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회색 겨울이 익숙한 보스턴의 메모리얼 병원.
수잔은 첫 실습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수 없는 의대 3학년 학생이다.
실습 학생들이 선배 인턴인 벨로우즈의 뒤를 겁많은 강아지처럼 따라다니며 교육을 받는 중 수잔의 눈에 띄는 한 환자가 있다.
자신과 동갑인 24살 여성, 임신 중절 수술 중 코마상태에 빠진 낸시 그린리라는 환자다.
드문 여자 의대생으로 성차별 발언에 민감하고 남자에게 뒤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잔이지만 같은 또래 여성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모습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가 맡은 첫 실습은 버만이란 젊은 남자에게 정맥 주사를 놓는 것. 간단한 다리 수술로 입원 중인 버만에게 또 한번 감정을 허물게 되고 그가 퇴원하기 전 만날 약속을 정하게 된다.
그와 만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건강한 체력의 버만이 수술 도중 코마상태에 빠져버린다.
지난 2년간 메모리얼 병원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수없는 코마 환자는 12명.
수술 마취에서 회복되지 못한 경우와 입원 도중 코마에 빠진 경우로 두 종류다.
수잔은 실습 강의를 모두 빼먹은채 코마 관련 논문과 서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치 신에게 부여받은 소명이나 운명처럼 코마현상에 점점 깊숙히 꽂히게 된다.
페니실린처럼 언젠가 그녀의 이름이 붙은 수잔 증후군이 탄생할지 모를 일.
초반의 의욕은 점점 의구심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또 가족을 들먹이는 협박을 당하고 메모리얼 병원의 이사가 그녀를 병원에서 쫓아내버리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녀가 알아낸 환자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모두 혈액형과 이식조직 검사를 한 것,
그리고 모두가 8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식조직 검사 비용은 병원 측에서 부담한 것이었다.
23세이상 40세 미만의 젊은 사람들이 비교적 가벼운 맹장 수술, 안면마비,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으러 왔다가 원인불명의 코마에 빠지게 된 원인.. 수잔은 그 원인을 감잡았다. 하지만 그 동기는..........
수잔은 간호사복을 입고 버만이 옮겨 간 제퍼슨 인스티튜트로 향한다. 직속 가족도 2주를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갈수 있는 경비가 삼엄한 곳. 그곳 천장에서 내려다본 추악한 광경은 그간의 수잔의 의문을 확실하게 풀어주는데.....
실제로 하버드 의과대학원생 출신으로 의학스릴러 장르로써 명성을 떨치는 작가다.
병원 내의 묘사, 의학 용어가 구체적이고 생생한 분위기를 읽는 내내 전달받는다.
짜임새와 현실감이 느껴지는 스토리, 실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공들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장기 이식기술의 발전과 그 위험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멀쩡한 환자를 코마에 이르게 하는 병원 내부의 트릭이 정말 충격이었다.
식물인간의 장기 이식수술을 비판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산 자와 죽은 자"가 떠올랐는데 코마 환자는 마취를 하지 않고 시술에 들어간다. 코마상태에서 정말 아무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고 속단하면 안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