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동물 시리즈 중 4번째 영원한 황금 지킴이 그리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표지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이런류의 그림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라는 예감이 확 밀려온 책입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신화속 몬스터들에 흠뻑 빠져있는 터라 이런 상상의 동물(독수리와 사자의 몸이 합쳐진)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옆에 끼고 살았습니다. 이런 경우 책값의 몇배는 아깝지 않죠.^^


글을 쓴 작가분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에 처음에 의아했습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그리핀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냈고, 내용에서도 군구데기 하나 느껴지지 않아서 번역판이 아닌가 의심했었는데 말이죠.  참 정성이 많이 든 책인것 같습니다.


그리핀들이 왜 황금을 좋아하게 됐을까? 이 책에 나오는 그리핀 부부는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 둥지 장식만을 생각했습니다. 바빌은 사랑하는 아내 니아를 위해서 황금을 구하러 다닙니다. 술의 신 디오니소를 위해 포도주 창고도 지키고, 복수의 신 네메시스를 위해 전차도 끌었고, 최고의 신 제우스를 위해 황금 사슴 잡는 일도 도와 줍니다. 신들은 그리핀의 수고로움에 아끼지 않고 황금을 내놓습니다. 그들에겐 황금이 그리 소중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리핀이 많은 황금을 지고 날아간 둥지엔 사랑하는 아내 니아가 독화살에 맞은채로 죽어 있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길 수 없었던 인간들은  마노라는 보석으로 되어 있는 알을 훔치기 위해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리핀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인간의 최대의 약점인 황금에 대한 탐욕을 이용한 것이죠. 인간들은 곳곳에 널려있는 황금을 보고 즐거운 나머지 무장해제 되어 있는 자신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리핀에게 한입에 먹혀 버리고 맙니다. 그리핀은 황금으로 아내의 무덤을 만들고 그곁을 떠나지 않으며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핀은 사랑하는 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한 수단으로 황금을 모았지만, 인간은 자신의 편안하고 호화스런 생활을 위해서 황금을 원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황금에 눈에 먼 인간들을 그리핀이 꼬집어 이야기 해주는 듯 합니다.

색깔 정서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려  이 책과 함께 노랑, 파랑에 관한 책도 함께 구입하여 읽혔습니다. 그땐 5살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어줄때 잘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인지  아이들이 특별하게 와 닿는게 없는 듯 싱숭맹숭하게 읽고 책장에 고스란히 꽂아 놓았었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때 좀더 빨강의 심상에 대해서  떠올린 후 읽게 하는게 나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6살인 아이들에게 다시 이 책을 읽혀 보았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대화가 되니깐(?) 책에 나오는 그림과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빨강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보도록 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에어콘, 장미꽃, 불, 크레파스, 사과, 딸기 등...하나씩 둘씩 빨간색이 들어간 것들이 입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럼 빨강의 느낌을 말해 보라고 했더니, 한 녀석은 따뜻하다고 하고, 또 한 녀석은 타버릴 듯 뜨겁다고 합니다.  타버릴 듯 뜨겁다고 이야기하는 아인 TV에서 산불이 난 광경을 보더니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하고 있는터라... 
그리고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여자 아이는 몸이 약해서 친구들처럼 바깥을 마음대로 뛰어 다닐 수 없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빨강을 몹시 좋아한 것은 빨간 볼을 갖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미소, 마음껏 뛰어다니며 느끼는 자유로움과 가슴벅찬 즐거움들!
아이들에게 책의 내용을 읽어 줄때 이 아이가 어떻게 빨간 볼을 가지게 되었는지, 빨간 볼을 가지기 위해 소녀가 했던 두가지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해서 초점을 마추어서 읽혔습니다.

 첫째, 편안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서 빨강색을 모으기로  결단했던 용기와 노력
 둘째, 자신을 위해 모은 빨간색을 남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결단의 용기
가만히 집에 있으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소망을 이루기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던 것을 아이들에게 조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네 아이들도 그러길 바라면서요.


나중에 이 소녀는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을까요? 힘들게 얻은 빨간 볼이 헛되진 않았을 겁니다. 친구들과의 문제도 거뜬히 해결하면서 말이죠. 

물건과 재물이나 나누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는 이야기 또한 욕심 부리지 말고 나누어야 한다고 일러 주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한복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에 나오는 의복은 좀 낯이 서네요. 무늬가 있는 긴 도포, 주름진 바지, 그리고, 땋지 않고 그냥 질끈 묶은 머리까지. 아마도 추측컨데 삼국시대 쯤 인것 같은데, 그땐 서민들이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했을테니 당연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나쁘게 생각할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혼자 짐작해 봅니다.  
표지부터 해서 노란색의 바탕위에 알록달록한 뭔가가 나오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무엇일까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그만입니다. 책을 읽어 주다 보니 두려움 걱정에는 파란색 바탕을 써서 더 섬뜩하게 느껴 지게 했고, 즐거울때 노란색 바탕으로 따스하게, 주머니 속 이야기 귀신들은 빨간색을 써서 더 사악하게 보이게 한 것 같아요. 글의 내용도 좋지만, 그림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옛이야기 전집들이  많은데,  전집의 단일화된 풍에서 느끼지 못하는 정성과 색다른 매력 때문에 이런 단행본이 더 귀하게 여겨집니다.

머슴은 자기가 들은 주머니 귀신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신랑에게 가르쳐 주지 않고, 나중에 가르쳐 주었을까요? 속깊은 머슴은 신랑이 두려움에 신부집에 가지 않으려 할까봐, 좋은 날을 망칠까봐  염려 해서 이겠죠. 아이들이 아직 이런것까지 생각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주면서 훌륭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말해 주고 싶네요.
이야기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야기 주머니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한 아인 휴지통에 버려 버린다고 하고, 한 아인 주머니를 풀어 줘서 이야기들이 나가게 할 거라고 합니다. 
 
신랑이 이야기에 욕심을 부려 혼자만 간직하려 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큰일을 치를뻔 했지만, 지혜롭고 충직한 머슴을 알게 되었고, 이야기를 혼자만 알지 않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결국은 고진감래를 겪은 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