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이런 책을 만나게 되다니... 이 책은 부부생활의 성서나 다름 없는 책이다.  할렐루야!

부부생활의 성서라고하니 섹스테크닉을 기술한 책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책은 아니다.  아기의 탄생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 또한 아기는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아기로 인해 부부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기를 낳는 첫 날부터 우리의 고통은 시작됐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몸은 몸대로 지치고 시간마다 반복되는 수유는 죽도록 힘들었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남편의 지나친 간섭에 넌덜머리가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도망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당시 나는 내가 모성애가 심하게 결핍되었다고 느낄정도로 아기가 끔찍했으며, 지긋지긋하던 직장생활이 너무나 그리웠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옥같은 일년을 보내고 돌이 지난 요즘에서야 조금 평화로워졌다.그러나 외적인 평화가 꼭 내적인 평화까지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탄생시킨 존 가트맨 박사는 15년간의 긴 연구 끝에 행복한 부부되기 4단계 방법과 갈등관리 8가지 법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목차만 봐서는 책을 읽기도 전에 나도 그런얘기로는 책 한권 뚝딱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여느 갈등관리 책과 다를바가 없는 듯하다.  예를 들어 갈등관리 제2장 '상대의 영향력을 받아들인다'를 보면  제목만 봐서는 별 특이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그러나  매 장마다 예시로 나오는 부부의 대화를 들여다보고 그 내면의 진실과 마주보게 되면 무릎을 탁 치며 '나도 그렇다 내 고민과 똑같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나 역시 남편과 의견이 다를때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내 입장을 남편에게 설득하고 인정받으려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라서 서로의 언쟁은 끝이 없고 결국에는 '우리는 말이 안통해' 하고 서로 입을 굳게 닫게 된다.  가트만 박사는 이것을 '자기 결론 집착 증상'이라고 부르며 상대방을 설득하기를 지연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열린 질문을 하면 서로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말은 어려운듯 보이지만 책에서는 그런 말하기의 예시와 다양한 연습문제를 제시함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쉽게 그의 명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그런 예시와 연습문제, 자기진단은 책에서 지겨우리만치 계속되므로 그의 명쾌한 해답에 접근하지 못할 것 같다고 미리부터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단 시작하기 전부터 섣불리 판단하여 미리 자신의 의견을 한정시켜버리거나 이렇게까지 해서 부부생활을 유지해야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 구입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그런 사람들은  책장 한켠에 자리잡고 있지만 또 사게 되는 자기계발서적이나 단 하루만에 끝내는 영어책 같은 부류를 끊임없이 사다가 책장에만 재워두는 부류로  그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단순히 읽기로 끝내기보다 연습문제를 적극 활용하여 실제 자기 삶에 얼마나 투영하는지에 따라 부부생활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연애할때는 온갖 지식과 서적들을 섭렵하며 서로를 알기위해 애쓰다가도 결혼과 동시에 그런 노력들과는 안녕하고 마는 것일까?  부부관계에서 사소한 말한마디나 마음이 담긴 스킨쉽이 중요하듯  삭막한 부부생활을 단박에 끝내는 윤활류는 이세상에 없다.  단지 서로가 얼마나 자신들의 관계향상을 원하고 노력하는지에 달려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우리가 임신했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좀 더 행복한 마음으로 부모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 결혼전에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했더라면 좀 더 성숙한 결혼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인생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니,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이책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겠다.  그렇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우리 부부는 함께 지낸시간이 겨우 4년에 불과하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은 아직도 너무나 많으니까.

책을 다 읽고나서 남편에게 읽어보라 권했다.  아직 연습문제를 풀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서로가 문제을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부터가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책 대부분은 갈등관리를 위해 서술하고 있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도 갈등문제를 풀고나면 우리 가족이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가족 구성원간의 핵심역할 그리고 삶의 목표까지 보다 구체적인 생각으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누구나 필요로하고 알아야할 것들이 가득한 이 책을 나는 '부부생활의 성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인상깊은 구절

신혼초부터 내집마련까지 무던히도 많은 경제서적을 읽었다.

