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좋아하는 아들땜에 구입했는데, 열광하진 않지만 살며시 웃으면서 보는게 은근히 그림이 재미있나 보네요. 책의 글은 얼마 되지 않는데 글보다도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책입니다.. 애가 지금 5살인데 좀더 일찍 이 책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림을 보면 상상력이 정말 뛰어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첫장의 나들이 기차를 보면 사람의 다리가 여럿 달려 있어서 다퀴처럼 굴러 가고, 뒷쪽에 보면 도넛 처럼 생긴 기차가 빙글빙글 돌면서 이쪽 저쪽을 다 보여 줍니다. 층층대를 올라가는 기차는 올라가면서 영차 영차 힘을 줘야 할 것 같은 느낌.. 곳곳에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애가 좋아하는 부분은 울퉁불퉁 철길을 달리면서 기차가 펄쩍 뛰면서 사람들이 팅겨져 나올 것 같은 그림인데,  기관사는 너무나 놀라서 눈이 왕방울만 합니다. 그 부분에서 애가 씩  웃네요.  라면 기차라는 제목은 왜 달았나 궁금했는데 기차에서 라면을 끊여 먹는 굴뚝 달린 기차가 나오자  이해가 갑니다. 

연말에 반값 할인을 해서 구입했는데 잘 산것 같아요.고마운 인터파크..
과학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그림책도 좋지만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잘 표현한 그림책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드네요.
애들이 더 커서도 그림을 보면서 한번 더 웃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기차

처음에 달구와 손톱에서  달구가 무슨 말인지 번뜩 떠오르지 않았었다. 근데 읽다 보니 달구란 닭의 사투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겠다. 달구라는 말을 내가 어렸을때도 많이 들었고 사용도 했었건만... 사람의 기억이란..
이글의  내용과 비슷한것이 전설의 고향에도  나왔던 것 같다. 손톱을 아무데나 깍아 버려서 작은 미물이 먹고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을 괴롭혔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손톱을 아무데나 버려서 닭이 먹어 버린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던   오빠가 동생의 버릇을 고치려고 꾸미는 이야기다. 오빠도 자라면서 손톱을 아무데나 버려서 야단 맞으면서 켰지 않았을까?
오빠는 손톱먹은 닭이 죽어서 여우로 변해 손톱을 버린 사람을 혼내 주려 온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생이 믿지 않자  자신이 여우로 분장해서 동생의 방에 몰래 들어간다. 동생은 죽은 달구가 여우가 되어서 찾아 온줄 알고  놀라서  실신 한다. 장난이 심해도 넘 심한것 같긴 한데 ..
다른 그림책과는 달리  여우의 모습이 특이하게  무섭게 그려졌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눈길을 확 끌었나 보다. 또 읽어달라고 또 읽어 달라고 해서 한달은 족히 우려 먹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손톱을 쥐가 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더라는 이야기까지 해 주자 넘 재미있어 한다. 책 사주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때면 또 어디 좋은 책 없나 기웃 하게 된다. 앞으로 계속 그런 모습을 보았음 좋겠다.

머리를 길게 늘어 트리고 지붕위에서 쳐다보고 있는 귀신이 엄마는 무서워서 자세히 쳐다보지도 않았것만 4살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읽어 달란다. 괴물은 무서운 줄 알면서 귀신이라는 것은 아직 모르나 여겨질 정도다. 부록으로 받은 플래시 동화에도 똥떡이 있는데 그  CD도 엄청 좋아라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재래식 화장실의 구데기들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심히 거북했다. 애들이야 그런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신기한 세상의 이야기 쯤으로 여기지 않았나 싶다. 아이 엄마가 애 옷을 벗기고 있을땐 나에게도 냄새가 전해 지는 듯한 착각이 일더라. 그림 그린 사람에게 정말 존경을 표하고 싶을 정도다. 상황에 맞게 그림만 봐도 내용이 팍팍 느껴진다.

귀신이 나타나서 똥통에 빠진 아이를 골탕먹이면 애들은 귀신이 두려운 존재로 기억될 텐데, 
똥떡이 맛있다며 먹는 모습은 장난 꾸러기의 모습 그대로다.
아마 애들은 귀신이 재미있는 케릭터로 여겨지나 보다. 그냥 씽긋 웃는다.

어렸을때 나도 똥떡을 먹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동네 오빠가 똥통에 빠졌는데 그땜에 집집마다 떡을 나누어 주었었다. 아무것도 아니였던 기억이 이 책으로 생명이 있는 이야기가 되어 애들 에게 전해 졌다. 덕분에 어렸을 때 고향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엄마에겐 향수를 아이들에겐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