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책이다. 아마 이 책은 우리집 누구도 읽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공짜라면 좋아하는 우리집 대장의 손에 쥐어 졌던 것일 거다.
책의 표지만이 아니라, 안에 펼쳐 보니 누런 색이 많이 감돈다. 언제적 것인가 하고 봤더니 1990년 중판 인쇄하고 되어 있다. 벌써 20년은 족히 된 책이다. 맨 뒷장에 작가의 도장을 직접 찍어서 인지 글자 위에 붙인것도 옛책임을 짐작케 한다.
박완서란 작가가 유명한 분임을 알지만, 책에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로써는 그녀의 작품을 읽어 본 것이 없다. 창피한 일이기도 하고, 왜 그토록 작은 일에만 분개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에세이 집이라서 일기형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들이였다. 
책 머리에 ’여기 실린 짧은 토막들은 거의 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속상해 하고 답답해 한 것을 들어내 보인 것들이다.이런 어려움이란 대개 그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러 있기 마련이여서 나주에 읽어 보면 한물간 느낌이 드는 것도 적지 않다.’라고 되어 있다.  읽다 보니 노태우 대통령 당선시 체육관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던 것이나, 3김 시대에 대한 한탄같은 것들이 많이 나와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학생시절이라서 잘 몰랐는데, 대개의 어른들은 그때 이렇게 시대를 한탄했구나 싶은게... 어쨌던 내가 아예 모르는 옛 이야기도 아니니 책을 넘기면서 새록 새록 그때의 기억도 되깊어 가면서 읽는 것이 나쁘진 않았다.

왜 작가가 작은 일에만 분개했을까? 그것은 싸울 힘이 없는 평범한 시민의 비에였다. 
본문중에 나온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 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이년한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그 당시엔 더더욱 의식이 있는 지식인들이라면 권력과 힘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을 한탄하지 않았을까!

많은 에피소드 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 ’자상한 마음과 큰손’이라는 것과 ’아지랑이 아물아물’ 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자상한 큰 손에는 어려운 아이를 얼굴을 알리지 않고 통장 으로 돈을 입금하는 식으로 도와 주었더니, 나중에 아이가 공돈이 생기면서 부터 나쁜길로 접어들게 되었다라는 것. 사람들이 소문내지 않고 선행을 하려고 하는 행동이 어떤이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냥 돈만 주는 선행에는 알맹이가 빠져있었던 거다.  역시 아이들에겐 내아이나 남의 아이나 관심과 격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지랑이 아물아물에서는 봄의 기운으로 저 멀리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우리네 말로 표현한 그 것을 작가는 너무나 정겹고 좋다고 쓰고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극히 잘 표현한 말! 나도 그것에 동감한다.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도 이 말을 참 좋다 하셨는데, 시골서 자란 정서가 비슷해서일거다.  겨울의 한파가 끝나고 나니까 어릴적 소쿠리를 들고 봄나물 뜯으려 가면서 보았던 아지랑이들을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올핸 이른봄날 아지랑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우리말이  얼마나 표현력이 훌륭한지 말해 주고 싶다.

만화책을 어떤걸 읽혀야 하고, 어떤걸 피하게 해야 할지 고민이 엄마들이 제법 되는 것 같다. 우연히 포항시립도서관보에 실린 만화책 선별에 대한 글이 있어서 여기에 옮겨 보기로 했다.
나또한 고민하던 것이고, 혹 어떤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지 모르니깐..



<엄마가 골라준 만화책이 제일 재미있어요>


한 달에 두어 번 대형 마트를 갑니다. 그 때마다 도서코너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곤 하지요.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하나 같이 만화책 보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깔깔깔’ 웃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지만, 만화를 보는 아이의 부모는 무엇인가 걱정스러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글 줄 책을 봐야 하는데 만화만 봐서야 되겠는가?’라는 생각때문이지요.
만화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21C에 들어서면서 만화종류 또한 다양화 되었고 학부모들의 생각을 읽어낸 출판사는 학습 만화 시장을 대폭 늘렸습니다. 어차피 봐야 한다면 좋은 만화책을 통해 아이가 책 읽는 즐거움을 얻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전에서 정의하기를 만화란 ’이야기 따위를 간결하고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 대화를 삽입하여 나타낸 붓 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라 합니다. 만화책 속에서 웃음을 얻고 기쁨을 맛보는 것이지요. 과학이라는 분야는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 내기까지 끊임없이 실패합니다. 그 실패 속에서 희망도 품고 웃음도 만들어지지요. 우리들은 그들의 실패를 만화책으로 접하면서 웃음만 얻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지나버린 우리의 역사, 중국고전, 세계사도 배우게 됩니다. ’짱뚱이’, ’백두산 호랑이 왕대’와 같은 정서적이야기가 담긴 소재는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명작류는 진지한 삶의 자세를 통찰하는 작품으로, 만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맞지 않습니다. 인물이야기 또한 그림으로 만났을 때 글로 생각하고 상상해야 할 부분을 인물의 얼굴을 드러내 묘사하므로 읽는 이의 생각보다는 만화가의 생각이 인물의 얼굴에 담겨지게 되어 적절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만화책이 좋을까? 어떤 것을 만화로 읽힐까? 고민이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과학이나 역사 같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만화와 적합한 소재의 책을 선정했다면 이제 만화책을 선별하는 기준을 만들어 봅니다. 만화책을 처음 만드는 출판사일 경우 그동안 어린이 책에 들였던 공을 생각한다면 믿음으로 선택이 가능할 것입니다. 만화책을 많이 출판했던 출판사를 선택할 경우 작가를 봅니다. 작가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시선에 맞는 만화를 만드셨는지 등을 고려해 보는 거죠. 다음으로 만화책 선정기준의 으뜸은 역시 그림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보님께서 가장 우려하시는 선정적인 그림은 누구나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잇움에세 출판된 [버드나무 위에 부는 바람1-4]을 본다면 어린이 만화의 가능성을 발견 하실 겁니다.

 만화 속 주인공의 표정 또한 다양하게 전달외어야 합니다. 화날 때나, 기쁠 때나 긴장 될 때나 진지할 때나 입 모양이 똑같은 만화책을 보았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제일 먼저 전달되는 곳이 입이라고 합니다. 대화의 경우는 말풍선 속 대사가 30자 내외로 쓰여진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국어 문법에 맞도록 표현된 책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약 150쪽 정도의 글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학생이라면 만화책 읽기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만화책을 읽기 전에 좋은 글책을 많이 읽어 책을 읽는 즐거움과 책 읽는 속도, 독해 실력을 늘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약 30자 이상의 말풍선을 읽고 그림을 감상하려면 초등 저학년의 독해 실력은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만화책을 볼 경우 단문에만 익슥해져서 긴 글 읽기가 힘에 겨울 수 있겠지요. 만화책 또한 많은 책들 중에 일부이니 다양한 책읽기는 아이들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하겠죠. 그러나 무엇보다 책 읽는 어린이 자신이 재미나게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책 읽기이겠지요.


                                                                                김성희 (자녀독서지도 강사)

 
                               마침표에 대하여



       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끝이라는 거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 모양이란 말이냐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누구의 마침표냐
       반쯤은 땅에 묻히고 반쯤은 하늘 향해 솟은 
       오늘 새로 생긴 저 무덤
       무엇의 씨알이라는 듯 둥글다
       또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복효근


 좋은 생각 12월호를 읽던 중 마침표를 동그란 씨앗으로 표현 한 것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적어 봤다. 정말 정성드려 씨앗같은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전개될 새해라는 싹을 키워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