결혼전에는 적당히 취미생활 즐기며 결혼자금정도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결혼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가계의 경제권은 쟁취(?)하였지만 갑자기 두배가 된 수입을 잘 관리할 자신도 지식도 부족했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만 쪽집게 강의를 듣는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각종 재테크 서적이며 부동산, 펀드에 관한 책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서 보고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기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그런 책들의 목차만 훑어봐도 딱 구분이 된다. '모'아니면 '도'.

첫번째는 '이건 나만 아는 정보인데'하고 쪽집게 강의하듯 콕콕 찝어주는 책.

두번째는 영어공부할때 문법책부터 사는 사람들처럼 경제도 기본바탕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기초지식만 가득한 책. 

그리고 마지막은 유명인들 내세워서 별 것 아닌 정보를 아주 그럴듯하게 포장한 책.

첫번째부류는 주로 부동산관련 책들이 많은데 -물론 주식이나 펀드도 많다-

이런 책들은 책제목도 그럴싸하지만 서점에서 읽다 메모하다 지쳐  결국에는 구입하고야 만다.

그렇지만 몇 년, 아니 몇 달만 지나도 중고로 팔기도 힘든 책이 된다. 

오늘의 정보는 내일에도 정보라고 보기힘들정도로 빨리 진화하는 세상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부류는 한 권 있어야 할 것 같아 서점에서 읽어보고 집에와서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

당장 구입안해도 되지만 영어문법책처럼 가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한번쯤은 꼭 볼 것 같은 생각에 고민하다가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책은 구입한지 얼마안돼서 책장 진열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왜냐하면 너무 재미없으니까.

마지막은 굳이 설명 안해도 사 본 사람들은 다시는 그런종류의 책을 사지 않는다. 

몇가지 내용에 솔깃해서 구입하지만 두번 읽을만한 가치 있는 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그들의 이름값이 전부인 책들이니까.

지금은 관뒀지만 직장다닐 때 출근길 버스에서 늘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황정민의 FM데이트! 

시시콜콜 직장인들의 사람 사는 듯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경제를 토막내고 잘라내서 딱 내 입 크기로 만들어주는 경제논객 김원장 기자의 요즘 경제얘기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인기 좀 있으려니 책 출판하네? 하고 제목과 목차를 훑어보니 내가 아는 세가지 부류를 적당히 버무려 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

1장. 시장의 주체는 이기적 인간.

2장. 경제는 이자다.            

3장. 국가와 시장의 한판 승부.

4장. 불타는 증시로 번지점프.

5장. 추락하는 달러에는 날개가 없다.

6장. 부동산 잔치에 훼방놓기.

'증시와 부동산 두루두루 섭렵해 놓으셨네.  요즘 독자들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한가지 가지고 승부하기는 힘들겠지.  그렇지만 이런 책들 다 거기서 거기야'라고 술렁술렁 읽기시작했는데 1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알고 있는 지식이었지만 새로운 느낌이랄까?  경제학과 교수가 이렇게 쉽게 설명했으면 경제학원리 A+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데 하고  조금은 허탈함까지 밀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경제라는 것이 원래 딱딱하고 재미없기 마련인데 중간중간 재밌는 삽화와 자투리 상식까지 더해져 먹기 좋은 경제요리의 색다른 소스맛을 선사한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경제 토론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은 비단 나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반찬냄새 풀풀 풍기며 까먹던 도시락의 맛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그것을 먹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책도 읽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며, 돈도 벌어본 사람들이 그 맛을 안다. 

쪽집게 강사가 말하는 유망한 부동산, 펀드는 늘 바뀐다.  바뀔때마다 책을 사서 그의 배를 불려주는 어리석은 짓은 더이상 하지말자. 

누구도 우리의 자산을 공짜로 배가 되도록 만들어 주지 않는다.  재테크의 시작은 관심이며 과정은 노력이다.  스스로 재테크를 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원장 기자가 만들어주는 한입 크기의 도시락먹기를 권하고 싶다.  단,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읽기를 권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노력'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몫이니까.