지는 결말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통해서 바다 속의 심연처럼 깊은 울림으로 파란 바다가

검은 바다로의 모습임을 기억하라는 그런 뜻이 담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다가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 간직해 둔 사연들이 검게 멍들을 만큼의 세월이 묻혀 있을 것이다.

과거보다는 현실을, 내일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하는 유이치가 카밀라와의 이별 후 그녀에게 보낸 메일이다.

이 이야기를 한마디로 축약해줄 속 시원한 결정타가 아닐까 해서 한번 인용해 보겠다.

슬쩍 이런 유이치같은 남자가 내 남자라면 하는 기대를 품어보며…….

" 그때 나는 너의 정수리를 보고 있었지."

머리카락은 윤기가 넘쳤어, 한 올 한 올 하나씩 존재하는 것 같더라.

세포들을 상상했어. 네 몸 안에 있는 세포들, 생성됐다가 또 성장했다가 또 죽어가는 세포들,

그 세포들의 삶의 궤적을 상상했어. 그 세포들의 형태는 내가 생물 시간에 배운 것처럼 저마다 완벽하리라

생각했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그럴 때 마다. 너는 그렇지 않다고 , 너는 스스로 충만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결심했어.

그때 너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감동이다. 이런 사람의 응원을 받는다면 카밀라는 조금 후 아주 조금 후 다시 생기를 되찾고 행복해 지겠지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 김연수

대박!

이런 기발한 정말 긴요한  아이디어가 작가란 머리엔 도대체 몇 만 킬로의 생각들이 달리고 있는 걸까?

이 글은 일본작가가 쓴 책이다.

일본은 장수국가이고 초고령화사회이다. 노인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간과할수 없는 문제에 돌입했다.

노인의 문제는 노인에게만 집중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이다.

독거노인도 많고 노인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 너무나 산재해 있다.

그런데 노인을 노인이라고 말할때 노인인 것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아직도 갈길이 먼데 정년 퇴직은 너무나 이르다.

60이라는 나이는 예전엔 많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100세를 바라본 시점에선 아직 겨우 꺽어진 50을 넘었을뿐인데...

퇴직이라니  그것도 명퇴니 하며 더 일찍 등떼밀려 퇴직금, 위로금이라고 받은거 가지고 이꼬임 저꼬임에 속아 다 날리고

빈털털이 신세를 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 돈을 피같은 돈을 지키고 간직하기엔 세월이 너무 멀다.

이글은 퇴직한 아저씨들이 만든 회사놀이이다.

이 아저씨들에게도 젊은 청춘이 있었고 그들이 걸어온 길은 우리말로 베이비 붐 세대인 것이다.

그들이 있었길래 나라가 부강할 수 있었고 우리 세대 다음 세대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새벽별보고 출근하고 밤 늦도록 야근이다. 철야다. 그런 시간들을 회사에 몸바쳐 충성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가정엔 소홀할 수 밖에 없었고 퇴직후엔 별로 대우도 못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것이다.

회사를 다닐땐 이놈의 회사 언제 때려치나 하는 생각도 수없이 해 왔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여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자기계발도

하며 지내야지 하는 환상에 있었건만, 노는것도 하던 가락이 있어야 하지 어느 정도 하다보니 이것도 재미가 없어지고 그 나마

갈곳이라고는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읽고 시간을 축내는 것이다.

이것마저 이젠 지친다. 그러던 찰나 이 중년의 아저씨에게 자신과 신세가 같은 사람이 다가와 제의를 하게 된다.

회사놀이다.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정말 죽을 지경인것이다. 집에만 있으니 자꾸 늙는거 같고

생기도 없어지고 도무지 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 회사놀이는 시작되고 매일 매일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출근하는 일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잘 안돼는 찻집에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고 식사와 찻값을 지불함으로써 쓰러져 가는 찻집도 다시 일어서고 일석이조의 능률이

생기며 점점 회사놀이는 놀이지만 실제로 회사처럼 돈만 유통되지 않을 뿐이지 회사의 모습 그대로 경쟁회사도 만들고

그것은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오차를 줄이는 시뮬레이션이된다.

좋은 본보기가 된 셈이다. 이럼으로써 정년퇴직한 사람들은 갈곳이 생겨서 좋고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점포들은 다시 현상 유지가

되어서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러나가 존재해야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지나 보다. 이런 순수한 회사놀이에 찬물을 끼얹지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으며 참 좋은 아이디어다. 뜬금없이 개콘에 갑을 컴퍼니가 생각나서 이야기에 빠져들다가도 이들의 상관관계가 뭘까

하는 어뚱한 생각을 했다.

웃기려고 한것이나 어쩜 피장 파장이 아닐까 이런 순수한 동기에 돈을 개입시키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시점에 자신들의 욕심에

빠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을 미워해야만 하는 것이 싫어진다.

사람은 지금 이 자리가 정말 감사한지 고마운지 필요한지 자신이 몸담고 있을땐 잘 모른다.

