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쌍둥이 중 한명이 얼마나 빨간색 사랑이 넘치는지.. 옷에도 신발에도 자기 물건엔 빨간색이 들어가야 합니다. 처음엔 대수럽지 않게 생각하다가 아이가 빨간색만으로 그림을 그릴땐 정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더라구요. 일명 ’물바다’라고 말하는데, (모 영화에서 본 장면이 머리에 많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이대로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한가지 색에 집착하는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해 준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도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건 물론이구요.

책에 나오는 주인공 여자 아이는 빨강 양말을 신으면 기분이 좋아서 휠씬 더 높이 뛸 수 있고요, 빨강 부츠를 신으면 더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록 구멍이 나서 손가락이 나오는 빨강 벙어리 장갑일지라도  눈덩이를 더 많이 더 크게 만들 수 있구요.  빨강 잠옷을 입으면 무서운 괴물을 멀리 쫓아 줍답니다. 빨강 머리핀을 꽂으면 머리카락이 신나서 웃는 것 같고, 빨강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 노래가 떠오른다고 하네요.  

얼마나 빨강을 좋아하면 이럴까요?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이 듭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색도 좋아하는 것이 없이 무덤덤한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요.
 
우리집 아이 이 책을 보더니 빨강 물감을 찾습니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나요.
이번엔 어떤 빨간색 그림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 ^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네드처럼 고난을 이겨낼 내적인 힘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을 거라는 소망을 갖게 하는 책이였습니다. 행복한 순간은 칼라로, 불행한 순간은 앞이 깜깜하게 느껴져서일까요 흑백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끝이겠구나 하는 극한의 불행앞에서도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고리에 고리를 물고 계속됩니다. 

깜짝 파티에 초대된 네드는 플로리다로 가기위해 친구의 비행기를 타고 떠났어요. 그런데 도중에 비행기가 쾅 터져 버린거예요. 하지만, 다행히 낙하산이 있었어요. 그런데 낙하산에 구멍이 났어요. 아, 다행히 땅에 부드러운 건초 더미가 있었거든요.... 식이다.
모든 모험이 흥미 진진했지만, 네드가 하늘에서 떨어질때 부드러운 건초더미가 있다해서 안전하게 떨어지겠지 했다가 건초더미 위에 거꾸로 꽂혀 있는 곡괭이를 보고 아이들  눈이 휘둥그래 졌습니다. 찔리면 큰일인데 라는 아찔함이 스쳐가서 일거예요. 그런데 다음장에 보면 네드가 곡괭이를 피해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둘이 함께 다행이네라고 말하게 되더라구요.

모든 이야기가 긴장하게 했다가 안심한 순간 다시 긴장하게 하고,, 그런 흐름이 이책을 다 읽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매력입니다.  참 기발한 상상력에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 지네요.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 해처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행복한 그림책이였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어렸을때도 자라서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물론 우리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망태 할아버지는 찾을 수 없는 이야기 거리였습니다. 이 책을 보고, 주위에 있는 애들 친구 엄마에게 물어 봤더니 대부분 망태 할아버지를 알고 있고, 애들 잠 안자고 말 안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고 겁을 준다는 겁니다. 나만 모르고 자란 듯한 느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협박하기 위새서라기 보다는,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엄마의 무지로 자신들도 모르고 살아가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으로요..

어떤 무서운 이야기도 이렇게 아이들을 혼내진 않는데, 망태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끔직한 짓을 할까요?
우는 아이 입을 꿰매 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속에 가둬 버리고, 밤늦도록 안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답니다. 망태 할아버지에게 혼난 아이들의 무표정한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생각없는 인형들만 모아 놓은 것 같습니다. 정말 으스스 한데요.
장난치고 떠들며 놀던 아이들이 망태 할아버지의 커다란 흰색 동그라미가 등에 찍히기만 하면 얌전하고 말잘듣는 아이들로 바꿔버립니다. 등에 보이는 이 표시는 뒷부분에 커다란 반전을 선사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참 잘 그려져서 마음에 듭니다.
망태 할아버지를 빗대여 아이에게 야단치는 엄마의 모습을 크게(특히 아이를 가르키는 손을) 그리고, 아이의 모습을 작게 그린것이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구요.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와 엄마가  설전을 벌이는 모습에선 아이가 의자위에 올라가서 엄마와 눈높이를 맞추는데 그것도 아이가 느끼는  감정, 자기는 엄마와 다를것이 없는것 같은데 엄마는 하지 않는 것을 자기에게 강요하는 아이의 반감을 잘 그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아이가 "난 이제 망태 할아버지가 하나도 안 무서워"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건 엄마와 사이가 좋아지면 더이상 망태 할아버지가 괴롭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