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간이 ‘나’를 만든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의 인문학 강연를 한 권의 책을 엮어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로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이렇게 여덟 단어를 제시하며 독자에게 인문학적 사고의 길을 열어준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30대가 지나고 40대에 접어들면 카피라이터로서의 수명은 다 한 것이라고 말하는 광고계에서 아직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자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만들었던 소위 ‘히트’했다는 광고와 단어 하나를 연관시키기도 하고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림과 단어 하나를 연관시키기도 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엉뚱한 곳에서 나오기도 한다. ‘여보세요’라는 말에서 전화기의 ‘본질’을 찾아내고, 간장게장에서 ‘견(見)’을 찾아낸다. 그리고 키우는 강아지의 모습에서 ‘현재’를 찾아낸다. 뜻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된 연결고리들은 묘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인 것이다.

밥벌이 못하는 학문이라고 천대받고 있는 인문학. 창의력은 인문학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며 인문학을 강조하는 밥벌이 잘하는 광고인. 그런 저자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나요?”라는 질문에“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집니다.”라고 대답한다.(P.144)

피식 웃음이 나긴했지만 진정한 밥맛은 오래 씹으며 음미해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 여덟 단어를 다시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씹고 또 씹던 중 나는 인생에서 우선 ‘본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본질’이 ‘자존’으로 이어지고 ‘견(見)’과 ‘현재’로 이어졌다. 저자도 독자에게 여덟 단어를 던져주었지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출판계의 인문학 열풍에 한 번쯤 발을 담가본 사람이라면 아마 교양의 인문학으로써 ‘철학’이 좋을지 ‘역사’가 좋을지 고민을 하며 이 책 저 책 뒤적거려 봤을 것이다. 책 읽기 열풍 속에서는 한 권 두 권 책을 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도끼다>를 읽었던 사람의 책꽂이에는 <안나 카레니나>가 꽂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독이 아닌 정독이 중요하다며 형광펜과 자를 들고 노트 한 권을 펴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금방 꺼질 불이라도 아마 한 권의 책이 가슴에 불을 지펴 한동안은 뜨거웠을 것이다.

그에 반해 <여덟 단어>는 찬물을 한번 끼얹는다. 그리고 ‘침묵’을 안겨준다. 침묵 속에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그 침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침묵은 인생을 되돌아 볼‘시간’부여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깊이’를 더한다. 물론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침묵의 시간을 거친 독자라면 저자가 제시한 여덟 단어에서 또 다른 단어를 찾을 수도 있고, 어떤 단어를 지울 수도 있다. 아홉 단어가 되느냐, 다섯 단어가 되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글자는 이야기를 책 속에 고정 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페이지 : 64

 

	비블리씨는 점점 책으로 이루어진 벽에 둘러싸이게 되었고, 꽉꽉 채워진  책장들은 바깥세계의 소음과 불안을 차단해 주었다.
페이지 : 70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
페이지 : 82

 

	책이란 가장 위대한 세계의 기적 중 하나이며, 무형의 정신을 담는 유형의 그릇이다. 그것은 인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그릇이다.
페이지 : 146

 '책 좋 사' 에서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한때 그 카페에서 화제였던 책이라는 말에

 

  퇴근 길에 도서관에 들려 얼른 빌려버린 책.

 

  몇시간 만에 읽어버린 책이였지만 내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였다.

 

  나는 책을 함부로 다르는 편이 아니다. 책 모서리를 접어서 페이지를 표시하는 것을

 

  무지 싫어하고,

 

  책 표지로 페이지 표시하는 것도 무지 싫어한다.

 

  밑줄을 치는 것도 싫어하고, 가능하면 내 책이 처음 샀을 때 그 상태 그대로

 

  세월의 흔적으로 낡아가길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도 꺼리는 편이다.

 

  이 책에도 드런 이야기가 나오길래 나는 참 책을 소중히 다루는 편이구나 하고

 

  흐뭇해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였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것만이 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은 책이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비평하는 것도

 

  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고,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소장용으로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하는 것도

 

   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다.

 

   그동안 가끔 책 서평을 쓰면서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을 읽지 않겠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식의 평을 내렸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났고,

 

   책 욕심에 주체를 못하게 사놓기만 하고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는 책들이 생각났다.

 

   책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녔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였다.

 

   당분간 책 쇼핑을 그만하고, 읽기에 집중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아 할것 같다.

 

   술술 짧은 시간 안에 읽어내려간 책이지만,

 

   내가 참 많은 방성을 하게 만든 책.

 

   책이 되어버린 남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좀 더 소중히 다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