왜 사람이니까

세월의 비를 맞고 돌을 맞고 사람의 때를 뒤집어 썼을 때라야 비로서 아 그때가  좋았구나 봄날이었구나 한다.

갈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일이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매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내일 봐요 하고 인사를 하는게 자신은 좋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그들의 안녕을 바라며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재밌게 봤고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볼만한 과제인것 같다.

극락컴퍼니, 하라고이치

한마디로 넘 재밌다. 재밌었다.

이런 이렇게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다니 윌리엄 아이리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처음 이야기에 빠지면서 나는 정말이지 그 흥미로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나도 물론 굉장히 책을 읽는걸 좋아 하지만, 나의

두 딸들도 매우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컸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걸 무척이나 갈망한다,

어느날, 둘째가  도장에 갔다와서 다리를 푸는동안 책을 읽어 줄 것을 제안한다. 나는 흔쾌히 그러마 하고 책을 읽어 주었다.

근데 이 책이 너무나도 재미가 쏠쏠해서 큰 딸에게도 전파를 탄것이다.

하루는 오후내내 몽땅 딸아이들에게  잡혀  책읽기 교실을 열었다.

셋이서 함께하는 여행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목은 아프지만 그 상황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 친구가 되어 형사가 되어 애인이 되어 우리는 책속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 이야기는 주인공 스콧 헨더슨이라는 남자가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헨더슨은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온다. 그리고 맨처음 만나는 여자와 오늘 하루를 보낼것이라고 말한다.

맨처음 술집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고 헨더슨은 그녀에게 오늘 자기와 하루를 같이 지내자고 제안을 한다.

단 서로 어떤 것도 묻지 않기로 한채, 통성명조차 없이 그들은 그렇게 같이 술도 마시고 연극도 보고 저녁을 같이 먹고 아무런

미련없이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안엔 왠 낯선 남자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과 말다툼하던 아내가 살해당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당연히 헨더슨이다. 왜냐하면 오늘 그는 아내와 싸웠고 오늘 입은 옷이 자신의 아내가 교살당한

넥타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헨더슨은 경찰의 추궁을 받게 되고 자신의 너무나 미력한 알리바이는 그를 변호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디데이 20여일 쭉쭉쭉 감소하는 날짜와의 사투을 벌이게 된다.

사형집행을 받은 것이다.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여인의 이름도 얼굴  생김새도 전혀 기억이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그의 말에 형사도 어이없어 한다.

이렇게 어린아이보다 못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자기는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이지 구제불능이다.

6시간이나 함께 술을 마시고 마주앉아 저녁을 먹고 연극공연까지 관람한 여자의 생김새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갔던 술집,레스토랑 ,극장 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헨더슨은 본 기억이 나는데 그와 함께 동행한 여인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 여자는 특이한 모자를 썻는데도 전혀...헨더슨은 다른 것은 생각이 나질 않지만 모자만 오직 모자만 생각날뿐이다.

교도소에 갇혀 죽는 날만 기다리던 헨더슨에게 청신호가 들어왔다.

자신을 여기로 자기손으로 몰아넣은 버지스라는 형사가 자기는 정말 이 사건의 범인이 헨더슨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형사경험상으로 봐서 이건 아니다는 것이다. 물론 심증, 육감이다는 것 이렇게 당신같이 허술한 알리바이를 대는 사람은 전혀 절대

범인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지스가 제안을 하게 되고 헨더슨을 위기에서 구출해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헨더슨의 친구는 중동으로 날아갔는데,그래도 예전의 우정이라면 필시 당신을 위해 달려올 것이다 라는 버지스의 말대로

형사가 전보를 치게 되고 그의 친구는 헨더슨을 구하기 위해 날아오는데,

사건은 점점 재밌어 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릴을 선사한다.

헨더슨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점 조여오고 정말 마지막 남은 시간안에 그를 구해낼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제발 제발 죄없는 헨더슨을  제발.....

이 책을 읽은지 며칠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남아있는 걱정과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작가의 손에 작가의 생각안에 갇혀 내가 아닌 주인공을 향한 끝없는 기도와 바램과 염원을 담아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다.

다소 어거지의  전개들이 미흡한 감은 없진 않지만 다  재미를 위한 무덤이 아닐까

정말 유능한 형사, 변호사, 사설탐정도 많은데 그리 멀리 까지 날아간 친구를 그것도 전혀 100퍼센트 구해낼 확률도 없는 친구를

동원했나 하는 의구심이 머리를 들지만 다 깊은 뜻이있으리라  끝까지 인내하며 읽어 나가면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정말 언제까지나 기억의 저장고에 꼭 간직할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두 딸들과 함께 한 책이니까

마치 영화 한편을 같이 관람한 기분, 아니 그것보다 더 한 즐거움이었다.

다 큰 아이들임에도 엄마가 어설프게 흉내내며 읽어 주는 이야기가 재밌다고 감동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이 글을 읽는 엄마들께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책과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길......

환상의여인, 윌리엄아이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