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로빈쿡의 대다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죽은 사람을 전문으로 다루는 뉴욕 검시소의 여자 검시관 로리가 주인공이다.

신문에 실리는 미스테리하고 별별 흉흉한 사건사고에 휘말린 주인공들이 이 곳 뉴욕 검시소로 부검을 위해 실려온다.

그래서 검시소 앞에는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자주 시끄럽게 진을 치는 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시신을 Y자로 절개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검시관이야말로 추리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신과 함께 경찰과 내통해야하고, 때론 진실보다 적당한 거짓으로 얼버무려야하는 정치적인 입김도 작용하는 부검의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껴볼수 있었다.

탐정소설 읽기와 부검이 천직인 로리가 코카인 주사로 인해 사망한 젊은 여피들의 시신들을 연달아 부검을 맡으면서 마약과용증례사고를 의심하고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다.

여피족은 성공과 재력을 얻은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또 하나는 갱 식 처벌로 뒤통수에 총을 맞은 시신들이 연달아 검시소에 들어오면서 형사 루가 로리의 부검 현장에 출석하게 된다.

로리는 코카인 사망이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점점 확신하게되고 루는 한밤중 자택 침입한 괴한에게 총을 맞은 시신들의 이유를 알아내고자 한다. 

로리와 루는 서로의 사건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다툰다. 두 사건이 실은 하나의 동일한 사건인지도 모르고.... 

 

안과의사인 작가의 주특기를 살린 92년도 소설이다.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다른 두 개의 사건이 수요와 공급 둘을 한 번에 주무르는 갱 두목 폴의 잔인하고 무식한 게임을 향해 하나로 합쳐지며 동전 양 면처럼 밝혀지는 이야기다.  

로리의 리얼한 검시관 생활뿐 아니라 의사 조단의 호화 안과병원, 양심을 찾아볼수 없는 갱들의 복수와 일처리 등 흥미로운 장면들이 있다.

로리의 예상처럼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몸의 체온이 코카인에 섞인 오염물질 때문이었을까,

루가 알아낸 총상 시신들이 공통적으로 앞두고 있던 각막수술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피족이 당했던대로 똑같이 앙갚음을 당하게 된 로리가 폴에게서 탈출하게 해준 새로운 물질 역시 흥미로웠다.

 

   

테일러, 케트, 하니. 세 명의 젊은 여의사의 긴박하고 눈을 뗼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며칠간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을만큼 24시간이 바쁜 병원 내 레지던트의 삶이 숨가쁘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젊음의 꿈과 희망이 그녀들이 쓰러지기 직전 힘을 공급해준다.

책의 처음 부분은 법정 장면으로 시작한다.

환자를 안락사시킨 테일러가 그에게서 백만 달러를 상속받게되자 유가족이 제기한 고의적인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다.

흙수저로 태어나 혼신의 힘으로 의사가 된 흑인 케트는 자신의 삶에서 절대 허용하지 않았던 남자를 그녀의 테두리에 들이는 순간 끔찍한 결과가 불어닥친다.

의사가 되기 위한 두뇌와 공부대신 전혀 다른 분야의 특출한 노력으로 의사가 된 하니는 세 명의 주인공 중에 가장 자존감이 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찾아오는 곤란한 일, 장애물들을 오로지 한 가지 능력으로만 아슬아슬하게 타파해간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예측할 수 없이 제각기로 갈리지는 운명.

사랑, 도전, 살인, 반전, 희망... 엠바카데로 시립 병원을 배경으로 이만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모두가 주인공일 수 있는 드라마이고 또 타고난 꾼의 스토리 진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와 긴박감을 놓지않고 읽게만든다.

샌프란시스코의 엠바카데로 시립병원의 세 여성들을 통해 삶에 대한 후끈한 열정과 도전, 의욕을 옮겨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의 법칙도 아찔하게 느낄 수 있다.

책에 가끔 등장하는 기독교 비하, 점성술과 안락사 옹호가 조금 아쉽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소설이다.          

 

광고회사 간부인 커리어우먼 레슬리 스튜어트는 일적으로 만나게 된 변호사 올리버와 사랑에 빠진다.

레슬리는 켄터키 주의 주지사 후보로써 지역에서 유명인사인 올리버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데 이윽고 올리버는 레슬리에게 청혼을 하고 두 사람은 황홀한 기분으로 결혼식 준비를 한다.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있던 어느날 레슬리는 심각한 목소리의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고 청천변력같은 소식을 전해듣는다. 올리버가 파리의 상임의원의 딸 제인과 결혼절차를 끝내고 레슬리와 결혼하기로 한 켄터키의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배신당한 고통과 한순간에 지역의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무엇보다 과거에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기억과 함께 상처가 깊이 덧나버린 레슬리는 조용히 복수의 칼을 갈게된다.

장르로 말하자면 여자의 복수극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정치스릴러 쪽에 가깝다. 

장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주지사를 걸쳐 대통령 자리에 이르는 올리버와 남편에게 물려받은 작은 신문사를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한 워싱턴 튜리분즈로 키워 그를 파면시키는데 물불 가리지 않는 레슬리,

사라예보의 전쟁 현장을 취재하는 다나,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려는 장인 데이비드 등이 백악관 내의 정치 알력과 방송국의 바쁘게 돌아가는 내부를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다.

또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 점령술사를 신뢰하는 기업가, 약물 엑스터시, 워싱턴 호텔 내부 장면 등이 빌 클린턴을 연상케하는 대통령의 여성 스캔들과 더불어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빠르게 굴러간다.

막판에는 백악관 내부 누군가에 의한 소행을 짐작할수 있는 젊은 여성들의 엑스터시 복용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시드니 셀던의 책의 여주인공들이 그렇듯 레슬리, 다나도 아름답고, 지적이고 대담하다. 현실에서 보기드문 캐릭터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주인공들을 보면 마음 속 어딘가가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복수가 삶의 원동력이 된 여자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고

남자는 사랑보다 권력과 일이 우선인 존재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욕망의 양면을 달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